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멤버 ‘린다G’로 돌아와 ‘시대의 아이콘’ 재등극
6월 13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는 가수 이효리가 혼성그룹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가창력을 점검해보기 위한 일환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결국 ‘다운타운 베이비’의 순위 급상승은 ‘이효리 효과’인 셈이다. 데뷔 22년차, 어느덧 40대에 유부녀인 이효리의 ‘신드롬’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왜 또 이효리여야 하는가?
6월 13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는 가수 이효리가 혼성그룹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가창력을 점검해보기 위한 일환으로 부른 가수 블루의 ‘다운타운 베이비’가 지니뮤직, 벅스 등 중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에 등장했다. ‘이효리 효과’인 셈이다. 사진=MBC 예능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본투비(born to be) 연예인, 그 이름은 이효리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는 이효리를 보고 있노라면 세 번 놀란다. 일단 그의 첫 등장 장면이다. 이효리는 2013년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 후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은인자중하던 그는 종합편성채널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 대중과 다시 소통을 시작했다. 섹시퀸이자 톱스타 이효리가 아니라 화장기 없는 얼굴로 민박하러 온 시청자들을 거둬 먹이는 제주도 소길댁이었다. 하지만 혼성그룹 프로젝트를 위해 이효리는 다시 짙은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었다. 그의 모습을 ‘비포&애프터’로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이효리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장면은 카리스마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그룹 싹쓰리의 멤버는 이효리 외에 방송인 유재석과 가수 겸 배우 비다.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셈이다. 하지만 유재석과 비는 이효리의 거침없는 입담에 번번이 당한다. 물론 프로그램의 재미와 콘셉트를 위해 유재석이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린다’라는 은어에서 ‘린다G’라는 예명을 만들고 짧은 치마를 입은 이효리를 위해 담요를 건네는 광희에게 “다리 보여주려고 입은 건데 가려야 하냐. 덮을 거면 치마를 왜 입냐”라고 할 때 유재석은 짐짓 당황한다. 비를 향해 “사귈 수도 있었다” “대시하지 그랬냐”고 묻고, 비의 ‘꼬만춤’(비의 노래 ‘깡’ 안무 가운데 신체 특정 부위를 잡고 추는 퍼포먼스)이 언급되자 “나도 해도 돼?”라며 가슴 쪽에 손을 갖다 대자 유재석과 비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장면은 퍼포먼스다. 이미 외모와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홀린 이효리는 그만의 퍼포먼스로 화룡점정을 한다. 이효리보다 젊고 춤을 잘 추는 후배 여가수는 많다. 그의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한다. 하지만 무대 위 그의 몸짓은 아주 섬세하고 농염하다. 20대 후배들이 따라 하기 힘든 그만의 ‘아우라’다. 10분 안에 모든 남성을 유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은 ‘텐 미닛’을 이효리보다 잘 부를 수 있는 가수는 있지만, 이효리보다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수는 없다.
이효리는 밀레니엄을 관통한 20세기 최고의 슈퍼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하면 유행이 되던 시기가 있었다. 사진=‘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
이효리는 밀레니엄을 관통한 20세기 최고의 슈퍼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하면 유행이 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니 CF시장에서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특히 당대 가장 인기 있는 휴대폰 모델인 애니콜 CF 가운데 ‘애니모션’ 편에서 춤을 추던 이효리의 모습은 여전히 선하다. CF를 위해 만든 노래가 정식 발매된 노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것 또한 이례적이다. 소주 광고도 잊을 수 없다. 이효리가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흔든 후 마개를 따는 그 소주에 많은 이들이 취했다. 그가 해당 업체와 무려 9차례 재계약을 체결하며 5년 넘게 모델로 활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 그는 2012년 돌연 상업 광고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일대 사건이었다. 왜 그랬을까? 당시 이효리는 유기견 보호와 채식주의, 환경 등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제품을 모델로서 광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채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육류나 유제품이 원료로 쓰이는 식품의 모델을 하거나, 동물 실험을 통해 만든 용품의 모델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무렵 이효리는 이상순과 교제했다. 두 사람은 특히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반려견인 순심이를 산책시키며 데이트를 즐겼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결혼을 발표한 이효리는 제주도 자택에서 가족과 지인 몇 명만 모아서 ‘스몰 웨딩’을 치렀다. 톱스타는 1급 호텔에서 협찬을 받으며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일반화된 상황 속에서 이효리의 결정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 스몰 웨딩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프리미엄 웨딩 사업을 하던 방송인 박수홍은 “나는 꽃 장식이 화려한 고급 호텔 예식 사업을 주로 했다”며 “그런데 이효리의 결혼식 이후로 예약들이 모두 취소됐다. 그런 변화가 맞는 거지만,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이효리의 결혼식이 마치 나비효과 같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효리는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사람들은 (제 결혼식을) 스몰웨딩이라고 하는데, 저는 초호화 웨딩이었다고 생각한다. 집 마당도 넓고 비행기 값도 내주고 숙소도 잡아줬다”면서 “평범한 예식장에서 하는 게 진짜 스몰웨딩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효리다운 고백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효리가 밟고 간 곳에는 길이 생기고, 유행이 된다. 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획해서 낼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라며 “결국 이효리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가진 이미지와 연예인으로서 그의 천부적인 재능이 결부됐기 때문에 여전히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스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