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도술씨(왼쪽)와 손길승 회장(오른쪽)의 만남을 주선한 바 있는 이영로씨는 마린바이오센터 배송자 소장과 부부 사이다. | ||
이 사건에 대한 일반인들의 주요 관심은 대통령의 최측근이 재벌총수로부터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무슨 이유로 받았는지에 쏠렸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끌고 있는 또다른 것은 최 전 비서관이 손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1억원을 부산 신라대 배송자 식품영양학과 교수(마린바이오 산업화지원센터 소장)에게 연구비로 지원했다는 점이었다.
재벌 총수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낸 배경도 의문이지만, 수수한 돈의 일부를 특정 교수의 연구비로 준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
이 의문은 배 교수의 남편 이영로씨가 손길승 회장과 최도술 전 비서관의 만남을 주선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특히 최 전 비서관이 손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11억원)을 배 교수의 계좌에서 관리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두 사람의 밀접한 관계를 짐작하게 했다.
최도술씨와 이영로씨의 이 같은 긴밀한 관계가 드러난 이후 세간의 이목은 이씨의 부인 배 교수가 맡고 있는 ‘마린바이오 산업화지원센터’라는 연구소에 쏠리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진 적이 없는 대학 부설 연구센터인 데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1억원을 쾌척하고, 연구센터의 소장 명의 계좌로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10억원대 돈이 관리됐으니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
또 배 교수의 남편이 부산지역에서는 로비스트로 알려진 이영로씨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인 출신인 이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이고, 손길승 SK 회장의 초등학교 1년 선배다.
이런 와중에 최근 부산지역 대학들 사이에 마린바이오센터와 관련, 여러 가지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센터는 지난해 5월 산업자원부가 시행한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의 주관 대학으로 신라대가 선정되면서 출범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대학들 사이에서는 이 연구소의 출범에 대해 여러 가지 억측들이 제기됐다. 특히 해양분야의 전문 대학도 아닌 신라대가 어떻게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신라대는 산업자원부가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을 시행하기 전인 2001년 중반부터 주관 대학으로 선정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라대와 유사한 입지를 갖고 있는 부산 소재 또다른 A대학측은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A대 관계자는 “산업자원부의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 시행계획을 안 것은 산업자원부의 공식 공고가 나온 지난해 4월이었다. 공고를 낸 지 10여 일 만에 연구센터 신청을 마감하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밝혔다.
A대학측은 서류신청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A대학은 산업자원부가 제시한 주관대학 선정조건에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는 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부산시측에 협조 요청을 했으나 무슨 영문인지 극구 만류했다는 것이다.
당시 부산시측은 “부산에 산업화지원센터가 오는 것이 좋은 일 아니냐”며 “다른 사업도 앞으로 있고 하니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만류했다는 것이다.
결국 A대학은 지자체 지원금 확보가 어려워 지원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신라대가 단독으로 서류를 접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신라대는 산업자원부뿐만 아니라 부산시, 해양 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총 1백57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돼 있어 A대학측은 이해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배 교수의 남편 이영로씨가 이 센터의 출범과 관련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 소재 B대학 관계자는 “전체 지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기업체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돼 있다. 대학측의 노력으로는 기업체 지원금을 끌어오기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영로씨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C대학의 관계자도 “원래 신라대는 마린바이오 분야에서 강세가 아니었는데, 주관 대학으로 선정돼 의아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누군가 힘을 써주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이영로씨는 최도술 전 비서관의 11억 수수 의혹이 밝혀지기 이전, 뇌경색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