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취지 민주당 의원 전원 공동발의…야권에선 날치기 및 고무줄 국정감사 우려 제기
제382회 정기국회 개원식. 사진=이종현 기자
7월 14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국정감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표발의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다. 민주당 의원 176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법안의 골자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2조(국정감사) 제1항에 대한 개정이다.
기존 국정감사법은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국정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한다.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선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다만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처음 실시되는 감사는 9월 30일까지 실시한다”로 바뀌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정감사 기간에 대한 기준이 사라진 점이다. 기존 법률안은 국정감사를 시작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개정안은 국정감사 기간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지 않았다. 개정안엔 총선 이후 처음 실시하는 국정감사에 대한 데드라인만 명시돼 있을 뿐이다.
개정안 목적은 ‘일하는 국회’의 구현이다. 개정안엔 “20대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국회의 본원적 기능인 입법 기능 및 예산 심사 기능을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반성으로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구현해 국민 요구에 부응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발의 목적이 적혀 있다.
7월 14일 발의된 국정감사법 개정안 신구조문 대비표
민주당 의원들은 2012년 이후 모든 국정감사가 정기국회 기간 중에 이뤄진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예산안과 법률안 등 중요 안건에 대한 심사기한을 확보하려 국정감사를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실시하도록 한 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 개정안이 발의된 핵심 목적이다. 개정안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 마지막에 담긴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처음 실시되는 감사는 9월 30일 이전에, 이외에 감사는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실시되도록 변경해 국회가 정기회 기간 중 예산안과 법률안 등 주요 안건을 충실히 심사해 일하는 국회를 달성하려는 것.”
정기국회가 시작된 9월 1일 기준 국정감사법 개정안은 소관위 심의 단계에 있다. 개정안의 소관위는 운영위원회다. 개정안은 7월 15일 운영위원회에 회부됐고, 아직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2020년 국정감사도 지난 8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정기국회 기간 중에 열릴 전망이다. 국회는 올해 국정감사를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시행할 계획이다. 국정감사가 정기국회 일정 한복판에 껴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국정감사법 개정안 발의에 담긴 민주당 속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국회가 심사 중인 국정감사법 개정안은 여당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을 만큼 무게감이 있다. 그만큼 여당의 입법 의지가 강한 의안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안에서 명시한 대로 국정감사 기간을 정기회 이전으로 규정해놓으면 국회가 입법 기능과 예산 심사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민주당이 발의한 국정감사법 개정안이 ‘날치기 국정감사’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원칙 없이 기간을 설정하는 ‘고무줄 국감’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든다. 기존 30일로 정확히 못박혀 있던 국정감사 기간에 대한 규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제1 야당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여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정감사 기간을 입맛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주로 야당 공세에 맞선 수비에 치중하기 마련”이라면서 “특히 내년부터 문재인 정부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여당은 국정감사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야당은 국정감사 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려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21대 국회 구성원 현황을 보면 여당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어 야당이 자신들의 뜻대로 국정감사 기간을 길게 잡는 것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정감사 기간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정감사법 개정안의 명분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을 일상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면서 “그러나 분명 기존 국정감사법이 명확한 국정감사 기간을 명시해놓은 데에도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국정감사법을 개정하려면 우선 야당 동의와 지지를 얻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하는 국회’라는 일성 아래 민주당이 일심동체로 발의한 국정감사법 개정안 부칙은 “이 법은 2020년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9월 1일 기준 국정감사법 개정안이 머물러 있는 지점은 아직 본회의장과 거리가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