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규간호사 100명 등 젊은 간호사 위주로 대폭 확대
부산 온종합병원
[부산=일요신문] 정동욱 기자 = 고질적으로 간호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부산의 한 종합병원이 파격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함으로써 최근 워라벨에 민감한 간호사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병원은 내년엔 신규 간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전체 500병상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와 함께 ‘주 4일 근무’가 가능한 ‘2교대 근무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해 다른 지방병원들이 주목하고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지난 8월 1일부터 전체 500병상 가운데 먼저 정형외과 일부 병동과 간담췌외과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0명을 대상으로 ‘2교대 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병원 간호사들의 일반적인 근무형태는 낮(오전 7시∼오후3시)-저녁(오후3∼11시)-밤(오후11시∼익일 오전 7시)으로 나눠서 일하는 3교대 순환 근무다.
‘2교대 근무’ 간호사들은 하루 24시간을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주간 근무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고, 야간 근무조의 근로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이다. 2교대 근무 간호사들은 한번에 12시간씩 일하는 대신에 월 13일 휴무일을 보장받는다. 주 4일 군무하고, 3일씩 쉬는 셈이다. ‘일과 삶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룬다’는 워라벨(Work Life balance)에 관심 많은 간호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온종합병원 8병동에서 3년차 간호사로 일하는 김 모 씨는 “2교대 근무제로 인해 월 13일간 휴무가 보장돼 개인적으로 여가활동은 물론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면서 2교대 근무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김 씨는 이어 “졸업하자마자 병원에 취업했고, 아침-오후-밤으로 불규칙하게 뒤섞이는 3교대 근무로 인해 거의 다른 일에는 도통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며 “2교대 근무제로 인해 한번에 12시간의 업무가 만만찮지만 넉넉히 보장되는 휴무를 고려하면 직장과 내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결혼 5년차에 세 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간호사 이 모씨는 이번에 2교대 근무제 참여로 인해 그간 육아 분담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던 친정어머니의 부담을 크게 덜어드릴 수 있어 무엇보다 좋다고 했다. 또 어린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서 가족 모두 반가워한다며 앞으로도 주 4일 근무가 가능한 ‘2교대 근무제’가 모든 종합병원에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올해 갓 입사한 신규 간호사들도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데다 생활마저 불규칙한 3교대 근무제보다는 2교대 근무제가 훨씬 간호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휴무가 크게 늘었는데도 급여가 줄기는커녕 되레 올랐다고 자랑했다.
온종합병원 최영숙 간호부장은 “간호사들은 업무 특성 상 장기 휴가를 사용하기 힘들다”면서 “2교대의 경우 일을 몰아서 하게 되면 7∼8일 오프를 쓸 수도 있어 워라벨을 중시하는 젊은 간호사들에게 크게 어필하게 된다”고 2교대 근무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2교대 근무제 시행의 가장 큰 단점은 근무시간이 길어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삶의 여유가 더 많아져서인지 간호사들의 간호 집중도가 3교대 근무 때보다 더 높아졌다는 게 의사들의 평가다.
온종합병원 소화기암수술센터 박광민 센터장(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주임교수)은 “간담췌외과 병동의 간호사들의 표정이 더 밝아지고 환자들의 간호 만족도도 매우 높아졌다”면서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미 주 4일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2교대 근무제가 보편적으로 정착해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워라벨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성향과 고질적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방 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2교대 근무제를 과감하게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센터장은 “이미 수도권 대형병원에서는 수술실이나 신생아중환자실 등을 대상으로 2교대 근무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종합병원은 이번 2교대 근무제가 간호사들 사이에 의외로 호응을 얻자, 내년에 전 병동(500병상)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2교대 근무제를 전제로 신규 간호사 100여 명을 선발하는 한편, 현재 근무 중인 젊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워라벨을 내세워 더 많은 동참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온종합병원은 간호사 구인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전 병동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간호사의 허드렛일을 대폭 줄여주고, 육아 등으로 병원을 떠나려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해주는 ‘탄력근무제’를 시행해 경력단절 방지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이번 의사파동에 파묻혀 사람들이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게 있는데, 바로 지방 종합병원들의 간호사 인력 수급난”이라면서 “간호사 인력난으로 수많은 병원들에서 병동을 폐쇄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는 만큼 수도권과 대학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막고 지역 종합병원의 원활한 간호사 수급을 위해 2교대 시행 등에 따른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