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락사무소 설치 후 전기 공급 재개…“청와대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 도래”
개성공단 전경으로 폭파되기 전 남북 연락사무소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개성공단이 가동될 당시 한국 정부는 공단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2016년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조치한 뒤 전기 공급을 차단한 바 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 정부 대북 기조는 ‘평화 무드’를 띠었다. 2018년 연락사무소 설치가 확정되면서 2018년 8월 시범 가동을 통해 평화변전소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연락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전기도 한국 정부가 제공했다.
개성공단 전기 공급은 한국전력이 2007년 건설한 개성공단 송·변전 설비를 통해 이뤄져 왔다. 전기는 개성공단 옥외 변전소인 평화변전소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공급됐다. 평화변전소는 10만kw급 변전소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한국전력은 평화변전소에 3만~4만kw의 전기를 보냈었다. 북한에서 가장 큰 발전소인 희천 발전소 1~12호기 총 출력은 42만kw다. 이를 감안했을 때 북한 입장에서 3만~4만kw에 달하는 전력 공급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그동안 북한 소식통들 사이에선 개성공단이 폐쇄됐지만 연락사무소 설치 후 가동 시와 비슷한 양의 전기가 공급됐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한 북한 소식통은 지난 2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은 멈춰 있는데, 2018년 연락사무소 건설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전력 공급량이 얼마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면서 “북한 내부로부터 개성공단과 개성 인근의 상수도를 운영하는 데 이 전기가 쓰인다는 이야기도 들려 온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6월 18일에도 다시 한번 개성공단 전력 공급 관련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는 “한국 입장에선 적은 양의 전기겠지만, 이번 차단 조치는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북한 내부 사회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력 공급 차단은 북한 지도부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 전력 공급을 재개한 뒤 한국 정부가 공급한 전기 양은 연락사무소 운영을 하고도 남을 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전력 공급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과 배치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악수를 나누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에 대한 전력 공급을 차단한 청와대는 강력한 어조로 김여정 비판에 나섰다. 청와대는 6월 17일 김여정의 대남 비난 담화에 대해 “몰상식한 행위”라면서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선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측은 또 우리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하려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면서 “전례없는 비상식적 행위이며 대북특사 파견 제안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윤 수석은 이어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청와대도 결국 북한에 대해서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연락사무소 폭파를 비롯해 한국 측의 비공개 대북 특사 제의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일련의 행보는 ‘강경책’ 일환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 강경책이 한국 정부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레드 라인을 완전하게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대북 정책에 있어 관대함을 유지했던 한국 정부와 청와대 역시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