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잇달아 이루어진 신격호 롯데 회장 일가의 내부주식거래가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망에 포착됐다. 이 거래에는 비상장 계열사가 동원됐다. | ||
검찰은 이미 롯데그룹 불법 대선자금 제공 규모가 30억원이라고 확인한 데 이어 추가로 수십억원대 이상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LG홈쇼핑, 삼성전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내고 기, 금호산업 등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핵심부서인 경영본부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 경영본부는 과거 기획조정실이라는 명칭이었다가, 지난 98년부터 경영관리본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내부에서는 아직도 ‘비서실’이라는 별칭을 쓸 만큼 그룹의 핵심 조직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유독 롯데그룹만 핵심조직이 있다. 재계에선 롯데가 현금 동원력면에서는 재계 최고라는 점에서 타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정치권에 건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효남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나와 롯데 경영본부와 롯데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관련 자료를 깨끗이 치워놓은 흔적이 있으나 모든 자료를 없앨 수는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기획관은 “수사에 협조하는 기업과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확연하게 차별된 처리가 있을 것”이라며 롯데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롯데는 왜 핵심 수뇌조직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일까.
검찰 안팎에서는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나온 롯데의 비자금 조성루트가 다른 재벌에 비해 명확하게 포착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검찰은 올 들어 벌어진 신격호 회장 일가족의 복잡한 주식거래가 비자금 조성의 핵심이라는 단서를 포착, 이를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식거래는 경영본부의 주도 아래 롯데건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추측이다. 이것이 경영본부와 롯데건설이 압수수색을 받은 이유라는 것.
그러면 경영본부와 롯데건설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4월 말 롯데건설은 신격호 회장이 갖고 있던 비상장 회사인 롯데산업의 주식 1만3천3백 주를 주당 85만6백61원(총액 1백13억1천만)에 장외거래로 매입했다. 롯데산업은 골프장사업을 하는 회사. 당시 롯데건설은 신 회장의 지분인수 이유를 “투자수익 목적”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이 오너 일가로부터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시점인 지난 3월 롯데건설은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갖고 있던 롯데쇼핑 주식 21만 주를 주당 8만5천원에 1백78억5천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이어 롯데건설은 신동빈 부회장으로부터 롯데쇼핑의 주식 21만 주를 같은 값을 주고 사들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롯데건설의 ‘2003년 3월 오너 일가족과의 주식거래 내역’이 한 달 뒤인 지난 4월29일 거래소 공시를 통해 몇 가지 수정됐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은 이날 공시를 통해 “신동주 사장과 신동빈 부회장 등이 롯데건설에 매각한 주식수는 21만 주가 아닌 11만 주였으며, 매각 단가는 주당 16만8천7백여원(당초 주당 8만5천원)”이라고 밝혔다.
따져보면 신동빈, 동주 형제가 판 주식수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주당 매각가격이 배나 뛰어 총매각대금은 큰 변동이 없었던 것. 만약 롯데건설이 상장회사였다면 한 달 새 오너와의 주식거래가격이 더블로 오른 것에 대해 소액주주 소송사태가 벌어질 법한 일이었다.
당시 롯데건설은 이 거래를 ‘투자수익’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재계에서는 이를 2세 승계과정를 위한 지분정리 과정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거래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인 지난 5월 초 신 회장은 롯데칠성 주식 1만6천3백 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처분했다. 신 회장의 롯데칠성 지분은 11.05%에서 10.12%로 1%가량 낮아졌다.
신 회장이 판 주식은 신 회장의 큰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과 장남인 신동주 부사장이 각각 4천6백50주씩 사들였고, 신동빈 부회장이 7천 주를 사들였다. 거래가격은 주당 60만4천원이었다. 이 거래로 신 부회장의 롯데칠성 지분은 4.52%에서 4.95%로 늘어났고, 신영자 부사장과 신동주 부사장의 지분도 각각 2.5%와 2.7%로 늘어났다.
얼핏 보기에는 주식이동 규모가 매우 미미해 보인다. 지분변동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 그러나 내막을 뜯어보면 이들의 거래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신동빈 부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의 롯데칠성 등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이 올 들어 늘어나고 있는 부분은 경영구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물밑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4월에 벌어진 롯데쇼핑(신동주-동빈 형제), 롯데산업(신격호 회장) 주식거래로 오너 일가족들은 2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