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진술조서엔 “윤 씨 괴팍하고 음담패설”…재심 출석 증인 “윤 씨 잘 몰라”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다는 윤 아무개 씨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하러 수원지방법원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 최준필 기자
7월 2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4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30여 년 전 당시 윤 아무개 씨와 알고 지낸 마을 주민 A 씨와 사촌누나 B 씨가 법정에 섰다. 두 증인은 1987년 7월 25일 윤 씨가 이춘재 8차 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뒤 화성경찰서에 가서 직접 조사를 받거나 조사를 받은 인물과 관련된 사람이다. 두 증인은 이날 당시 작성된 진술 조서와 상반된 증언을 했다.
A 씨는 경찰에 윤 씨의 평소 언행과 행실에 관한 진술을 한 인물이다. A 씨는 당시 진술 조서에서 윤 씨와 매주 만날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며 윤 씨가 평소 괴팍했고 거리의 여성들을 향해 음담패설을 해왔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경찰은 이를 윤 씨 범행 동기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A 씨는 진술 조서에서 “윤 씨가 거친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 번 만나면 10분 내지 15분가량 대화를 하고 헤어진다. 불구자라 그런지 난폭하고 욕설을 많이 한다”고 했다. 또 “체포되기 5일 전, 윤 씨가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21일 법정에 선 A 씨의 말은 달랐다. A 씨는 ”오래 전 일이라 어떤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이름과 나이도 모를 정도로 윤 씨와 친하지 않았고, 시내를 오가며 마주치면 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다”고 답했다. A 씨는 “윤 씨와 어딜 놀러 가 본 적도 없고, 10분 이상 걸은 적도 없다”며 “윤 씨에 대해 말할 정도로 친하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경찰 진술 조서처럼)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씨의 사촌누나 B 씨는 아버지이자 윤 씨의 작은아버지인 C 씨를 대신해 법정에서 증언했다. C 씨는 과거 오갈 데 없는 윤 씨를 거둬 실질적으로 아버지 역할을 했다. C 씨는 윤 씨가 경찰에 체포된 뒤 윤 씨를 면회하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작성된 C 씨의 진술 조서엔 윤 씨가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는 것을 확인했고, 윤 씨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렀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C 씨는 현재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사촌누나 B 씨가 이날 법정에서 전한 아버지 C 씨의 말은 달랐다. B 씨는 “아버지가 경찰서에서 동생(윤 씨)을 보고 왔을 때 ‘당시 잠도 못 잔 것처럼 초췌해 보였다’고 말했었다”며 “네가 한 거 맞느냐고 물으니 울기만 하고 먼 산을 바라보듯 멍해 보였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B 씨는 “아버지가 동생이 무기수로 복역할 때에도 ‘가족이 면회라도 가야 감형이 된다’며 면회를 가기도 했다”며 “그런 아버지가 대가를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이날 재판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8차 사건의 범행 현장에서 발견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었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결과가 이날 밝혀질 예정이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전했다. 8월 11일 오후 2시 열릴 5차 공판에선 당시 형사들 가운데 핵심 인물 2명이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