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출루하면 한국이 타점
한국시장의 매력 가운데 가장 우선은 증시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이 완만히 증가하면 성장이 주가 할증의 배경이 되면서 주가수익비율(PER)도 동반 상승했다. 그런데 2009년 이후 주가상승 속도보다 실적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면서 PER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며 현 증시를 저평가 상황으로 규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익개선 속도가 빠른 IT(정보기술)와 자동차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며,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곽병렬 유진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자동차와 같은 대표 수출업종은 고점 수준의 설비투자조정압력과 가동률을 기록한 반면 설비투자증가율은 여전히 고점과 괴리도가 크다. 주요 수출처인 미국도 가동률은 낮은 수준이지만 설비투자압력은 역사적 고점 수준이어서 고용지표가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익 증가가 설비투자로 이어져 다시 이익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란 뜻이다. 특히 미국의 고용회복은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의 수요처 확대다.
다음으로 우리 증시는 돈의 드나듦도 자유롭다. 외환위기 이후 개방경제 체제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거 유치된 것은 그 증거다. 실제 우리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이머징(신흥국)으로 몰려든 외국인 자금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 한국에 투자됐다. 지난해 FTSE선진지수 편입에 이어 올해 MSCI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그만큼 투자에 유리한 개방구조를 가졌다는 방증이다.
셋째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변동성도 크지만, 이 같은 출렁임이 투자자에게는 매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까닭에 늘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컸다. 급격한 자금유출입은 시장불안 요소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투자하는 입장이라면 주기적으로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면 투자매력이 없다. 어느 정도 출렁임이 있어줘야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넷째는 한국인이 투자하기에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곳은 바로 우리 시장이라는 사실.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가 많은 만큼 실패 확률도 낮다. 기관자금을 운용하는 S 운용사 팀장은 “한국시장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전문투자기관들도 늘 자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A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 바뀌게 되면 최대 수혜가 한국에 돌아갈 것이란 게 외국인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 도대체 중국이 어떻기에 우리가 중국 덕을 본다는 걸까. 중국 시장의 매력도 다섯 가지로 압축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중국시장의 매력은 역시 인구로 대표되는 규모의 경제다. 미국은 인구 3억 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 6417달러다. 중국은 인구 13억 명에 1인당 GDP는 3600달러 수준이다. 중국 인구가 미국의 4.3배인 만큼 산술적으로 중국의 1인당 GDP가 미국의 23%, 즉 1만 712달러만 되면 미국과 같은 구매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선 도시는 2007년 2곳에서 2008년 6곳, 2009년 11곳으로 늘었다.
이들 11개 도시 인구는 9385만 명, GDP는 전체가 1조 727억 달러, 1인당 GDP는 1만 1430달러다. 우리나라 전체보다 경제 규모가 크다. 게다가 현재의 가파른 경제성장 속도와 위안화 절상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1인당 GDP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세계 3위다.
중국의 두 번째 투자 매력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정치·권력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은 ‘긴축’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긴축정책을 펴왔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투자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A 증권사 고위 임원은 “국내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도 중국의 정책시행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각국 간 이해가 엇갈리는 유럽, 공화당과 반목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의 정치체계는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일사불란하게 시행되는 경향이 강해 정책 효율도 높다. 아울러 13억 인구 중에 선발된 뛰어난 인재들이 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로 중국은 역사적으로 대국의 경험이 풍부해, 대국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점이다. 사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군사 문화 측면에서도 중국은 이미 아시아 패권국가다. 네 번째, 한국 증시가 중국 때문에 유망한 이유와 같다. 이제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한-중 경제관계는 한국이 유망하면, 중국도 유망하고, 중국이 유망하면 한국도 유망하게 됐다.
마지막으로는 중국 증시의 상승 잠재력이 이머징 국가 가운데 가장 크다는 점이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물론 미국이나 한국 증시 지수를 비교해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최저점 대비 반등 폭은 가장 적은 수준이고, 최고점대비 회복률은 가장 낮다. 게다가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하다. 통화강세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환차익 가능성을 높인다. 일석이조의 투자효과가 기대되는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