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사이래 최초 회의 형태로 대남 군사행동 보류 밝혀…“덜 긴급해 보이려 ‘예비’라는 단어 급조”
5월 24일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에 보도된 김정은.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23일 김정은이 주재한 회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였다. 6월 24일 저녁 한 북한 전문가는 통화에서 “북한에서 지금까지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라는 것은 열린 적이 없다”면서 “회의에는 정례 회의와 긴급 회의가 있는데, 이번 회의는 긴급한 회의면서 정례 회의의 모양새를 띤 아주 이상한 회의”라고 했다.
한 북한 소식통도 “어느 나라에도 예비회의라는 것은 없다”면서 “북한이 긴급하게 군사 행동 예고 카드를 무르기 위해 소집한 회의를 덜 긴급하게 보이려 예비회의라는 단어를 급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언론에서 이번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김정은 집권 이래 최초로 일어난 일이라고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사실 김정은 집권 이래 최초라기보다도 북한 유사 이래 최초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없던 회의도 만들어서 ‘군사 행동 유보’ 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북한이 상당히 긴급하게 ‘군사행동 예고’ 엄포를 뒤집어 버렸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국 거주 북한 소식통은 “현재 북한은 정치·경제적으로 내우외환 상황에 놓였다”면서 “회심의 조치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한발 물러선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이번 북한 대남 압박의 목적은 뚜렷해 보였다”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무너진 북한 경제를 살리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미군 전략자산이 중국과 북한 코앞까지 와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예고한 대로 군사 행동을 이어갈 경우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족보도 없는 회의를 긴급하게 주재해 군사행동 유보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면서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로 ‘한다면 한다’는 것을 보여준 김여정의 말폭탄을 김정은이 수거하는 그림을 만들어 최악의 대립 상황을 피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