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7인방’ 예능계 허 찔렀다
‘남자의 자격’이 처음 신설됐을 때 걱정의 눈빛을 보낸 방송 관계자들이 많았다. 심지어 KBS 내부에서조차. 유행에 편승한 ‘집단 버라이어티의 아류작’이라느니, SBS <라인업>의 실패로 절치부심하던 ‘이경규의 안쓰러운 몸부림’이라느니 하며 말이다. 실제로 이경규는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하차하며 데뷔 후 첫 KBS 주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키로 해 화제가 됐는데, 당시 이경규의 변(?)은 이랬다.
“물은 계속 흘러야 한다. 물이 너무 한 곳에 오래 고여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남자의 자격’의 한 제작진은 이경규가 방송사를 옮기면서까지 사력을 다했던 만큼, 그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했던 노력도 대단했다고 전한다.
그는 최근 방영된 ‘남자의 자격’ 강연 편에서도 밝힌 것처럼 제작진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피한다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더욱이 <라인업> 실패 이후로 시청자들조차 자신을 외면한다는 생각에 그의 슬럼프가 시작됐는데, 이때 그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이미지 변신이었다.
한동안 독재자 이미지를 갖고 있던 그는 실제로 ‘남자의 자격’ 방송 초반 김국진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당하는 ‘톰과 제리’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또한 이외수 남진 등의 출연으로 1인자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움직임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는 제작진과 상당 부분 협의된 부분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경규는 한사코 자신이 출연진 섭외에 간섭하는 바가 없다고 전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추천이나 말 한마디가 섭외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한다. 현재 ‘남자의 자격’ 출연진 7명 중 4명(이경규 김국진 이윤석 윤형빈)은 모두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다른 세 명의 섭외 역시 이경규와 제작진 사이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하는데, 특히 김성민 섭외과정이 가장 재밌다.
제작진이 열정적인 쾌남 캐릭터를 원했는데 그 적역으로 김성민이 물망에 올랐다. 그런데 이경규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 이유는 이경규와 김성민의 악연 아닌 악연(?) 때문. 3년 전 이경규의 ‘돌아온 몰래카메라’ 이성재 편에서 김성민이 도우미였다. 하지만 김성민의 열정이 너무 지나쳐 어색한 연기가 반복됐고 이는 이성재가 몰카임을 눈치 채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때문에 이경규는 이때부터 김성민에 대한 불신(?)이 시작됐다고. 어렵사리 ‘남자의 자격’에 합류한 김성민. 그는 자신의 예능 데뷔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방송 초반 한 연예정보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예능도 밤샘 촬영인데 힘들지 않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그럼 제가 반문을 할게요. 리포터님은 취재 다니는 게 힘드세요?”라며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한 번도 지쳐본 적이 없습니다. 즐거우니까요.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몰입을 하면 되고 예능에서는 살짝 정신 줄을 놓으면 되죠”라고 답한 것.
첫째는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 실제로 그는 방송초기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체력전이 돼버린 예능 트렌드에 적응되다보니 그 또한 건강이 좋아졌다고. 둘째는 그가 무대에 오를 때 그의 이름이 연호되는 것이라고. 오랜 기간 활동했지만, 그가 무대에서 들어본 함성은 주로 본인의 이름이 아닌 ‘이승철’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수천 명의 관객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광경을 보며, ‘이게 예능의 힘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방송 초반 시청자들로부터 ‘멀쩡하게 생겨서 왜 저기에 앉아있지?’라는 평을 들었던 배우 이정진. 그는 ‘미남은 망가지지 않는다’는 정설을 깨고 매주 의외의 모습을 선보이며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아예 최근에는 “예능에 적응해 개그 욕심을 내고 있다”는 속내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시도하는 독창적인(?) 개그를 멤버들이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
멤버 가운데 김국진은 자신의 인기 비결과 ‘남자의 자격’의 성공비결을 “그럭저럭”이라 표현했다. 자신의 방송 복귀에 사람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는 기대감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그러다보니 ‘그럭저럭’ 해내는 자신의 모습에 사람들이 기대 이상의 박수를 보내준다고 그는 분석했다.
또한 뭘 해도 ‘그럭저럭’ 해내는 일곱 명의 멤버들에 대중들은 동질감을 느껴 ‘그럭저럭’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일곱 명의 멤버 모두가 꼽는 가장 고생하는 멤버는 관연 누구일까?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윤석이다. 약골로 알려진 그답게 수많은 미션에서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고 있다고. 특히 그는 노약자 대우(?)를 받는 김태원과는 다르게 모든 미션에 투입되다보니 몸이 만신창이가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가장 아찔했던 기억으로 전투기 탑승 훈련을 꼽았다.
그는 “당시 방송에 나온 그대로 실신했었다”며 “이를 설정이나 개그로 받아들인 분들의 비난에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다.
한편 ‘남자의 자격’의 막내 윤형빈은 자신의 ‘남자의 자격’ 합류를 행운이라 말한다. 특히 그는 자신을 이끌어준 이경규를 ‘존경할 만큼 웃긴 분’이라고 표현하는데, “회식자리 등에서 자신의 선천적인 소질 부족을 탓하는 이경규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늘 반성하고 또 이를 악물게 된다”고 전했다.
주영민 연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