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채널A ‘서민갑부’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동부 씨가 운영하는 빵집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특히 그의 가게는 오후 3시에 시작해 하루 3시간만 문을 여는 것이 특징인데 이마저도 하루 정해진 수량이 모두 팔리면 문을 닫는다.
그러다 보니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로 매일 장사진을 이룬다. 이렇듯 동부 씨의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바로 특별한 맛을 자랑하는 치아바타 때문이다.
‘슬리퍼’라는 뜻을 가진 치아바타는 이탈리아 북부지역에서 즐겨 먹는 빵으로 겉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치아바타가 화려한 모양을 자랑하는 빵들을 제치고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빵을 반죽할 때 버터, 설탕, 우유, 계란 등을 넣지 않고 유기농 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만든다. 여기에 저온에서 각각 3일, 6일 동안 숙성시킨 발효 반죽을 함께 섞은 후 1차 발효, 중간 발효, 2차 발효의 3단계를 거쳐야 플레인 치아바타가 탄생한다.
또 동부 씨는 이를 변형해 곡물과 치즈, 무화과, 올리브, 단호박 등 신선한 재료들을 더해 21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치아바타를 만들고 있다.
총 6일이나 걸려야 완성이 되는 느린 빵이라 효율성이 떨어지고 많은 품을 들여야 하지만 그가 유독 치아바타를 고집하는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19살에 제빵업계에 입문한 동부 씨는 제과점을 시작으로 7개의 사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보며 생계의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런 와중에 군 복무 중이던 아들 태정 씨가 암 진단까지 받게 되면서 빚만 남은 사업을 정리했었다고.
동부 씨는 암 수술 수 면역력이 떨어진 아들을 데리고 춘천으로 요양을 떠났다. 그동안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동부 씨는 춘천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햄버거를 오랜만에 먹고 온몸을 긁으며 괴로워하는 아들을 발견한 것.
그 이후 동부 씨는 자신이 가진 제빵 기술을 살려 아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개발하기 시작하고 무수한 시도 끝에 자신만의 치아바타를 완성해냈다.
이는 그의 인생에 뜻밖의 전환점을 가져왔고 아들과 함께 빵을 만들기 시작하며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동시에 연 매출 24억 원의 쾌거를 이루게 됐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