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페로비치 기막힌 기승술 빛 발해…골절로 더 이상 경주로에서 못 볼 듯
세이브더월드가 8월 2일 열린 코리안더비(G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료사진.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출발과 동시에 4번 영천질주와 우승 후보였던 9번 터치스타맨이 게이트에서 늦게 나왔고, 초반 선두는 문세영의 8번 최강특급이 나섰다. 그 뒤를 외곽(14번)에서 롤러블레이드가 바짝 따라붙었고, 페로비치의 3번 세이브더월드와 6번 라온터프맨, 10번 닥터카슨이 바로 뒤에서 선입으로 맞섰다. 3위를 기록한 흥행질주는 그 뒤 안쪽에서 자리 잡기에 성공한 반면, 출발이 나빴던 터치스타맨은 최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건너편 직선주로를 지나 4코너 접어들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결승선에 들어서자 인코스 선입의 최적 전개를 펼쳐왔던 세이브더월드가 치고 나왔다. 앞서가던 최강특급과 롤러블레이드의 걸음이 무뎌지며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했고, 바로 뒤에서 힘을 아꼈던 라온터프맨과 흥행질주도 안쪽에서 치고 나오며 막판 삼파전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결국 페로비치가 인코스 선입의 기막힌 기승술을 발휘한 세이브더월드가 1.25마신 차 우승을 거뒀고, 결승선 통과 시까지 접전에 접전을 벌인 2위 싸움에서는 막판 한발을 더 쓴 라온터프맨이 머리 차로 이겼다.
지난해 브리더스컵과 직전 삼관마 첫 관문인 KRA컵 마일에서 늦은 출발로 경주를 망쳤던 세이브더월드는 이번에 페로비치 카드가 적중하며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났다. 필자가 여러 번 동영상을 돌려본 결과 우승의 원동력은 단연 ‘페로비치’였다. 고질병(?)이었던 스타트를 깔끔하게 해냈고, 이후에 자리 잡기와 스퍼트 타이밍이 완벽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한편 직전 KRA컵 마일에서 우승,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된 터치스타맨은 출발과 동시에 미끄러지며(마사회 재결발표) 늦은 출발을 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브리더스컵을 제패하며 최고의 2세마로 선정된 롤러블레이드는 구절염과 골연골증으로 인한 장기간의 공백이 패인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코리안더비 우승마 세이브더월드가 부산 귀향 후, 구절 쪽에 문제가 있어 진료를 받은 결과, 종자골 골절로 판명되었다. 따라서 아쉽지만 더 이상 경주로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듯하다. 해당 마주 신우철 씨는 수술을 고려했으나, 수술이 잘못될 경우 더 위급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수의사의 권고에 따라 향후 씨수말 전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부경 11조 김보경 조교사에서 현재 김영민 조교사에 이르기까지 마방 식구들의 지극정성으로 향후 한국 경마의 대들보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아쉬운 작별을 고하게 됐다. 한편 같은 대회에 같이 출전한 서울의 ‘케이앤로드’ 역시 결승선 통과 후 우전 구절 탈골로 인해 경주부적격 판정이 나와 아쉽게 경주로를 떠나게 되었다.
3세 마필들은 아직 골격이 완성되지 않은 만큼 매사가 조심스럽고 특히나 서울과 부산의 장거리 이동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빡빡한 마사회의 대상 경주 일정에 맞추다 보면 자칫 경주마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기에, 혹사가 아닌 진정한 능력을 경마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