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엔 간식 앞으로 야간엔 콘돔 앞으로
▲ 과거 생필품 판매에 집중하던 편의점들이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도 실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소응을 얻고 있다. |
그러나 지나친 출점경쟁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하면서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편의점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트렌드와 경쟁력 제고 노하우를 알아봤다.
누가 뭐래도 편의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삼각김밥이다. 불황 속에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삼각김밥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메뉴도 갈수록 다양화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참치김치 참치마요 전주비빔 소고기고추장 불고기 등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최근에는 ‘사각김밥’이 등장, 배고픈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각김밥은 밥과 반찬의 비율이 10 대 3.5로, 삼각김밥(9 대 1)에 비해 어느 부분을 먹어도 동일한 맛을 느낄 수 있단다. 때문에 삼각김밥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시락 판매도 증가 추세다. 보광훼미리마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판매된 도시락이 무려 100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루에 2만 7400여 개가 팔려나간 셈. GS25 역시 가격을 낮추고 반찬을 강화한 실속형 도시락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도시락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품질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고급 쌀인 ‘고시히카리’를 사용한 도시락이 있는가 하면 BBQ 놀부 등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와 제휴한 도시락 제품도 등장할 예정이다.
라면도 편의점 고객이 찾는 인기 품목이다. 그런데 성별에 따라 좋아하는 라면도 다르단다. GS25 조사에 따르면 스파게티와 짜장 등 국물이 없는 상품은 여자고객이 더 많고, 틈새라면과 공화춘 짬뽕 같은 매운 국물 맛이 특징인 상품은 남자 고객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한국편의점협회가 공개한 2008년도 편의점 판매순위 50대 상품(아이템)에 따르면 우유와 술, 생수 등이 판매순위 상위에 올라 있다.
편의점 운영자들이 ‘이것 없으면 절대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상품이 있으니 바로 담배다. 한국편의점협회의 상품별 매출 비중 분석에 따르면 담배가 압도적으로 높은 44.1%를 차지했다. 100원어치를 팔았을 때 그중 44원가량이 담배라는 것. 한 편의점 운영자는 “담배를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게 되면 가장 먼저, 철저하게 교육시키는 품목 역시 담배”라면서 “이름과 위치, 가격 등을 꼼꼼하게 외워 빠른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하면 단골손님 유치까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생필품 판매에 집중하던 편의점은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매장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추가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처음 등장한 공공요금 수납을 시작으로 버스카드 충전, 택배 서비스, 민원 발급, 티켓 발권, 휴대폰 및 디지털 카메라 사진 인화, 잉크충전 서비스까지 그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선불교통카드 티머니(T-mo ney)와 기프티콘(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상품 바코드를 다운로드 받아 이를 매장에서 해당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과 같은 다양한 결제수단도 편의점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소액결제가 가능한 티머니의 경우 사용이 편리해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용률이 높고, 기프티콘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일이나 기념일 선물로 각광받고 있단다.
이렇듯 편의점 상품과 서비스가 날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 속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효과적인 상품 진열 속에 매출을 올리는 비결이 숨어 있다고 한다.
우선 주력 상품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진열하도록 한다. 아동 상품은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고, 인기 상품이나 신상품의 경우 손님이 바로 알 수 있도록 중앙에 진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유는 우유끼리, 커피는 커피끼리, 상품군에 알맞은 진열도 쇼핑의 편리함을 더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연계 상품을 함께 진열하는 것도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와인 옆에 코르크오프너를 비치하고 라면 옆에 즉석밥을 두는 식이다.
고객의 동선을 파악해 점포에 들어와 나갈 때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키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시간에 따라 진열 상품에 변화를 주는 것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계산대 전면 진열대에 주간에는 간단한 먹거리를 진열하고 야간에는 숙취음료와 콘돔 등을 진열하는 등 시간에 따라 많이 찾는 상품을 비치하면 충동구매와 즉시구매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편의점 이색 상품
채소도 있고 과일도 있고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수는 2500~3000가지에 이른다.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는 얘기. 점포 안을 잘 들여다보면 생각 외의 제품을 발견하기도 한다. 볼런터리 편의점 운영자들이 밝히는 나만의 독특한 상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청과류와 야채 등 신선식품. 제철이 아니어도 언제든 신선한 과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직접 블렌딩한 커피. 1000원 남짓한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와이퍼 워셔액 엔진세정제 등 자동차용품.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편의점의 경우 긴급히 자동차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효자 상품이 되고 있다.
일본 지방 편의점 생존전략
이젠 직접 만들어 드삼~
일본에서 지방의 체인 편의점들이 독특한 시도를 통해 대기업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1040여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세이코마트’(セイコ-マ-ト, www.seicomart.co.jp)는 편의점으로는 이례적으로 가게 내에서 직접 조리를 한다. 요리의 대상은 기본적인 식사 품목. 돈가스덮밥(500엔) 닭고기덮밥(420엔) 연어왕주먹밥(160엔) 등 가격도 일반 음식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식당처럼 점심, 저녁시간에 비즈니스맨과 학생의 수요가 크다고 한다.
편의점 ‘코코스토어’ 역시 점내 조리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총 1085점포 중, 점내조리를 실시하는 곳은 548점포. 316점포에서는 가게 내에서 구운 빵까지 제공한다. 가게에서 직접 조리한 반찬과 도시락, 빵 등은 전용 매장에 진열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품목은 ‘폭탄주먹밥’이다. 매실 연어 다시마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주먹밥으로, 교외 로드사이드점의 경우 하루 300개가 팔리는 날도 있단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
자료제공=소상공인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