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조건이 충족됐으니, 본격적으로 ‘이재명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말해도 될 듯싶다. 정치인으로서 이 지사의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정치 감각, 뛰어난 판단력, 그리고 강한 추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념적 강박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 점은 그의 지지층이 중도층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율 명지대 교수
이 지사의 이런 언급은 당분간은 친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괜히 지금부터 대선 운운했다가는 친문들의 견제만 받을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친문들이 이낙연 의원의 독주를 견제하려 할 때 그 견제의 역할을 담당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비문인 이낙연 의원이 대선 레이스에서 거의 독주하다시피 하는 상황이고, 거기다가 유력 당권 후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친문으로서는 그다지 반길 상황은 아닐 수도 있다. 만일 이낙연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고 대선 출마를 계획할 경우, 2021년 3월 9일에는 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럴 경우 4월 7일 실시되는 역대급 재보궐 선거를 어수선한 상태에서 치르기 때문에 주류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친문은 이낙연 의원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강력한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등장했으니, 친문으로서는 이 지사와 일단 전략적 연대를 해서, 이낙연 의원의 독주를 견제하려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 지사와 당권 경쟁에 나선 김부겸 전 장관의 연대 같은 것을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 지사와 친문과의 연대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이고 임시적이다. 친문 순혈주의를 이 지사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친문들 역시 원조 친문이 아닌 이재명 지사와 계속해서 연대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재명 지사의 대권 도전 전략은 ‘외부로부터 당 핵심에 진입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즉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세론을 형성해 친문들도 이런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 이 지사는 중도층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하는데,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명 지사는 “부동산 규제는 가격보다 숫자를 줄여야 하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실수요 여부”라며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을 보면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날개를 단 이재명 지사의 등장으로 민주당의 당권과 대권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런 현상은 친문들의 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친문 중에는 자기들 계파에서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측과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을 받아들이는 측 그리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으니 호남 출신으로 대선 후보를 정하되, 이낙연 의원 대신 ‘범친문’에 속하는 정세균 총리를 대선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문 그룹 등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이재명 지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재명 지사가 외곽에서 당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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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