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슈퍼스타’ 국회 입성 좌절, 문 정권 들어 태양광사업 주목받았지만 각종 논란 휘말리다 결국…
‘운동권 대부’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의 1988년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서인선 부장검사)는 8월 28일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을 구속기소했다. 허 이사장은 무선도청 탐지시스템 업체 브로커 역할을 하는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황태자’라고 불리며 탄탄대로를 달릴 줄 알았던 운동권 대부가 불법 로비 의혹에 무너진 것이다.
1964년생인 허 이사장은 1985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던 이들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영화 ‘어벤져스’를 연상케 한다. 허 이사장에 앞서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했던 인물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며, 1987년 총학생회장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다. 총학생회장이던 허 이사장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회장직을 겸하며 앞서 언급한 유명 정치인들보다 강력했던 존재감을 뽐냈다. 그야말로 운동권의 슈퍼스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이인영과 임종석(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 우상호(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등 내로라하는 운동권 출신들을 뒤로하고 허 이사장이 ‘운동권 대부’라는 별칭을 얻은 사실은 그의 유명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주도한 뒤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하다 구속됐다.
허 이사장은 1990년대 들어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 정치계로 입성한 다른 운동권 스타들과는 전혀 다른 진로를 개척한 셈이었다. 허 이사장은 용산전자상가에서 한국전자유통을 설립해 대표로 활동했다.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던 그는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컴퓨터 그룹’을 결성 PC 공동구매 및 공동판매 플랫폼 사업에 몸을 던졌다.
당시 그가 사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한 벤처 사업가는 “허 이사장이 사업을 상당히 일찍부터 시작했다”면서 “용산 전자상가에서 운동권 대부가 오토바이를 탄 채 컴퓨터를 나르는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었다”고 회상했다.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던 그는 2000년 제16대 총선, 서울 동대문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단 3표차로 패배하며 불운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2001년 재보궐 선거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연이어 국회 입성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는 번번이 낙선했다. 그의 정치권 데뷔를 가로막은 건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었다.
세 차례 낙선 이후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췄던 허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황태자’로 거듭났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인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면서 허 이사장의 태양광 사업은 물 만난 고기가 되는 듯했다.
그런 그를 둘러싸고 ‘태양광 사업 특혜 논란’, ‘녹색드림협동조합 임금체불 의혹’, ‘불법 하청 하도급 의혹’ 등 숱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꾸준히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는 듯 보였던 그는 2020년 8월 7일 특정 무선도청 탐지시스템 업체의 국가기관 납품을 돕고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운동권 대부로 활약하던 시절 허인회 이사장의 명성은 대단했다”면서 “그러나 진로 결정에 있어서 그의 선택은 명예보다 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허 이사장은 운동권 대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영리를 뒤쫓았다”면서 “너무 일찍부터 돈을 추구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