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대학 제재절차 늑장, 해당 업체 관련 사업 독식…유착 비리의혹 부상
한국농수산대학에 설치된 ‘자연광형 정밀 환경조절시스템’
[전주=일요신문] 한국농수산대학이 외자구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장비를 국내산으로 속여 구매조건을 위반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입찰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산대학이 조달청에 요청해 2018년 4월 17일 발주한 외자구매 입찰 ‘자연광형 정밀 환경조절시스템 8set’로 당시 배정금액이 147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15억 8,539만 5,000원 규모이며 일반경쟁입찰 적합자 중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같은 해 5월 15일 개찰결과 E사가 낙찰업체로 선정됐고 2019년 12월 해당 장비에 대해 설치가 완료돼 성능테스트를 거쳐 검수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2020년 1월 100% 외자구매 조건을 위반하고 일부 주장비와 부속장비를 국내산으로 납품해 원산지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E사의 입찰가격은 미화 147만달러로 주장비와 부속장비 모두를 외국산으로 납품하는 조건을 제시했으며 같은 해 8월 30일 14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E사는 납품 이행과정에서 가격이 8만 8,000달러인 주장비 토양통 8대와 부속장비를 국내산으로 납품했다.
입찰공고문에는 입찰 및 구매조건에 주장비와 부속장비 모두가 외자이면 외국 통화로 입찰가격을 견적하고 주장비는 외국에서 공급되고 부속장비가 국내 생산 또는 공급되는 경우 각각 해당 국가의 통화로 견적하도록 돼 있으며 위반할 경우 입찰을 무효로 하도록 돼 있다.
또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55조와 시행규칙 제67조 등의 규정에 따라 계약이행을 완료한 지 14일 이내에 검사를 완료하고 계약이행의 내용이 계약내용과 적합하지 않을 때 사실 및 조치에 대한 의견을 검사조서에 기재해 소속 중앙관서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해야 한다.
E사의 원산지 위반은 입찰 및 구매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국농수산대학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6개월여가 지난 뒤에야 조달청에 알리고 입찰참가자격 검토를 요구해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E사의 입찰 및 구매조건 불이행은 부정당업체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인데도 이미 2019년 7월 24일 발주된 2차 입찰에서도 낙찰돼 납품을 진행 중이고 위반 사실이 확인된 지 5개월여가 지난 6월 20일 3차 입찰에서도 낙찰돼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 제27조(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제1항 제1호에는 ‘계약을 이행할 때에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는 2년 이내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야 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주요조건(입찰공고와 계약서에 이행을 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한 경우에 한정한다)을 위반한 자’로 적시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은 입찰 및 구매조건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도 입찰 무효조치는커녕 검사조서 제출을 6개월 가까이 늑장을 부리면서 해당 업체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3차 입찰까지 응찰해 낙찰을 받게 돼 밀착 의혹을 사고 있다.
해당 업계에서는 한국농수산대학의 3차에 걸친 식물생장조절실 장비구매 입찰에서 이 같은 입찰 및 구매조건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동일 회사가 2차 입찰에서 낙찰된데 이어 3차 입찰에서도 낙찰업체로 선정된 배경에 의혹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의 식물생장조절실과 관련된 장비구매 사업은 2018년 1차 ‘외부 기후변화 실습시설 설치(SPDS 8대, 17억)과 2019년 〃(SPDS 8대 4대, 8억·SFDS 6대 60억), 2020년 내부 기상환경조절시설(FWS 10대, 75억) 등으로 160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특정업체가 독식한 것이다.
또 1차 계약 이행과정에서 자금 흐름의 투명성에도 적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외자조달 장비를 국내에서 제조 납품했으나 서류상으로 미국산으로 정산됐을 가능성이 높아 외환거래상 이중 거래나 자금세탁 통로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가입찰로 진행된 1차 입찰에서 응찰업체 2곳 가운데 E사보다 30%나 낮은 가격을 제시한 D사가 입찰품목의 상세규격서 부적합 판정으로 탈락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를 묵살 당한 배경도 석연찮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D사는 입찰공고 사양과 동일한 사양서를 제출하면서 참고자료로 카탈로그와 도면을 제출했으나 사양서의 내용이 도면에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D사는 “도면은 참고자료로 반드시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서류로 사양서에 모든 사양이 기재돼 있어 기술면에서 문제될 것이 없었고 사양서의 모든 내용을 참고자료인 도면에 기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E사는 2019년 7월 24일 발주된 2차 입찰에서도 낙찰을 받았으며 같은 11월 6일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1월 10일까지 납품을 완료하기 했으나 다시 납기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업계에서는 E사가 1차 사업에서처럼 토양통을 국내에서 제작한 것으로 확인돼 한국농수산대학이 반납조치하고 지난 1월 15일까지 해외제품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납기일정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지난 4월에 4개월 납기연장을 요청했지만 거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구매조건을 위반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특정업체의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기피하려는 시간벌기 의혹의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업체와 유착에 의한 입찰비리 가능성이 큰 만큼 사실 규명과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수산대학 관계자는 “검수 과정에서 성능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토양통이 국내 제품인 것으로 확인돼 올해 연말까지 교체 설치하기로 했다”며 “계약에 관한 사항은 조달청 소관으로 조달청 회신 결과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은 T사에 보낸 회신을 통해 “입찰무효 조건은 해당 공고 건에만 적용되나 이는 입찰무효 처분이 아닌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 등을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사실 여부와 처분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처분 전의 입찰공고는 부정당업체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알려왔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ssy14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