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배치·포상 휴가 관련 문의 많아…대령급 부대지만 국회의원 민원이라 현장 지휘관들 거절 어려워
국방부가 운영하는 국회연락단이 국회의 ‘소통창구’에서 ‘민원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에서 열린 ‘2017 을지연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아무개 씨를 둘러싼 ‘청탁 논란’이 정치권 핫이슈다. 서 씨 군복무 과정에서 추 장관 측 관계자가 청탁 전화를 넣었다는 의혹이다. 2017년 6월과 2018년 초 서 씨를 둘러싼 ‘휴가 미복귀 논란’ 및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논란’ 일련의 과정에서 불거진 미스터리는 여전히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추 장관 보좌관과 국방부장관실 정책보좌관이 서 씨 소속 부대에 청탁 전화를 넣었다는 의혹에 여야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군 청탁’ 논란이 2020년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서 씨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군복무 중 소속돼 있던 부대는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 지역대였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부대명이다. 2017년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보좌관이 이 부대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9월 2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실과 국회 연락단으로부터도 청탁 문의 전화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군 관계자들은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한 일련의 의혹에 국회 연락단이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전직 영관급 장교는 “부대를 지휘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민원 전화가 오기 마련”이라면서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민원 전화는 국회 연락단으로부터 온다”고 했다. 그는 “국회 연락단에서 오는 민원은 보통 국회의원의 특수관계인 혹은 지인 관련된 내용이 많다”면서 “자대 배치, 부대 이동, 포상 휴가 등 인사 업무 관련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전직 장성급 인사는 “군 연락단의 이러한 민원 전달 범위는 상당히 넓다”면서 “높게는 사단급부터 중대급까지 다양한 민원이 군 연락단으로부터 들어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연락단은 대령급 부대지만, 그 뒤에 ‘국회의원’이 자리잡고 있는 까닭에 현장 군 지휘관들이 민원을 쉽사리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군 연락단에서 직접 전화가 오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국회의원실 관계자가 직접 부대로 전화해서 들어오는 민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군 연락단의 ‘민원 연락’ 프로세스에 대해 “정치권에서 군 연락단으로 전달하는 민원이 100이라고 치면, 그 가운데 70은 연락단이 직접 민원인 소속 부대로 연락을 넣는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70%에 해당하는 민원은 연락관이 판단했을 때 규정상으로 이행 가능한 민원”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치권과 군 사이 ‘민원 전달’ 프로세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나머지 30% 민원의 경우 규정상으로 어긋나거나, 규정을 적용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을 둘러싼 청탁 전화 논란이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추후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민원은 연락단이 아닌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이 직접 전화를 한다. 국회 연락단 관계자들이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국회의원실 관계자가 직접 부대로 전화를 넣는다. 이때 민원이 100% 해결되는 건 아니다. 군 규정과 방침상 절대 안되는 것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가 추 장관 아들 휴가 관련 근거가 남아있지 않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연락단이 관여한 게 아닌) 정치권으로부터 들어온 민원이라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 아들 관련 논란에 대해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군대에 기록과 근거가 남아있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추 장관 아들 논란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는 두 가지”라면서 “지휘관의 직무 유기 또는 의도된 은폐”라고 했다.
국방부 국회 연락단은 1963년 창설됐다. 2008년 11월 국회 국방위와 국방부가 갈등을 겪으면서 국회 연락단은 45년 만에 철수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9년 9월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에 국회 연락단 복원을 주문했다. 그리고 컴백한 국회 연락단은 2020년에도 계속해서 국회에 상주 중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