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모바일 등 특정 업종 급등…유동성 장세로 인한 ‘거품론’ vs ‘변화론’ 팽팽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특정 업종의 기업 가치 측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바이오와 인터넷·모바일 등 이른바 코로나19 이후 대세주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수십 배는 물론 100배를 넘기도 한다. 코스피 PER 평균값이 11배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통상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10년치 이익을 기업가치로 인정한다. 이 틀을 적용하면 코로나19 대세주들은 10년 안에 이익이 수배에서 수십 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 된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설비 변화로 어느 정도 매출과 이익 추정이 가능하지만, 기술만 가진 기업의 경우 무형의 자산가치를 따져야 해 평가 주체에 따라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 자산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업종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따지는데, 현재 은행지주가 0.4배 미만이다. 지금 회사를 청산하면 남는 순자산의 40% 미만으로 기업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손해보험 0.5~0.7배, 생명보험 0.2~0.3배, 증권 0.6배가량이다. 최근 금융서비스 쪽으로 영역을 확대하면 주가가 급상승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PER은 6.8배, 4.5배에 달한다.
PER와 PBR의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급부상한 주장이 이른바 ‘스토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갑자기 뜬’ 모바일 종목들의 경우 구체적 실적에 앞서 성공이 기대되는 사업 모델 스토리에 돈이 ‘먼저’ 몰렸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지능(AI) 등 알고리즘을 이용한 매매가 늘어난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PER이나 PBR 같은 기술적 분석 수치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기업 재무정보 대부분이 공개됐고, 분석 프로그램도 평준화된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새롭게 측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가장 큰 변화가 ‘통화량 증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천문학적인 규모로 돈이 풀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또 다시 막대한 돈이 시장에 공급됐다. 기대감으로 돈이 몰리는 쪽의 가격이 오르니, 다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 흐름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이 늘어나며 유동성 랠리에 가속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오를 만하다’ 쪽 주장들도 펀더멘탈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큰돈이 몰려 가격이 급등했지만, 실제 기대한 만큼의 성과나 과정을 밟지 못하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로 매매 속도가 빨라진 만큼 단기간에 변동성이 커질 위험은 늘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