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이후 합법적 베팅산업 경륜, 경정을 비롯해 경마, 소싸움 등 개장이 지속적으로 연기되자 ‘불법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도박 규모는 81.5조 원으로 합법 사행산업 22.4조 원의 약 3.6배 수준이다. 이는 2016년 70조 원 대비 15%가 증가한 수치다. 이중 불법 스포츠 도박은 20.5조원, 불법 경륜-경정은 3.4조 원으로 전체에 34%를 차지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재기) 기금조성총괄본부는 민간단체, 모니터링단 등과 손잡고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을 위해 합동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30여 년 동안 ‘기적’으로 불릴 만큼 큰 성장을 이뤘다. 3521억 원(잉여금 3110억 원+체육진흥재단 승계금 411억 원)의 기금으로 출발했지만 경륜-경정-스포츠토토 등의 기금조성사업을 통해 2018년 말까지 15조1040억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활체육-엘리트체육-장애인체육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를 지원하며, 우리나라 체육재정의 90% 이상을 담하는 스포츠복지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륜-경정 사업을 통해 얻어진 매출은 경륜경정법에 근거해 고객에게 72%가 환급되고 16%가 레저세 등 공공재원으로 조성되며 남은 수익금은 국민체육진흥과 청소년 건전 육성 등을 위해 전액 출연하고 있다. 이처럼 경륜-경정 사업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이 사회로 환원되는 구조로써 ‘불법도박’을 근절해야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생계위협 받는 선수들 대리운전, 막노동, 택배 상하차 등 일해
스피돔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 선수들은 경주에 출전해야만 임금을 보전받는 구조인데 코로나19 이후 단 한 경기도 열리지 않아 지난 6개월간 선수들에게 지급된 수당은 1인당 시범경기 2회에 228만원, 대출금 300만원이 전부였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본부의 지침에 따라 2주 단위의 출전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코로나19로 경륜 경기가 모두 취소되면서 선수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경륜-경정법 제 16조 손실보전준비금을 통한 최소한의 선수 생계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륜선수 A 씨는 “가장으로써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하다”며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에 대비해 “오토바이를 사서 배달대행을 하려고 했으나 사고의 위험으로 혹시나 앞으로의 선수생활을 못하게 될까봐 그나마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일생의 전부를 바쳤던 자전거 인생이 코로나19로 인해 이렇게 끝날까 걱정하며 훈련 대신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러 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 예상지, 주변 상인관계자들 모두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어 빠른 운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베팅 불허, 우리나라가 유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경륜-경정을 비롯해 경마와 소싸움 등 국가의 관리속에 이뤄지는 합법적베팅 산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언택트(Untact-비대면)문화 속에서 베팅도 온라인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과 홍콩 등에서는 경륜-경정-경마 같은 스포츠 경주류의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베팅을 불허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온라인으로 베팅을 하게되면 도박성이 강해질 우려가 있으나, 금융실명제가 확고하게 시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에서는 경륜-경정을 비롯해 경마와 소싸움 등 베팅은 100원부터 10만원까지 구매상한선이 있지만 베팅산업의 도박성을 염려해 오프라인보다 크게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불법베팅에서 벗어나 합법베팅으로 돌아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기금이 조성돼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이 이뤄 질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주가 중단되면서 체육진흥을 위한 기금 조성도 힘들어졌으며, 마사회의 축산발전기금 등도 지금으로는 마련할 길이 없다. ‘불법도박’을 근절하고, 개장 후 또 다시 확산할 우려가 있는 코로나19 위험성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온라인베팅이 유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희준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