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카드 현금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돼 고객들이 한때 불편을 겪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론스타의 악의적 개입이냐, 카드사의 단순 유동성 문제냐. 최근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가 재개된 부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카드사 현금서비스가 중단된 근본적인 이유가 카드회사의 현금 보유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외환카드 사태를 두고 업계의 해석이 분분한 이유는 이번 일이 최근 국내 카드회사에 불어닥치고 있는 단순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일부의 주장 때문이다.
그 같은 주장의 핵심에는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가 자리잡고 있다. 외환카드 노조 및 은행업계에서는 외환카드 사태가 일어난 이면에 론스타가 연관돼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만일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 외국계 펀드가 국민들의 돈 씀씀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이로 인해 금융가와 재계에서는 국내 은행 및 기업의 해외매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2시 10분경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올 들어서만 이번이 두 번째.
지난달 업계 1위인 LG카드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현금서비스를 중단했을 때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도 중단된 적이 있었다.
당시 외환카드는 신용도가 낮은 7만여 명의 회원에 대해 이틀 동안 현금서비스 한도를 ‘0’으로 줄여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시 외환카드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현금서비스 한도를 없앴다”며 “외환카드의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지원방안을 확정짓는 대로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외환카드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현금서비스를 다시 중단시켰다. 이 서비스가 다시 재개된 것은 무려 30여 시간이 지난 12월23일 오후 8시경이었다.
이날 서비스가 재개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대한투신에 기업어음(CP)을 매각한 자금 2백38억원과 고객들이 대출자금을 결제한 돈 2천억원이 긴급 수혈됐기 때문이었다.
외환카드로서는 급한 불은 끈 셈이었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카드회사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 지원불가 입장을 고수한 게 현금서비스 지연의 이유였다는 것.
이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사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외환은행은 내년 2월 외환카드를 흡수 합병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11월20일 이사회를 열어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카드의 대주주인 올림푸스캐피탈로부터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결국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경영권은 론스타가 갖게 된다.
▲ 외환은행 본점. | ||
당연히 이런 발상은 외환카드의 노조와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노조측은 론스타의 계획에 맞서 즉각 ‘부분파업’을 선언했고, 론스타와 노조간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 중단사태가 길어진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중단되자 금융가에서는 “론스타가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오갔다.
외환카드 노조의 임방남 부위원장은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우리(외환카드노조)의 반발이 강하자, 론스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외환카드를 압박하기 위해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카드에 돈이 없어 현금서비스가 중단된 것일 뿐이며 론스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현금서비스 중단)했다는 등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외환카드 노조는 ‘론스타 개입설’의 근거로 현금서비스의 중단 및 재개에 대해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 하루 현금서비스 거래규모는 일주일 전쯤에 은행측에 보고가 된다. 연말에는 평소보다 수요가 많아 미리부터 은행측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은행이 (여느때와 다르게) 이를 무시했다”며 “론스타가 본때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서비스가 중단된 지난달 22일에는 평소의 두 배에 가까운 현금 수요가 있어 서비스가 중단됐을 뿐이다. 현행법상 지원한도액인 4천5백억원이 소진된 게 이유였다”며 노조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론스타가 이번 외환카드 현금서비스 중단사태에 있어 ‘주연’인지, 아니면 ‘조연’인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외환은행과 외환카드간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인해 애꿎은 고객들만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점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