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좋다
한국인 최초 ATP투어 우승, 단식 42연승 기록, 세계랭킹 36위 달성까지 테니스 불모지 한국에서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레전드, 이형택의 이야기다.
그의 기록은 오랜 시간 깨지지 않았고 수많은 ‘최초’와 ‘최고’ 타이틀을 남겨왔다. 은퇴 후에도 미국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테니스 라켓을 놓지 않은 이형택. 그런데 그는 요즘 코트가 아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최근 축구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깐족 아재로 활약 중인 이형택. 이제는 테니스화보다 축구화가 신발장을 채우고 박태환, 모태범, 김동현 등 스포츠 스타들이 모인 축구 경기에서 다시금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금의 레전드 이형택이 되기까지는 어머니의 힘이 컸다. 집안 곳곳 아들 이형택의 사진과 기사들로 가득 찬 어머니의 집에는 아들을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찍이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삼형제를 키운 어머니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떠났었고 삼형제는 강원도 할머니댁에 맡겨졌다.
힘든 식당 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아들을 위해 첫 테니스라켓을 선물하기도 했던 어머니. 어머니의 마음에는 어린 형택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것과 선수시절 뒷바라지를 못해준 것이 아직도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집안의 가장으로 강해져야만 했던 어머니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늘 이형택을 응원해왔다. 아들 형택은 어린 시절부터 칭찬에 인색했던 어머니를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아빠가 된 후 뒤늦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10년 연애 끝에 결혼 후 세 아이의 아빠가 된 이형택. 은퇴 후 가족들과 미국에서 지내며 테니스 아카데미에 전념했던 그는 방송활동을 위해 한국에 들어와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6월은 이형택에게 특히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방학 기간이 늘어난 아이들이 한국에 잠시 들어왔기 때문.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바빠서 가족을 챙기지 못했던 그는 요즘 남편, 아빠로서 열심이다.
집안일은 물론 세 아이들 송은(15), 창현(14), 미나(10)를 데리고 캠핑을 떠나기도 한다. 오랜만의 외출에 아이들 보다 더 신난 아빠 이형택은 가족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즐겁다.
마흔 다섯, 중년이 된 이형택.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요즘 웨이트 운동을 하며 현역 시절만큼 몸 관리를 한다. 선수도 아닌 그가 이렇게 열심히인 데는 이유가 있다. 계속 테니스를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 비해 열악한 한국 테니스 환경을 변화시키는데 힘쓰고 있는 그의 새로운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프로를 꿈꾸는 주니어 선수의 코칭을 나서 다시 코트를 누비는가 하면 요즘은 방송 출연에도 더 적극적이다.
이런 활동으로 자신을 알리면 테니스에 대해서 한 명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관심이 곧 한국 테니스의 발전과 후진양성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이형택.
자신이 세운 ‘최초’ 기록을 깰 수 있는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을 만들기 위한 그의 도전을 함께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