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힘 뺀 장본인” VS “도우미일 뿐…오해다”
“개그우먼 A라고 아세요?” 모 구단 관계자가 물었다. 모를 리 없었다. 2년 전부터 꾸준히 야구계 인사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였다. “그럼 그 친구가 선수들 스폰서라는 것도 아시겠네요?” 그 또한 모르는 바 아니었다. 최근 들어 선수들의 부상이나 소문 뒤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아니, 다 안다면서 왜 가만있는 거예요? 처럼 확 까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기자를 노려봤다. 개그우먼 A 씨에게 사무친 감정이 많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팀의 핵심선수가 A 씨가 소개해준 여자 연예인 때문에 부진하다고 믿고 있었다. 내막은 이렇다.
A 씨는 전직 개그우먼이다. 그렇다고 유명 개그우먼은 아니었다. 방송사 공채 출신이 아니었던 까닭인지 연예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A 씨는 짧은 방송 경력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탄탄한 연예인 인맥을 다졌다. 그를 잘 아는 모 야구계 인사는 “A가 20대 중반부터 강남에서 유명한 퓨전 포장마차를 운영했다”며 “만난 지 1시간 만에 ‘누나·동생’ ‘오빠·언니’ 사이를 만드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포장마차를 찾는 많은 연예인과 친분을 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이 유명해지면서 스포츠 스타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선수들뿐만 아니라 유명 아마추어 선수들도 단골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포장마차에서 연예인들과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건 당연한 터. 사단은 이때부터 발생했다. A 씨가 남자 선수들과 여자 연예인들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주선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 팀의 투수와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는 여자가수의 만남이었다. A 씨가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둘의 만남은 지난 겨울 야구계를 술렁이게 할 만큼 뜨거웠다. 지방 팀의 내야수 K와 아이돌 출신의 여가수와의 만남도 A 씨의 주선이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외에도 야구계가 A 씨의 주선작으로 꼽는 ‘선수-연예인 커플’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A 씨의 주선은 항상 뒷말을 대동한다. 주선을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선수가 여자 연예인을 만나기 시작한 뒤부터 부상이 잦아지고, 운동도 게을리한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이 A 씨를 성토하는 주된 이유다.
야구계가 A 씨의 주선을 모두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상대가 연예인이건 누구건 판단은 결국, 성인인 만큼 선수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정작 야구계가 A 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건 구단 고위층과의 관계다. A 씨는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야구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특히 모 구단과는 구단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정도로 특별한 관계다.
A 씨는 퓨전 포장마차와 함께 몇 년 전부터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했다. A 씨는 지난해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수와 구단의 연봉협상을 매개해 선수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며, 광고대행 등 스포츠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스포츠 에이전트를 정의하고 “자신이 오래전부터 그 일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 씨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을 국내 화장품 회사와 연결해 광고모델로 등장시키는 수완을 발휘한 바 있다. 지난해엔 넥센 히어로즈의 광고영업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모 구단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도 구단 고위층과의 돈독한 관계보다는 이 구단과 광고를 비롯해 여러 가지 사업을 같이하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야구계에선 “그렇다면 구단과의 관계를 더 조심히 설정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A 씨가 구단 고위층과의 친분을 활용해 사업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에도 그를 옹호하는 이들은 많다. A 씨의 지인은 “선수들과 연예인의 만남을 주선한 건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선수들이 ‘누나, 여자친구로 연예인 좀 소개시켜줘’라고 부탁하면 A 씨가 마지못해 들어주는 식이었다”고 반박했다.
A 씨를 옹호하는 이들 가운데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다. 특히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적극적이다. 이유가 있다. A 씨는 그간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사재를 털어 용품을 사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광고영업을 통해 안면을 익힌 기업들에게 찾아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후원해달라고 간청해, 몇 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 때문에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회가 끝난 뒤 A 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A 씨는 지난 1월 27일, <일요신문> 기자와의 만남에서 자신을 향한 야구계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이렇게 항변했다.
“워낙 야구를 좋아하고 선수들을 도와주려했던 행동들이 모두 이상한 소문으로 확대돼 심적 고통이 크다. 내가 마치 선수들의 ‘마담뚜’처럼 비춰지는 것도 감당하기 힘들다. 난 단 한 번도 선수들과 여자연예인들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소개시켜준 적이 없다. 선수가 연예인을 만나면 모두 내가 해준 것처럼 오해한다. 한때 스포츠와 관련된 사업을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주위에서 ‘네가 뭘 잘못했다고 그만두느냐’고 만류해서 고민 중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순수함과 사업적인 목적으로 야구장을 드나들었던 게 기자들이나 다른 야구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