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택 이상 보유 의원 16명 중 9명 민주당 계열…부동산 처분 권고 따른 청와대 참모 단 1명
6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 사진=박은숙 기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투기 근절과 실수요 중심의 부동산 시장 조성을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을 여러 차례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기조에 맞춰 더불어민주당도 4·15 총선을 앞두고 투기지역 등에 2주택 이상 보유한 후보들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는 ‘다주택자 공천배제’ 기준을 공언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 등원한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재산을 파악해보면 이러한 당청의 방침은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민주당 의원(더불어시민당을 통해 당선된 의원 포함) 180명 중 43명, 24%가 다주택자였다.
1주택자 의원은 101명으로 56%, 무주택자 의원도 36명(20%)이다. 하지만 국민 70%가 부동산이 없고, 전체 가구의 40%가 무주택자인 것에 비하면 의원들의 주택 보유 비율은 높은 편이다. 민주당 의원 1명당 부동산재산 평균은 9억 8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가구당 부동산재산은 평균 3억 원이다. 민주당 의원들 평균치가 국민의 3배가 넘는 셈이다.
전체 300명 의원 중 부동산이 가장 많은 국회의원은 박정 민주당 의원이었다. 부동산재산 신고액만 4건에 398억여 원에 달했다. 박정 의원은 서울 마포구에 신고액 기준 383억 원 규모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에 각각 주택을 보유하고, 1000만 원 상당의 토지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1대 의원 부동산재산 상위 10명 중 민주당 계열 의원 2명이 더 이름을 올렸다. 6위에 이름을 올린 김홍걸 의원은 주택 3채와 비주택 1건 등 총 4건으로 신고액이 76억여 원이었다. 이 중에는 최근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유산 분쟁이 불거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생전에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가 포함됐다. 동교동 사저는 감정가액이 32억여 원이다(관련기사 형제간 아닌 재단과의 갈등? 한발 더 들어가본 DJ 아들들 유산 다툼).
또한 10위에는 부동산실명제 위반, 명의신탁 의혹 등으로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조치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올랐다. 양정숙 의원은 주택 3채와 비주택 1개 등 부동산신고액이 59억여 원이었다.
이들 말고도 민주당과 시민당 출신 중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의원은 이개호 임종성 김주영 이상민 박범계 정성호 의원 등 6명이었다. 앞서의 3명을 포함하면 총 9명이 3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300명 의원 중 3주택 이상 의원은 16명이었다.
여야 통틀어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이도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5채의 주택을 소유했다. 다만 주택이 모두 광주광역시와 담양에 위치해 총 주택가액은 5억 7100만 원으로, 보유주택 수에 비해 금액은 크지 않았다. 임종성 의원의 경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2채, 수도권에 2채를 보유해 신고액이 42억 원이었다.
시민당 비례대표로 선출됐다가 제명돼 소수정당 시대전환으로 돌아간 조정훈 의원 역시 미국의 주택 1채를 포함해 총 3채를 보유해 11억여 원을 신고했다.
물론 이들이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월 공천 과정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한 주택에 대한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았다. 서약서를 작성하고 당선된 의원은 2년 이내 매각을 이행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돼 징계 조치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이행이 과연 지켜질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일요신문DB
하지만 MBC 보도에 따르면 6개월 시한이 거의 다가온 최근 대상자 8명 중 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 1명만 정부 권고에 따라 부동산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분하지 않은 청와대 인사들은 ‘전매제한’ ‘친인척 거주’ ‘매물 내놨으나 팔리지 않았다’ 등의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이라는 시한을 감안하면 청와대 참모부터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를 맞추려는 ‘솔선수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공론화를 말든지, 문제 꺼냈으면 지키든지 해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사안을 공론화시켜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정치 불신만 가중시킨다”며 “각 정당이 의원들 부동산재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면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측은 “다주택자들의 주택처분 약속 이행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21대 의원 상임위 배정시 이해충돌방지를 위해 부동산 부자, 다주택자들은 국토교통위나 기획재정위 등에 배정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