김삼석 자문위원 맡았던 통일의길 등 각종 시민단체 입주, 네트워크 형성…건물 관계자 “교육청 등 기관과 가까워”
덕산빌딩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 강북 최고가 아파트 중 한 곳인 경희궁자이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교남동 한편에는 오래된 5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다. 1983년 지어진 덕산빌딩이다. 밖에서 보면 인력사무소와 신문사, 병원 정도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평범한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많은 시민단체가 입주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덕산빌딩이 최근 눈길을 끌게 된 건 김삼석 대표의 이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다. 김 대표는 수원시민신문 대표를 역임하면서 아내가 이끌던 정의기억연대 운영위원을 비롯 많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한국인터넷언론사협회 회장, 홍재언론인협회 회장, 아이쿱수원소비자생활협동조합 감사, 수원새날의료생활협동조합 대의원, 반핵평화운동연합 정책위원, 사회정의연구소 연구원, 보안관찰법철폐모임 대표 간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위원, 한국민권연구소 연구위원, 1993년 제4차 범민족대회 일본대책위원회 책임간사 등 활동 내역이 다양했다.
2층에는 한국진보연대와 전국여성연대, 함께나누는세상 사무실이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 대표가 자문위원을 맡았었던 통일의길은 덕산빌딩 3층에 위치해 있다. 통일의길로 올라가는 2층 길목엔 한국진보연대와 전국여성연대 간판이 붙어 있다. 남북평화지정단체인 재단법인 남북평화재단과 재단법인 함께나누는세상도 이곳 2층에 주소지를 뒀다. 비폭력평화물결은 남북평화재단 안에 있는 시민단체다.
시민단체 용산클린운동본부도 덕산빌딩 2층을 주소지로 두고 있다. 이 단체는 이장희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상임대표와 조헌정 예수살기 상임대표가 이끈다.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책임을 주한미군에 물리자는 운동을 하는 단체다. 녹색당, 민중당, 정의당, 민변, 민노총, 금융산업노조 등이 연대한 곳이기도 하다.
3층 전경. 한반도기가 걸린 곳이 통일의길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통일의길이 있는 3층에는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와 수탁 운영 기관 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가 위치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진은 쟁쟁한 인물로 채워져 있다. 곽노현 전 교육감과 유시민 작가의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노무현 정부 때 홍보수석비서관이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김민웅 경희대 교수, 전교조 1세대 이상석 씨 등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4층 전경. 4층이지만 호실은 50X로 표기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4층에는 사단법인 코리아국제평화포럼이 4·27시대연구원, 출판사 사람과사상과 한 층을 구성했다. 코리아국제평화포럼은 최병모 전 민변 회장과 민중연합당 발기인이었던 손미희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외협력위원 등이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의기억연대 전신인 정대협은 김삼석 대표의 아내 윤미향 의원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손 전 위원은 이 건물 2층에 위치한 전국여성연대 전 공동대표이자 통합진보당 19대 총선 선대위원장 출신이다.
4·27시대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4‧27판문점 선언을 실현하자는 목적 아래 설립된 민간연구소다. 원장은 이 건물 2층에 위치한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한충목 씨다. 사람과사상은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87년 6월 세대의 주체 사상 에세이’ 등을 펴낸 출판사다.
5층에는 사단법인 평화한반도문화인회의가 있다. 이 단체 이사진에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인 유시춘 이사장과 조기숙 교수의 이름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한국국학진흥원장인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법안 스님, 서명숙 제주올레 대표, 안도현 시인, 배우 안성기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곳이기도 하다.
덕산빌딩이 시민단체의 성지가 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많은 시민단체가 여기에서 나고 자랐다.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도 여기 있었다. 사단법인 유공자복지문화예술원는 이 건물 2층에 머문 바 있었다. 조선족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신청했다 탈락한 사단법인 CK여성위원회 수장 박옥선 대표가 유공자복지문화예술원 이사였다.
4층에 위치한 4·27시대연구원은 언론협동조합 담쟁이 부설 연구원이다. 담쟁이는 현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운상가에 있지만 과거 이 건물 3층에서 민플러스라는 언론사를 운영했었다. 민플러스 기자이자 담쟁이 이사인 류경완 씨는 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기도 하다. 담쟁이 이사인 손미희 위원은 역시 류 씨와 마찬가지로 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다.
많은 시민단체가 덕산빌딩에 모여 있는 것에 대해 건물 관계자는 “교육청 등 기관과 거리가 가까워 그렇다. 교육청 사람이 와서 계약하는 일이 많았다”며 “위치적으로 거기 있는 단체가 영업하기 편해서 자리 잡는다. 건물주가 따로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