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인사 징계론에 지역조직 반발 맞물려…국회 의석·지방권력 확대 ‘실리’와 제명·공천 ‘원칙’ 사이 고심
지도부 입장에선 국민의힘이 이들을 받아들이면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수가 늘어나는 실리가 있지만, 한 의원에 대해서는 과거 제명 결정의 정당성을, 경남 지역 지자체장들에 대해서는 공천 배제 결정의 명분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여기에 한 의원의 재보선 출마를 지지하거나 도운 당내 인사들에 대한 징계 논란과 경남도당 등 지역조직의 반발까지 얽혀, 지도부가 일관된 복당 기준을 세우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6월 28일 한동훈 의원은 복당 문제와 관련해 “제가 돌아가는 방향은 절차만 남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당 지도부 주류가 자신의 복당을 막으려 한다면서 “무리한 행태가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당 뒤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 집권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의원은 아직 정식 복당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한 의원이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복당 의사를 밝혔지만 정식으로 복당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원규정상 제명된 사람은 재입당이 제한되지만,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다시 입당할 수 있다. 한 의원이 복당하려면 제명 결정을 확정한 현 장동혁 체제 지도부(최고위원회의)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동훈 의원은 복당을 신청하는 대신 당내 윤재옥 의원이 이끄는 국회 연구단체에 정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의원들과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친한계 외 의원들과 소통을 늘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한 의원이 현 지도부에 곧바로 복당을 요청하기보다 당 안에서 먼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당권파’로 분류되는 장동혁 대표 계열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한동훈 의원의 선거 과정을 도운 당내 의원들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방선거 기간 중 중단했던 징계 심의를 재개하기 위해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원외 당협위원장 10여 명은 지난 3월 한동훈 의원의 대구 일정에 동행한 김예지·배현진·박정훈 의원 등 전·현직 의원 8명에 대한 징계 회부를 요청했다. 친한계와 비당권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징계 요청도 다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친한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이 6일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지는 미지수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5월 한지아 의원이 한동훈 의원의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 현장을 찾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강명구 당 조직부총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징계 대상에 관한 의견을 당직자와 주고받은 휴대폰 화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대화 내용이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나온 의견 중 하나일 뿐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동훈 의원 제명에 이어 그의 선거를 도운 의원들까지 징계하려는 것은 ‘보복 정치’라며 반발했다. 박정훈 의원은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징계한다”고 비판했고,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징계가 현실화하면 당내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도부는 접수된 징계 요구는 독립기구인 당 윤리위원회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불편한 기류는 국회 연구모임을 둘러싼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한동훈 의원이 지난 6월 30일 윤재옥 의원이 이끄는 ‘글로벌 외교안보포럼’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동훈입니다”라고 인사를 남기자, 포럼 회원인 장동혁 대표는 별다른 설명 없이 곧 단체대화방에서 나갔다. 장 대표가 포럼 자체를 탈퇴한 것은 아니다.
친한계에서는 한 의원의 연구모임 가입과 원내 접촉 확대를 보수 진영 결집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의원은 장 대표와 대립하는 모습이 보수 분열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친한계 여부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과 접촉하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인사까지 포용해야 보수가 결집해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에서 다시 집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가 한 의원의 복당에 선을 긋는 배경에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권 전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당 구성원들은 한동훈 전 대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장 대표가 한 의원과 계속 각을 세우는 것은 강성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당내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한동훈 의원의 복당 여부는 무소속 출마 뒤 당선된 다른 인사들의 복당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더욱 복잡한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한 의원 외에도 무소속으로 당선된 경남 거창·의령·합천군수와 진주시장 등 기초자치단체장 4명의 복당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의원과 이들의 공통점은 당의 제명 또는 공천 과정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선거에서 당선돼 기존 판단의 정당성 논란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공천 불복과 윤리 문제, 자당 후보와 경쟁 여부 등 각자 사정은 다르다.
한동훈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무소속 당선이라는 선거 결과를 제명 결정 재검토의 근거로 삼을 경우 경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들도 같은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한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한동훈 의원을 받아들이면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들도 선거 결과를 근거로 공천 판단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고, 기초자치단체장들을 먼저 받으면 한 의원만 당 밖에 둘 명분이 약해진다”며 “누구를 먼저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머지 복당 기준도 달라져 지도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일 현재 4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은 모두 국민의힘 경남도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남도당 내부에서는 이들이 복당을 신청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비공식 논의가 진행됐다. 이홍기 거창군수는 복당 신청을 검토하고 있고, 김윤철 합천군수와 오태완 의령군수는 지역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홍기 거창군수는 국민의힘이 별도 후보를 내지 않은 지역이어서 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경쟁한 다른 지역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홍기 군수는 당원명부 유출 논란과 관련해 재경선 대상에서 제외되자 탈당했다. 이후 법원이 재경선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고, 관련 수사는 이어지고 있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국민의힘 후보(류순철)를 상대로 승리해 재선에 성공했다. 3선에 성공한 오태완 의령군수는 과거 강제추행 혐의 사건에서 벌금 1000만 원 형이 확정된 전력이 있어 복당 심사에서 도덕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의 복당 문제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편이다. 조 시장은 지난 4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주시민의 선택을 받아 승리한 뒤 귀환하겠다”며 국민의힘 복귀 의사를 공개 시사했다. 그러나 경남도당은 조 시장을 제명하고 5년 동안 입당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부패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했다. 조 시장 측도 맞고발로 대응하면서 복당 문제는 단순한 당적 회복을 넘어 공천 배제와 징계, 고발 조치의 정당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 됐다. 조 시장은 취임 뒤 복당 문제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한 관계자는 “당의 지방권력 확대를 위해 이들의 복당 신청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조규일 진주시장에 대해선 도당 지도부와 갈등 요인으로 반대 기류가 강하다”며 “중앙당 역시 공천 불복 등 선거에 영향을 준 인사들의 복당에 엄격한 입장이어서 당분간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