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국계 생보사인 프루덴셜생명의 회장인 최석진씨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최씨는 벤처붐이 꺼지던 지난 2001년 갑자기 해외로 증발했다. 리타워텍을 둘러싼 주가조작설 등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될 즈음 한국을 떠나고 만 것. 그후 3년 동안 종적을 감췄던 그가 최근 소리소문없이 국내에 다시 컴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그해 7월 최씨가 소유하고 있던 아시아넷 인수명목으로 1조4천억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왔다가 다섯시간 만에 빠져나가면서 최씨는 ‘작전세력’으로 낙인이 찍혔다. ‘거액의 외자 유치’라는 재료가 리타워텍의 주가에 다시 불을 붙였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 거래가 수상한 외자 유치라는 논란이 일면서 리타워텍의 주가는 그해 10월 말 1만4천원대까지 빠졌다. 그리고 최유신씨는 한국땅 밖으로 빠져나갔고, 그의 대리인격인 당시 리타워텍의 사장 허록씨가 검찰에 불려다니는 등 리타워텍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물론 기업실적도 시원찮았다. 최씨가 인수하면서 자본금 20억원에서 1백50억원으로 늘어난 리타워텍은 2001년에는 8백6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이런 악재에 시달리던 리타워텍은 지난 2003년 3월28일 코스닥위원회에서 ‘감사의견 거절’ 판정 확인 뒤 등록 취소됐다. 그 뒤 리타워텍은 세인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리타워텍의 주가조작 혐의는 2002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의 무죄판결이 나온 직후 최씨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키이엔지니어링과 씨큐리콥을 인수, 국내 시장에 컴백했다. 이어 올초에는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를 제작해 일대 화제를 몰고온 영화제작사 싸이더스를 인수,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씨는 그동안 홍콩에서 스펙만그룹(최씨의 영문 이름은 찰스 스펙만이다)을 이끌어 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씨큐리콥과 키이엔지니어링을 인수한 회사는 컨설러데이티드사이언스코프(CSC)사. CSC사는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지역투자회사인 스펙만그룹의 자회사로 씨큐리콥 지분의 31.9%, 키이의 지분 25.8%를 갖고 있다. 이번 싸이더스 인수는 씨큐리콥이 싸이더스의 지분 100%를 40억원에 매입한 것.
최씨는 씨큐리콥을 인수한 뒤 과거 행적에 대해 “리타워텍이 1조4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이 자금은 오직 아시아넷 인수를 위해 쓰인다고 명확하게 밝혔다”며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리타워텍이 퇴출당하고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사과했다.
대법원에서도 리타워텍의 아시아넷 인수과정에서 벌어진 외자유치 등 일련의 의혹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최씨도 피해자라는 것. 현재 리타워텍 법인은 지난 2003년 3월 국세청이 4백53억원의 세금을 추징하자 이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심사를 청구중이다.
최유신씨는 지난해 4월 씨큐리콥을 인수한 뒤부터는 간간이 국내에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경영 일선에 직접 뛰어들고 있지는 않다. 대신 리타워텍의 공시담당과 재무를 맡아보던 허원혁씨가 씨큐리콥의 대표이사로, 과거 리타워텍의 투자회사였던 ‘와바자바’란 인터넷 사이트의 개발 책임자로 일했던 고지환씨가 키이의 대표이사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허 대표와 고 대표는 최씨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던 시절에도 최씨의 입장에서 법정공방과 국세청 세금추징문제 해결을 위해 뛰며 ‘최씨의 재기를 도운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일단 올초 싸이더스 인수를 통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곧장 진입했다. 이는 과거 제조업체를 인수해 인터넷 지주회사로 만들겠다며 리타워텍을 통해 A&D모델을 선보여 돌풍을 일으켰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씨와 리타워텍에 쓰린 경험을 갖고 있던 시장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키이는 한때 3천원대에서 5천원대까지 주가가 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1천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또 씨큐리콥도 최씨가 인수 전 7백∼8백원대에서 한때 6천원대까지 뛰어 올랐다가 1천원대로 빠진 뒤 최근 싸이더스 인수 뒤 다시 3천원대로 반등했다.
두 회사 모두 최씨에게 인수된 뒤 유보율이 감소하고 영업성적이 악화되는 등 구조조정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별로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최씨가 이번 씨큐리콥이나 키이, 싸이더스 인수를 통해 단순히 주식시장의 재료 공급자가 아니라 실적을 내는 경영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