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맨유·토트넘 상승 반전, 레스터는 부진…손흥민 ‘18골 12도움’ 기성용 ‘PL 마무리’ 희비
약 1년이 걸린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은 우여곡절 끝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사진=리버풀 페이스북
#무너진 ‘빅6’ 체제
2019-2020시즌 우승 경쟁은 싱겁게 끝났다. 리버풀이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무패행진을 달렸다. 일찌감치 2위권과 승점차를 벌리며 조기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 각축을 벌였던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이었다. 맨시티는 주요 기점에서 스스로 무너지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리버풀이 독보적이었던 우승 경쟁과 달리 상위권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유럽클럽대항전(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놓고 시즌 최종전까지 경쟁이 이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게 됐고 레스터 시티, 토트넘 핫스퍼가 유로파리그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언제나 상위권에 자리할 것만 같았던 아스널은 최종순위 8위를 기록했다. 이는 구단 역사상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였다. 1994-1995시즌 12위 이후 최저 순위였다. 부진이 이어지던 시즌 도중 우나이 에메리 감독을 경질하고 미켈 아르테타 감독을 선임하는 강수를 뒀지만 극적인 순위 상승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프리미어리그의 ‘빅6 체제(맨시티, 리버풀, 첼시, 토트넘, 아스널, 맨유)’가 붕괴됐다. 2000년대 중반 맨유, 리버풀, 아스널, 첼시가 공고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빅4’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맨시티, 토트넘의 선전으로 ‘빅6’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들의 부진과 레스터, 울버햄튼 원더러스 등의 약진으로 프리미어리그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6위를 차지한 토트넘도 최종전에서야 가까스로 7위 울버햄튼과 순위를 맞바꿨다. 다음 시즌 더욱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맨유의 이번 시즌은 브루노 페르난데스 영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사진=연합뉴스
#이어진 반전의 반전
반전이 이어진 시즌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은 첼시는 부진이 예상됐지만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4위권을 유지하며 성공적 시즌을 보냈다.
반면 지난 시즌 6위 이내에 들었던 맨유, 토트넘, 아스널은 예상 밖의 부진을 이어갔다. 특히 토트넘의 부진은 의외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유럽 정상 자리를 다툰 팀이었기 때문이다. 새 시즌을 맞으며 선수단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지만 원인을 찾기 힘든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맨유와 토트넘은 리그 반환점을 전후로 반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각각 선수 영입, 감독 교체가 주효했다. 맨유는 1월 겨울 이적시장서 포르투갈 출신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영입하며 다른 팀이 됐다. 페르난데스 영입 이전 24경기에서 8패를 기록한 맨유는 그가 경기장에 들어선 잔여 일정에서 단 1경기도 패하지 않으며 지난 시즌보다 높은 순위(지난 시즌 6위에서 3위로 순위 상승)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토트넘에 소방수 감독으로 부임한 조세 무리뉴는 경기력에 대해선 비판이 존재하지만 결과를 내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면 레스터는 뒷심이 부족했다. 레스터는 2015-2016시즌 동화 같은 우승으로 보는 이들을 감동시킨 팀이다. 하지만 직후 시즌부터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이들의 선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019-2020시즌 초반, 레스터의 돌풍이 시작됐다. 전반기까지 12승 3무 3패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우승은 어렵지만 내심 최종 2위까지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무너져 내리며 5위로 추락했다. 전반기 승점 39점을 따냈지만 후반기엔 23점만 더해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막판 4경기에서 1승 3패를 한 것이 결정타였다.
손흥민은 구단 자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팀 내 위상을 확인했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활약
한때 5명의 한국인 선수가 동시에 뛰기도 했던 프리미어리그. 이번 시즌엔 손흥민과 기성용만 활약을 이어갔다. 그 중에서도 이들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에서 없어선 안될 핵심선수로서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시즌 중 두 번의 퇴장(그 중 1회는 징계 취소)으로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꾸준한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1경기에 나서 18골 12도움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다. 리그에선 10골 10도움을 넘어섰다. 손흥민의 개인 최초 기록이었다.
팀의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1~2월에는 3경기 연속 득점으로 팀의 3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케인뿐 아니라 팀내 주요 선수가 차례로 부상으로 쓰러지던 시점이었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된 시기에는 국내로 돌아와 3주간 군사훈련을 이수했다. 과거 일부 선수가 군사훈련 이후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손흥민은 복귀 후에도 팀의 공격을 주도하며 유로파리그 출전권이 걸린 6위 등극을 이끌었다.
반면 기성용은 7시즌간 활약한 프리미어리그 생활을 마무리했다. 2018-2019시즌 팀 내 주축 선수로 활약했지만 감독이 교체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리그 24경기 중 명단 포함은 5회에 불과했고 3경기만 운동장을 밟았다. 겨울 이적시장서 계약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스페인으로 떠나며 영국 생활을 접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