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박지성 방패 이영표 “너희를 믿는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
2002년 4강 신화를 이룬 그 때의 환희가 잊히지 않기 때문일까. 신구 세대 조화를 이룬 허정무호의 조직력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약 80%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스스로를 축구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설문에 응한 20대 남성은 “한국 축구는 강하다. 2002년 때보다 강한 전력을 갖췄다. 2002년에 4강 진출이니 당연히 이번엔 우승 아닌가”라며 한껏 기대를 부풀렸다.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붙여 달라’는 기자의 당부에 “국민의 애국심을 시험하지 말라”며 우승을 염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들처럼 한국 축구의 월드컵 우승을 예상한 시민들은 전체의 14%나 됐다. 16강 진출은 34%, 8강, 4강 진출은 각각 21%, 10%를 차지했다.
반면, 16강 탈락을 예상한 시민들도 21%를 차지했다. 한 30대 남성은 “FIFA랭킹으로만 봐도 알 수 있다. 47위인 우리나라가 4위인 아르헨티나, 13위인 그리스, 21위인 나이지리아에게 이길 수 있을 거라 보는가?”라며 탈락을 예상했다. “내가 원하는 성적이 아니라 한국 축구 성적을 예상해서 붙이는 거죠?”라고 울상을 지으며 탈락 칸에 스티커를 붙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시원한 첫 골을 선사할 선수는 누굴까. 역시 1위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 박지성(25.6%)이 차지했다. 첫 골의 주인공으로 박지성을 꼽은 이유에 대해선 “사실 박지성밖에 모른다”, “박지성이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나쁜 남자’ 세리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등 재미난 답변들이 속출했다.
그렇다면 박지성의 뒤를 이어 첫 골의 주인공으로 꼽힌 선수는 누구일까. 16%의 득표율을 보인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었다. 그는 역대 최강 공격라인으로 불리는 ‘양박쌍용’ 중 세 선수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자신을 ‘염기훈 팬’이라고 밝힌 한 20대 여성은 “모두가 양박쌍용에 집중할 때 난 염기훈만 바라보겠다”면서 “월드컵 출전을 위해서 수술을 감행한 그 용기, 경기력을 되찾기 위한 그의 성실한 모습이 정말 멋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박주영(13%), 이청용(11%), 기성용(9%)이 그의 뒤를 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조커’ 안정환은 7%를 차지하며 시민들이 그에 거는 기대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40대 한 남성은 “월드컵에서 세 골을 터뜨리며 조커 본색을 발휘한 안정환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승렬보단 안정환이지”라며 ‘새내기 조커’를 향한 경계심을 살짝 드러냈다.
▲ 박지성(왼쪽).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에 포함된 수비수 이영표. 연합뉴스 |
이근호를 제치고 월드컵 최종 엔트리로 발탁된 ‘젊은 피’ 이승렬도 4.3%를 차지했다. 이승렬의 최종 엔트리 발탁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20대 남성은 “에콰도르전 결승골을 보고 허심도 흔들렸을 것이다.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라며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 번의 찬스를 제대로 살리는 그의 ‘조커’ 역할에 기대를 걸어본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16강 진출과 첫 골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베스트 11을 향한 관심도 높았다. 허정무 감독의 선발에 앞서 시민들이 바라는 국가대표 베스트 11을 선정해봤다. 먼저 최종 엔트리로 선발된 23명의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구분한 뒤 ‘4·4·2’ 포메이션을 가정해 골키퍼 1명, 수비수 4명, 미드필더 4명, 공격수 2명을 뽑아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시민들이 뽑은 대표팀의 수문장, 골키퍼는 역시 이운재(53%)가 차지했다. 한 20대 남성은 “K리그에서 경기력 논란이 거세긴 했지만 월드컵에선 그래도 이운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팀이 모이는 큰 무대인 만큼 그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이운재에게 한 표를 줬다.
“축구를 잘 모른다”며 선수들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한 20대 여성은 이운재 선수를 가리키며 “우리 삼촌이랑 닮았다”는 이유로 그를 꼽기도 했다. 에콰도르 평가전과 일본전에서 선방하며 골키퍼 주전 경쟁에 뛰어든 정성룡(24%)은 김영광(23%)을 1%란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며 이운재의 뒤를 이었다.
남미와 유럽의 강팀을 대적할 막강 수비수로는 이영표(37%), 차두리(29%), 김동진(8%), 이정수(7%)가 뽑혔다. 이영표를 뽑은 시민들의 대다수가 ‘메시’를 언급하며 “메시를 막을 자는 이영표다. 본인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지 않았나. 이영표만 한 수비수가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차두리의 경우 중·고등학생들의 몰표를 받았다.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들을 초토화시키던 그의 드리블을 잊을 수 없다는 것. 교복을 입고 나타난 5~6명의 학생들은 “차미네이터, 널 믿는다”, “유럽 선수들 다 한방에 날려버려”라며 재미난 반응을 보였다. 설문에 응한 중년 남성들은 “곽태휘 선수가 너무 안타깝다. 안 그래도 수비가 불안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10~20대 젊은 층은 “수비가 약하면 공격으로 승부하면 된다. 선수들 전부가 힘을 합하면 문제없을 거다”라고 긍정론을 펼치기도 했다.
▲ 박은숙 기자 espack@ilyo.co.kr |
최전방에서 상대팀의 골문을 열어젖힐 공격수로는 박주영(39%), 이동국(28%)이 뽑혔다. 한 20대 남성은 “박주영은 천부적인 골 감각, 스피드 등 스트라이커가 지녀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첫 골을 기록할 선수도 당연히 박주영이다”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동국을 꼽은 시민들의 대부분은 “그동안의 설움을 한 번에 씻어버리길 바란다”, “부상을 털고 일어나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려달라”는 등 기대 섞인 응원을 보내왔다. 안정환은 23%, 이승렬은 10%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올해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팀을 예상해봤다. 이번 월드컵에는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잉글랜드, 프랑스 등 역대 우승 팀들이 빠짐없이 참여하는 만큼 축구팬들의 관심이 드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번 월드컵 우승팀으로 대한민국(32%)을 꼽았다.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눈엔 우리나라가 최고다”라며 대한민국을 선택한 이도 있었고 “객관적인 분석에 따른 것이다”라며 ‘자신의 판단’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었다. FIFA 랭킹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브라질(24%)과 스페인(23%)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2차전에서 만나는 아르헨티나도 10%를 차지했다. FIFA랭킹 90위인 남아공(1%)에 스티커를 붙이는 시민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첫 골 주인공은?
박지성-25.6%
염기훈-16%
박주영-13%
이청용-11%
대표팀 예상 성적은?
16강-34%
8강-21%
4강-10%
우승-14%
탈락-21%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