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19일과 청탁성 전화 의혹이 핵심 쟁점…변호인 측 “휴가기록 1년 보관이 규정, 청탁 사실무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2015년 3월 25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추 장관 아들 서 씨의 ‘의문의 병가’ 18박 19일
일요신문은 2019년 12월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 서 씨의 휴가 미복귀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단독보도했다(관련기사 [단독] 추미애, 카투사 군복무 아들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 서 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육군 예하 카투사로 복무했다. 소속은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 지역대였다. 미2사단 지역대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해 있다.
사건은 2017년 6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2사단 지역대 카투사 지원대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병장 A 씨는 서 씨가 소속한 소대 선임 병장으로부터 “서 씨가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 씨는 서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복귀 안하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서 씨는 당시 중대 지원반장(상사)에게 휴가 2일 연장을 요청했지만, 지원반장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서 씨에게 “빨리 복귀하라”고 거듭 알렸다. 그러던 중 미2사단 지역대(대대급) 참모인 김 아무개 대위가 등장했다. 김 대위는 서 씨의 휴가를 연장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위는 최근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추 장관 보좌관으로부터 서 씨의 병가 연장 문의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위는 지역대장(중령)에게 서 씨 휴가 연장 건을 보고했고, 지역대장은 병가는 규정상 어려우니 일반 연가로 처리해주라고 김 대위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추 장관 아들 서 씨는 군복무 중 58일간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가 28일과 특별휴가 11일, 병가 19일이다. 연가와 특별휴가의 경우 통상적인 휴가 범주 내에 있다. 여기서 미스터리인 부분은 19일에 걸친 병가다. 국민의힘은 “(서 씨가) 19일간 병가를 쓰면서 병원 진단서, 군의관 소견서 등 근거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다”면서 “집권 여당 대표인 ‘엄마 찬스’를 써서 황제 군복무를 한 것 아니냐”고 했다.
서 씨를 둘러싼 ‘논란의 휴가’ 기간은 22박 23일이었다. ‘엄마 찬스 의혹’ 중심에 선 병가 19일이 포함돼 있다. 서 씨는 2017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무릎 수술 사유로 9박 10일 1차 병가를 냈다. 서 씨는 부대 복귀 없이 병가를 연장했다. 2차 병가는 6월 15일부터 23일까지 8박 9일. 6월 21일 서 씨는 소속 부대 지원반장에게 다시 한번 병가 연장을 요청했지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앞서 언급한 김 대위와 지역대장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서 씨는 일반 연가(3차 휴가) 3박 4일을 활용해 휴가를 연장했다. 서 씨는 6월 27일 부대에 복귀했다.
육군 중장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9월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카투사 휴가 기록 전체를 분석한 결과 추 장관 아들의 병가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면서 “그뿐 아니라 군의관 소견서, 병원 진단서, 전산 기록, 휴가 명령지 등 근거자료도 없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신 의원 발언에 “일부 행정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서류상에 근거들이 안 남겨져서 행정 절차상 오류는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서 씨의 19일짜리 병가는 규정에 명시된 일수를 꽉 채운 것이다. ‘현역병 등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부대장은 진단서 내용을 고려해 10일 범위 내에서 병가를 허가할 수 있다. 진단·처치 및 수술과 관련해선 20일 범위 내에서 병가를 허락할 수 있다. 훈령은 부대장의 구두 승인으로도 병가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해당 규정은 입원 시에만 병가를 허용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서 씨의 경우엔 개정 규정이 소급적용 되지 않는 시점에 병가를 냈다. 9월 11일 국방부는 이 같은 근거를 들어 서 씨의 병가가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브리핑했다. 그 가운데 서 씨의 병가 신청 당시 제출 진단서와 병가 관련 인사 명령서(휴가 명령서)의 존재 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국방부는 관련 근거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군 관계자는 “군대의 행정 시스템은 가장 원시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원시적인 만큼 세세한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기록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휴가의 경우엔 병사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다보니 휴가 사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상당히 세세하게 기록해 놓는다”면서 “그런데 규정상 최대치로 채운 19일짜리 병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부분은 앞으로도 미스터리로 남을 만한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사고가 터졌는데 기록이 없다는 부분은 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고라고 보면 된다”면서 “국방부가 전국 각지 부대에 병사들의 휴가 관련 기록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하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9월 2일엔 서 씨 측 변호인단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휴가 미복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변호인단은 “(서 씨가 복귀 전) 병가 연장을 신청하니 병가는 어렵고 (개인) 휴가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추가 치료와 회복을 위해 부득이 병가 대신 휴가를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제보자로 알려진) 당직사병이었다고 주장하는 A 씨는 병가기간 만료일인 6월 23일 당직사병이 아니었다”면서 “당일 당직사병은 제3자였고 서 씨는 A 씨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병가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서 씨 변호인은 미 육군 규정을 들며 “휴가에 대한 서류는 1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 육군 규정에 의하면 5년간 보관해야 하는데, 현재 서류가 없는 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청탁 전화 의혹, 전화는 누가?
