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으로 발이 변형된 모습
[부산=일요신문] 김희준 기자 = 20년차 직장인 A씨(여, 43세)는 최근 무더워진 날씨 탓에 출퇴근 시 답답한 운동화 대신 시원한 샌들을 신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작년 여름 ‘무지외반증’으로 수술을 한 이후에는 더 이상 샌들을 찾지 않는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하이힐과 여름 샌들을 즐겨 신었던 A씨는 지난해 6월초 오른쪽 엄지발가락 측면 돌출된 부위의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자 병원을 찾았고 ‘무지외반증’ 후기 진단을 받아 수술을 하느라 일주일 정도를 쉬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 뼈의 여러 힘줄이 정상 배열에서 이탈하거나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관절낭이 늘어나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과하게 휘고 엄지발가락과 관절을 이루는 종족골은 반대로 안쪽으로 변형되어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엄지발가락 변형으로 돌출된 부위가 신발에 지속적으로 부딪혀 두꺼워지며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통증이며, 엄지발가락 변형으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발가락 중족골 아래 발바닥에 굳은살이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발 변형으로 인해 바른 자세로 보행하기 어려워 장시간 보행 시 발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으며 기능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무지외반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흔히 평발, 넓적발, 원발성 중족골 내전증 등 선천적 요인과 하이힐, 뾰족구두 등에 의한 후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무더운 여름철에는 밑장이 얇고 딱딱한 플랫 샌들이나 발가락 사이로 신발을 지탱하는 쪼리 등을 많이 착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신발들은 앞부분으로만 무게를 지탱해 발바닥 앞쪽에 과다한 무게가 가해지며 보행 시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돼 발과 발목 등에 힘이 과다하게 들어가게 되며, 걸음걸이 불안정으로 발가락 변형 및 무릎, 골반,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발 건강을 위해 여름철 신발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무지외반증 월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전체 진료인원수가 가장 적은 11월(7,075명)보다 1.3배 많은 7월(9,353명)로 여름철에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대표적인 여성 족부관절 질환으로 알려진 무지외반증은 전체 진료인원의 84.7%가 여성을 차지해 남성보다 5.5배 높다. 하지만 연평균 증가율 추이로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높다.
이처럼 최근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남성에게서 무지외반증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과거와 달리 남성들이 외모나 패션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신발에 높은 굽의 깔창을 하거나 발이 좁은 구두, 샌들 등 보행에 무리를 주는 다양한 신발을 착용하게 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동병원 족부관절센터 유성호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초기에 발이 살짝 변형된 느낌만 받아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변형이 계속적으로 진행돼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과 엇갈리게 될 경우 체중 분산이 고르게 되지 않아 발바닥에 굳은살이 계속 생기며 보행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러한 보행 변화는 드물지만 엉덩이, 무릎,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족부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는 외형 변형과 환자의 불편함 정도에 따라 보존적 치료와 수술 등을 시행하게 된다. 초기에는 돌출 부위 및 발가락 아래 자극이 되지 않도록 편한 신발을 착용하거나 교정 안창을 통해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 정도의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무지외반증 예방을 위해서는 ▲2.5cm 이상 굽이 있는 하이힐 피하기 ▲낮은 신발, 딱딱한 신발 피하기 ▲부드러운 재질 신발 착용하기 ▲본인 발보다 1cm 여유 있게 신발 신기 ▲발 피로 풀어주기 ▲발가락 스트레칭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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