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51명 참여한 더미래 ‘당 속의 당’ 평가…82명 초선 모임 향후 당권경쟁 캐스팅보트 전망
2018년 4월 17일 더좋은미래 소속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 장면. 유은혜 교육부장관(전 의원)이 마이크 앞에 섰다. 사진=박은숙 기자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두 모임에 합류했다. 국회 한반도 평화포럼(평화포럼)과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 연구회(뉴딜 연구회)다. 평화포럼은 문재인 정부 대북 평화 정책 지원을 목표로 한다. 뉴딜 연구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판 뉴딜’을 다루는 모임이다. 모두 정부 정책과 기조를 함께하는 조직인 셈이다.
평화포럼 공동대표는 김경협 의원과 김한정 의원이다. 김경협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친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김한정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동교동계’ 의원이다. 1989년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공보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김 의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뉴딜 연구회는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우원식 의원이 대표로 있는 모임이다. 여권 내부에선 이낙연 의원의 모임 참석에 ‘세 불리기’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 모임 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이 있다. ‘더좋은미래(더미래)’다. 더미래는 우원식-이인영-우상호 등 원내대표 출신 ‘86세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의원 모임이다. 정책의견·정치행동을 지향하는 그룹으로 회장은 진선미 의원이 맡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더미래는 젊은피를 잇따라 수혈하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박주민, 이재정 의원 등 인지도를 갖춘 젊은 재선 의원들이 더미래에 합류했다.
더미래 소속 민주당 현역 의원 수는 51명에 달한다. 여권 내부에선 ‘당 속의 당’이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더미래는 최근 이낙연 의원 전대 불출마론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더미래발 연판장설’이다. 더미래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을 ‘콕’ 집은 것은 아니었다”면서 “당 대표 임기, 차기 구도 조기 과열 등을 우려해 대선주자들의 (전당대회) 출마가 과연 적절한지 머리를 맞대보자는 뜻이었다”고 했다(관련기사 더미래발 ‘연판장’ 논의까지…친문은 왜 ‘이낙연 당대표’를 두려워하나). 정치권에선 더미래발 연판장설과 관련해 “사실상 이낙연 의원을 향한 견제 움직임이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임준선 기자
더미래의 당내 영향력은 단순한 ‘친목 모임’ 그 이상이란 평가다. 더미래는 2017년 ‘더미래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자체적으로 조성해 일반 모임보다 더 조직적인 정치행동에 나섰다. 그간 대한민국 정치사에 국회의원 개인이 연구소를 따로 만드는 경우는 있어도, 당내 모임이 주축이 돼 싱크탱크를 따로 조성한 경우는 없었다.
더미래연구소는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와는 결을 달리한다. 민주연구원이 거시적인 전략 및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라면, 더미래연구소는 진보진영의 정책 의제 발굴, 새로운 세대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은수미 성남시장 등이 더미래연구소 이사진에 발을 담갔던 적이 있었다.
현재 더미래연구소 소장 직은 ‘86그룹’ 대표주자 우상호 의원이 맡고 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발탁됐던 원혜영 전 의원이 더미래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남인순, 박홍근, 홍익표 등 현역 의원들도 더미래연구소 이사 직함을 달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들어 ‘대망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정세균 총리는 ‘목요대화’라는 모임을 주최하고 있다. 목요대화는 정·재계를 비롯해 학계 인사들이 모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4월 23일부터 6월 4일까지 목요대화는 6차례에 걸쳐 모임을 가졌다. 박용진 의원,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등이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정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목요대화를 사실상 정 총리의 싱크탱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초선 의원 모임 ‘초선의원, 민주당 미래를 말하다’도 관심을 모은다. 향후 당권 및 대권 경쟁에서 초선 의원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82명이다. 규모로만 보면 더좋은미래보다 크다. 홍정민, 고영인, 한준호 의원 등 초선 26명은 국회 입성 이후 앞서 언급한 민주당내 최대 정치행동 조직인 더미래에 합류한 바 있다.
21대 국회 여야 초선의원들의 기념촬영.사진=연합뉴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초선 의원을 대거 배출한 것을 ‘모임 정치’의 근본적 배경으로 봤다. 채 연구위원은 “초선 의원들은 열정이 많아 뭔가 해보려고 한다”면서 “당내 정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고, 내부에서 도는 정보를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모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채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모임 정치’는 전당대회와 차기 대권을 둘러싼 탐색전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초선들 입장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게 뭔지를 따져볼 것이다. 반대로 당권·대권 주자들은 최대한 많은 초선을 흡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