9월 2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씨가 연속 휴가를 쓰는 과정에서 추 의원 보좌관이라고 밝힌 인물의 개입이 있었다는 군 관계자 진술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추 장관은 녹취록과 관련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입을 열었다. 추 장관은 “(해당 녹취록은) 팩트 체크가 안 된 상태”라면서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을 지시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 지역대 참모였던 김 대위는 6월 검찰 조사에서 “추 의원 보좌관으로부터 병가 연장에 대한 문의를 전화로 받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서 씨 휴가 연장과 관련해 부대로 전화를 넣은 보좌관은 2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 장관의 전 보좌관 출신과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이다. 그 가운데 추 장관 전 보좌관 출신인 최 아무개 씨는 현재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검찰은 두 인물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 청탁 의혹은 휴가 연장 건에만 그치지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과정에서도 추 장관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넣어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의 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인물은 서 씨 군복무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 지원단장(연대장급)이었던 이철원 예비역 대령이다. 이 대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씨를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했다. 이 대령은 “내가 (검찰 수사 혹은 국회 증인 등으로) 연루될 경우 추 장관 아들이 카투사에 들어왔을 때 최초 부대 분류부터 어떻게 됐는지, 평창동계올림픽 때 막 압력 들어왔던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령은 “서 씨를 통역병으로 보내라는 청탁이 (국방부) 장관실이나 국회 연락단에서도 많이 왔다”면서 “국회 연락단에서 중령·대령 정도가 밑에 부하들에게 전화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령은 본인이 추후 문제가 불거질 것을 고려해 통역병 선발 방식을 면접 방식에서 제비뽑기 방식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2018년 2월 카투사 병사 65명을 통역병으로 선발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로 파견했다. 결과적으로 서 씨는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되지 못했다.
서 씨 군복무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 지원단장이었던 이철원 예비역 대령은 9월 11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서 씨를 중심으로 불거지는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대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통역병을 선발한다는 공문이 하달되자 참모들로부터 서 씨 관련 여러 번 청탁 전화가 온다고 보고받았다”면서 “이에 부하들에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시켰다”고 했다. 이 대령은 자신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사이에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2011년 1월 말부터 4월말까지 3개월을 같이 근무했었다”면서 “34년 군생활 중 같이 근무한 수백 명 중 한 명”이라고 일축했다.
추 장관이 직접 부대에 연락을 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휴가 미복귀 논란과 관련해 서 씨 상급자였던 지원반장은 연대통합행정업무 시스템에 서 씨 면담 기록을 적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로 알려진 면담 기록에 따르면 “(서 씨)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국방부는 추 장관 부부가 직접 서 씨의 2차 병가를 요청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추 장관 전 보좌관이 청탁 전화를 했는지에 대해선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서 씨 부모를 대상으로 한 부대 지휘관의 ‘청탁 방지 교육 논란’도 화제가 됐다. 신 의원 녹취록에 따르면 미2사단 지역대 한국군지원단장이던 이 대령이 2016년 11월 미 신병교육 수료식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직접 추미애 남편 서 교수하고 추미애 시어머니를 앉혀놓고서 청탁을 하지 말라고 교육을 40분을 했으니까”라고 언급했다.
서 씨 변호인인 현근택 변호사는 당시 수료식 사진을 제시했다. 사진엔 수료식에 참석한 훈련병과 가족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현 변호사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전체 훈련병과 가족이 모인 가운데 자대 배치에 대한 청탁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40분간 두 분(서 씨 아버지, 할머니)에게 교육했다는 말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건 당사자인 이 대령은 9월 11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것처럼 서 씨 가족분들에게만 (청탁 방지 교육을) 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서 씨 가족을 별도로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