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달부터 ‘미스터리 쇼핑’ 나서…사실상 판매 중단 실효성 의문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을 비롯해 사모펀드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점검에 나선 가운데, 판매사들은 사모펀드와 선을 긋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미스터리 쇼핑은 고객으로 가장한 조사원이 금융사의 상품 판매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등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매년 업종을 바꿔가며 진행해왔고, 올해는 표본을 더욱 확대해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점검은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5개월간 진행된다. 점검대상은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 및 그 밖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다. 금감원은 전국 은행‧증권사 등 영업점에서만 800회의 조사를 진행하고 보험상품 모집인 등을 대상으로 500회, 텔레마케팅채널과 다이렉트채널 등 비대면채널에서는 300회를 점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상품 중 사모펀드에 대해 집중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에서 연이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실시될 점검에서 금감원이 사모펀드 판매의 문제를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다수 시중은행이 불완전판매 의혹에 연루되면서 은행권 전반에서 사모펀드 판매에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애초에 적었던 데다, 여러 사건이 발생하며 리스크가 더 커진 탓에 은행들이 사모펀드를 꺼리고 있다”며 “은행들이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않고 있어 금감원이 올해 미스터리 쇼핑에서 사모펀드 판매 과정을 살펴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역시 “판매사들이 사모펀드와 리스크가 있는 금융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한 상황에서 암행점검이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DLF사태에 따른 징계로 사모펀드 신규판매가 중단된 우리은행은 오는 9월 판매를 재개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재개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함께 DLF사태로 징계처분을 받은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으로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판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신한은행은 사모펀드 판매 비중을 대폭 축소했고,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수협은행 등도 지난 1분기 사모펀드를 아예 판매하지 않았다.
한편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판매 프로세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최근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자체적인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점수가 낮은 7개 영업점의 투자상품 판매를 한 달간 금지하는 강수를 뒀다. 하나은행의 경우 금융상품 판매 전 과정에 일원화된 매뉴얼을 적용하는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하려면 이전에 시장이 안정화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발맞춰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금융상품 판매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