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운영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및 GPS 오류 잦아…행안부-보건부 ‘이중행정’ 논란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게시된 행정안전부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가장 큰 불만은 정부가 운영하는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의 성능이다. 정부 운영 자가격리 앱은 두 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모바일 자가진단’과 행정안전부가 만든 ‘자가격리자 안전보호’다. 두 앱 모두 사용자들로부터 성능 결함에 대한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보건부 ‘모바일 자가진단’ 앱은 쉽고 빠른 일일 자가진단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외 입국자뿐 아니라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있는 국민들은 이 앱을 깔아 자가진단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앱은 잦은 네트워크 오류와 GPS 정보 확인 지연 등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앱에 여권번호를 필수로 기재해야 하는 것을 두고도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국민들은 등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자가진단’을 사용하는 한 이용자는 “앱을 사용할 때 배터리 사용량이 굉장히 늘어난다”면서 “앱이 갑자기 꺼져서 담당 공무원에게 계속 재설치하라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했다. 이 이용자는 “매일 10mb 용량 내외로 업데이트를 하는데, 그마저도 오류가 나서 잘 안 된다”면서 “정부에서 외주를 넣어 제작한 앱이라면 비리가 의심될 정도로 성능이 시원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보건부가 제작한 앱의 평판은 양호한 편이다. 행안부가 제작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1.9점(5.0 만점)에 불과하다.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은 안전밴드를 착용한 자가격리자 위치 및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려 제작됐다. 이 앱에서도 네트워크 오류와 GPS 오류가 잦은 빈도로 발생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앱을 사용하는 복수 사용자 말에 따르면, 오류를 일으킬 경우 격리자의 GPS 포착 지점과 지정 격리 장소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앱엔 장소 이탈 경고 메시지가 뜨고 담당 공무원이 자가 격리자의 위치를 확인하려 유선으로 통화를 시도한다.
자가격리 안심밴드. 사진=연합뉴스
이뿐 아니다. 행안부 앱을 설치한 이용자들은 보건부 앱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가진단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네트워크 오류로 자가진단 리포트가 제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때도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리포트를 왜 제출하지 않았느냐는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그중 이용자 김 아무개 씨는 “담당 공무원들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억울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가진단 리포트를 제출했는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왜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느냐’고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리포트를 제출했다고 말하니 ‘그건 보건부 앱이고 행안부 앱에도 자가진단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면서 “그러더니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으면 행안부에서 패널티가 부여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앱의 성능으로 인해 리포트가 제출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행안부 페널티 이야기가 나오니 황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앱을 이용하는 유 아무개 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유 씨는 행안부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자가진단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고 GPS도 꺼져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유 씨 역시 행안부로부터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유 씨는 “앱이 켜져 있으며 자가격리 리포트도 제출했다. GPS 역시 꺼져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은 “행안부 앱은 켜져 있지 않다”면서 “관리 부처는 보건부와 행안부 두 곳인데, 행정제재를 할 수 있는 쪽은 행안부”라고 답했다. 유 씨는 “앱 성능 결함으로 리포트가 제출되지 않은 것도 억울한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엄포 비슷한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고 했다.
행안부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사용하는 정 아무개 씨는 정부의 ‘이중행정’을 지적했다. 정 씨는 “정부에서 자가진단 리포트나 GPS 위치 수집 등 조치를 일원화하면 될 것을 굳이 2개 관리 부처로 나누어 일을 두 번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씨는 “두 개 앱에서 동시에 GPS 감시를 받는 것은 불필요한 이중행정”이라면서 “여기다 이용자 입장에선 개인 프라이버시를 이중으로 노출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가격리자 생필품 분배 현장. 사진=연합뉴스
행안부 관계자는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둘러싼 이용자들의 불만과 관련해 “자가진단 리포트 통신 안됨 현상이 초기에 있었다”면서 “최근엔 이런 기술적 오류를 해소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앱이 잦은 GPS 오류를 내는 것에 대해선 “GPS 기술이 아직 실내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선 와이파이와 GPS를 연동하는 ‘와이파이 포지셔닝 시스템(WPS)’을 도입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행안부 앱의 낮은 평점과 관련해선 “이용자들이 필요에 의해 다운받는 앱이 아니고 국가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앱이기 때문에 평점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편의나 즐거움을 주는 앱이 아니라 이용자의 활동폭을 제한하는 앱이다 보니 낮은 평점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행안부-보건부 이중행정 불만’에 대해선 “두 가지 앱은 이용자분들이 능동감시자인지 자가격리자인지에 따라 한 가지만 쓰게 돼 있다”면서 “두 가지 앱을 모두 쓰는 이용자분들이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 자가격리자가 격리 지역을 이탈할 경우 행안부 앱은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다. 보건부 앱엔 그런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가 평상시에 쓰는 앱들도 오류가 종종 나는데, 그런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