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인사들에 대한 인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코스닥 등록법인 8백90개 중 10%에 가까운 80여 개 사의 대표이사가 삼성그룹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 기업의 경우 삼성 출신 경영인이 영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세칭 ‘CEO 주가’ 현상을 보여 삼성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갖는 신인도를 여실히 보였다.
삼성 출신으로 가장 각광을 받았던 인물은 ‘TK의 대부’라고 불리는 신현확 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엄격히 말하면 신 전 총리의 경우 원래 관료로 일하다가 이병철 전 회장의 천거로 삼성그룹 경영인으로 일했다. 하지만 신 전 총리의 경우 관료생활보다 삼성그룹에 몸담은 기간이 더 길 정도로 삼성과 인연이 깊다. 특히 신 전 총리는 이병철 전 회장의 고명을 받아 이 전 회장이 작고한 지난 87년부터 이건희 회장 체제가 제자리를 찾을 때인 91년까지 삼성물산 회장을 지내면서 이 회장의 경영수업을 맡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사장을 지냈던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은 DJ정부 시절 각료로 입성해 정보통신 분야를 주도하기도 했다.
남 전 장관의 경우 재직시 한국통신(KT) 민영화, 통신사업 재편안 등 획기적인 방안을 추진해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그룹을 떠난 후 정치에 몸담았지만 기대만큼 일이 잘 풀리진 않았다.
진대제 장관의 정통부 입성은 삼성그룹 관계자들조차 놀랐던 일이다. 진 장관은 경남 거창 출신으로 이병철 전 회장의 고향 사람이다. 거창에서는 1백년 만에 한 번 나올 수재로 각광받은 진 장관이 삼성그룹에 몸담게 된 것은 이병철 전 회장의 각별한 애정 덕택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진 장관이 떠난 뒤 그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아 한동안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진 장관의 공백을 윤종용 부회장 등이 맡고 있지만 삼성은 진 장관이 관료생활을 마친 뒤 컴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영기 전 사장의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영입은 금융권에서도 놀란 하나의 ‘사건’이었다. 특히 대기업 증권사 사장이 일약 시중은행장으로 도약한 경우는 김정태 국민은행장 이후 처음 있는 사례.
▲ 진대제 정통부 장관(왼쪽),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 | ||
황 회장의 경우 삼성그룹 내에서도 금융사업을 전담할 핵심 인사로 보아왔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삼성생명-화재-증권을 묶어 금융기업군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황 회장이 이 분야를 맡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우리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일단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이동에 대해 다른 해석도 오가고 있다. 당초 황 회장은 포스트 이학수를 꿈꾸었으나 올해 인사에서 이학수-김인주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서 그룹을 떠났다는 것. 물론 이에 대해 삼성측은 부인하고 있다.
황 회장 외에도 금융권에 현재 몸담고 있는 삼성그룹 출신은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 신은철 대한생명 사장, 박해춘 LG카드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맨들의 활약은 벤처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NHN 이해진 부사장, 레인콤 양덕준 사장, 시큐어소프트 김홍선 사장 등은 삼성그룹이 배출해낸 대표적인 벤처기업인들.
이해진 부사장과 양덕준 사장은 모두 삼성SDS 등에서 일하다가 나란히 분사한 경영인들이다. 특히 이들 두 사람은 분사하면서 갖고 나온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에 나서 현재 시가총액 1조원대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으로 키웠다.
삼성맨에 대한 선호도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합작사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진다.
미국 GE그룹의 한국 법인인 GE코리아의 이채욱 사장을 비롯해 올림푸스한국의 방일석 사장, 소니코리아 이명우 사장, 한국후지쯔 윤재철 사장, 한국유니시스 강세호 사장 등도 삼성그룹 출신이다. 강세호 사장은 한때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에서 일한 재무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