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경기 악화 휴업 상황 속 자사주 매입 등 주가관리…노조 “최 회장 연임 포석”
포스코는 지난 16일부터 일부 생산 설비 가동을 멈추는 등 탄력조업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진=일요신문DB
포스코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휴업도 직원 개인에게 휴직을 명하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포스코 노동조합 측은 주장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지회는 성명을 통해 “포스코는 휴업을 실시해야 하는 불가피한 경영상의 사유도, 노조와의 소통도 없다”며 “휴업 실시 같은 중요한 사항을 중간관리자를 통해 노동자 일부에게 일방통보하거나 언론을 통해 확인하게 한 후 군말 말고 수용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자사주 매입 맞물려 직원들 불만 높아
포스코 노조는 사측이 연차 소진도 강제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포스코 노경협의회는 직원들에게 매달 약 2회의 연차를 소진하도록 권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노경협의회는 포스코 직원 대의기구로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사측과 소통 창구로 활용됐다. 포스코 노조 측은 “회사 외부로는 자율로 포장하고 회사 내부로는 연차를 왜 안 쓰냐고 강제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법에 사업주가 경영적 판단에 의해 휴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기에 법을 위반하는 게 아니다”라며 “연차 관련해서는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해당 부서가 통째로 연차를 사용해 쉬는 것이며 불만을 가진 직원이 있을 수 있지만 노경협의회 차원에서 회사의 어려움에 동참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주가 상승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내부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들이는 돈을 설비 투자나 직원들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포스코 노조는 “1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수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노동안정특별대책 마련 등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결단 문제일 뿐”이라고 전했다.
#‘주가 안정’ 강조 최 회장 성과는 미미?
포스코가 밝힌 자사주 매입 이유는 ‘주가 안정관리 및 주주가치 제고’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의 경상투자비용이 매년 1조 원이 넘는 등 설비 투자도 당연히 하지만 주가를 부양하는 것도 회사의 의무 중 하나”라며 “투자 등에 집중한다고 주가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주가가 하락하면 최악의 경우 해외 자본이 포스코를 인수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전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전에도 주가에 관심을 보였다. 2018년 11월 최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포스코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배당정책, 사외이사와 투자자가 직접 소통하는 사외이사 IR 정기적 개최,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친화 정책이 포함돼 있다.
최정우 회장의 이 같은 노력에도 포스코의 주가는 오히려 최 회장 취임 후 지금까지 하락세를 보인다. 최 회장이 공식 취임한 2018년 7월 27일 포스코의 주가는 주당 32만 9000원이었지만 현재는 17만~19만 원 수준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매출은 2018년 64조 9778억 원에서 2019년 64조 3668억 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조 5426억 원에서 3조 8689억 원으로 약 30% 줄었다.
최정우 회장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재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자사주 매입 자금 소요 및 높아진 투자부담이 잉여현금창출을 제약해 순차입금은 2019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전직 포스코 회장들 모두 연임 성공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전망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본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에 대해 “올해 2~4분기 중 2분기 판매량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내수와 수출 모두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6월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계절적 비수기와 2019년 대비 생산 및 판매량 감소에 따른 단위당 고정비 상승 등은 3분기까지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대해 주가 부양과 수익 창출 효과, 나아가 연임까지 노린 것이라고 본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악화해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지만 포스코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기에 향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 배당금 등을 생각하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며 “설비 투자보다 당장의 실적이나 주가가 눈에 보이는 부분이기에 최 회장이 연임을 생각하고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포스코 회장 등 사내이사는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중 의결권 과반수가 찬성하면 선임된다. 포스코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50%가 넘는데 이들은 대부분 단순 투자자다. 따라서 외국인 주주들은 주가와 배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면 최 회장의 연임은 쉽지 않다. 앞의 금속노조 관계자도 “포스코 내부에서는 최 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다. 최 회장이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힌 적은 없지만 포스코가 민영화된 2000년 이후 전직 포스코 회장들인 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 전 회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한 바 있어 최 회장도 연임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주주들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