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중순 효성과 현대산업개발, 동양메이저 등 재벌그룹의 2, 3세 경영인들이 갑자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일 동양메이저의 현재현 회장은 지난 99년 발행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4백70만9천여 주를 무상으로 소각했다.
또 효성그룹은 지난 15일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BW의 신주인수권을 전량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BW는 5백47만5천3백24주(총 발생주식수의 17.3%)며, 시가로는 7백60여억원어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인 조현준 부사장과 조현문 전무, 조현상 상무 등이 개인명의로 갖고 있던 것이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달 16일 대주주인 정몽규 회장이 보유한 99년 5월 발행했던 제83회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전량을 무상 소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소각한 물량은 8천5백만달러 규모로 이에 따른 행사가능 주식수 감소분은 회사 전체 발행주식의 13.05%인 9백83만5천3백24주였다.
동양메이저는 그동안 “현 회장의 신주인수권 보유는 특혜가 아니다. 99년 발행된 BW에 리픽싱(행사가 하향조정) 계약조건이 있는 것은 BW를 사들인 해외 투자자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리픽싱은 관행적인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효성 역시 “3세들이 지금까지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행사할 계획이 없다. 때문에 이를 통해 차익을 챙기려는 의도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들 세 재벌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지난해 12월 들어 갑자기 신주인수권 포기를 줄줄이 선언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금융감독원이 쥐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에서 ‘해외 CB·BW 발행 관련 공시의무 위반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 금감원은 “해외CB·BW을 발행한다고 공시해놓고는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많다”며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렇게 되자 효성, 현대산업개발, 동양메이저 등 그동안 CB, BW발행과 관련해 따가운 눈총을 받아오던 재벌들은 서둘러 권리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포기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곳은 동양메이저. 외국계 회사로 넘어간 지분을 재매입해야 하는 동양으로선 신주인수권 포기로 지분확보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전망이다. 또 현대산업개발이나 효성의 경우에도 2, 3세 경영인들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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