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1승만…’ 몰리는 ‘정’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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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정세균 대표(왼쪽)가 5월 25일 부평역 앞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운데)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2006년 6월 1일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거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5·3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렇게 물러났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6·2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쪽 지도부 중 한 곳은 이와 비슷하게 책임론의 한가운데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여의도 안팎에서 들려오는 선거 전망을 종합해보면, 5월 말 현재로선 그 운명의 추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쪽으로 좀 더 기울어 있는 듯하다.
민주당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동층으로 위장한 ‘숨어있는 야당표’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최근 흐름상으론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지도부의 명줄을 쥔 수도권 판세가 그렇다. 서울, 경기는 물론이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인천도 ‘천안함 유탄’에 휘청이고 있다.
김민석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5월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과 경기에서 제법 밀리는 게 사실”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 본부장은 “선거 초반만 해도 비등했던 ‘정권심판론’이 ‘천안함 정국’으로 인해 많이 희석됐다”며 “견제론의 축이었던 중간층 내지 부동층이 관망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판세가 불리해지면서 급기야 정 대표는 지난 5월 28일 ‘후보와 당원동지에게 보내는 긴급호소문’을 통해 “승리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후보들은 죽을 각오로 뛰어야 하고, 당원 동지들은 두 배 세 배의 땀을 흘려야 한다”며 ‘막판 분전’을 당부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애절한 호소는 지방선거 결과가 지방권력의 향배와 더 나아가 2012년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 내부적으로도 지도체제 문제를 결정짓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8월 말쯤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정세균 대표 개인의 향후 정치 진로에도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이 막판 급반전을 이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경우, 정 대표 체제의 공고화는 불문가지다. 여기서 ‘승리’란,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호남권을 제외한 서울·경기 중 1곳 이상과 인천·충청 등 중부권에서 1곳 이상을 거둬오는 것이다. 이 경우, 정 대표는 다음 전당대회 재출마를 위한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되고 대표직도 다시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무엇보다도 빅3(정 대표·손학규 전 대표·정동영 의원) 가운데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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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06년 당시 정동영 의장처럼 퇴진 뒤에도 1년 뒤 대선후보로 화려한 재기를 한 경우가 있지만, 정 의장은 ‘정동영계’라는 당내 최대계파를 온전히 유지했다는 점에서 확실한 ‘의원 계보’가 없는 정 대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 대표가 의외로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다”며 “선거 패배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론 조짐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지방선거 수세 국면이 ‘북풍’ 같은 외부요인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야권의 선거 전략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자아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실수는 뭐니 뭐니 해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초기대응이다. 사건 초기 당 주요 인사들이 북한 개입 가능성을 너무 ‘분명하게’ 부정했던 게 선거 막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5월 20일 정부의 사건 조사 결과 발표 후 닷새가 지나서야 정 대표가 “천안함 사태의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북한 소행’을 사실상 인정한 것도 늑장대응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처음부터 북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천명하고 자신 있게 나갔어야 했다”며 “민주당 스스로 ‘북풍’ 조성에 빌미를 준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패배시 위기탈출 해법으로 ‘집단지도체제’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내 분열상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다. 특히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뽑는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이 둘의 구분 없이 일괄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지적이다.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손 전 대표와 정 의원 등 당내 차기 대선주자의 전당대회 참여 가능성이 높아져 대선경쟁이 조기에 점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손 전 대표와 정 의원 역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지방선거 패배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경기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의 결정적 물꼬를 텄던 손 전 대표는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가 패할 경우, 그 책임을 반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양원보 세계일보 기자
wonb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