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외교·군사… 용의 부활 ‘축포’
▲ 상하이 엑스포 중국관 전경. 박람회장 내 모든 건물들의 높이가 20m로 제한된 반면 중국관만 69m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상하이 엑스포 박람회장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관이다. ‘동방지관(東方之官)’이라는 이름에서처럼 관모를 쓴 모습이 인상적인 중국관은 그 크기에서부터 다른 참가국 전시관을 압도한다. 박람회장 내 모든 건물들의 높이가 20m로 제한된 반면 중국관만 69m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중국이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잘 드러나 있다. 21세기의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새로운 힘과 머지않아 자신들이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똘똘 뭉친 중국인들의 애국심 등이 그것이다. <슈테른>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불과 몇 개월 안에 자신들이 일본을 추월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실 중국인들의 이런 자신감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오는 2041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가 5년이 지난 2008년에는 다시 2027년으로 그 시기를 앞당겼다. 심지어 미 글로벌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는 이보다 더 빠른 2020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유럽과 미국 등이 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을 때에도 중국은 홀로 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또한 같은 기간 외환보유량 역시 2조 4000억 달러(약 2730조 원)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베이징 상무성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 수는 69만 개며, 투자금액만 총 10조 달러(약 1경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중국은 글로벌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장이 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실패한 기업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늘어난 것은 당연히 억만장자를 비롯한 갑부들의 수다. 2010년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수조 원대 자산가는 89명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이는 2008년 24명에서 2009년 79명으로 세 배가량 증가했던 것에서 또다시 10명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 부유층들의 소비 또한 늘고 있어서 앞으로 5년 후면 중국인들이 전 세계 명품의 3분의 1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커진 것은 또한 중국인들의 자부심과 애국심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중국인들이 기회만 있으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국으로 이주하고자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오히려 기꺼이 중국에 남아 있길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 바나나 옷을 입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는 연예인. |
‘중악’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한 작가의 인터넷 소설 역시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소설에는 중국인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소설은 싱가포르 인근의 중국 남부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중국의 배 한 척이 미국이 쏜 로켓에 격추되면서 양국 간에 전쟁이 발발하고, 이어 미국이 일본과 필리핀 등 우방국들에게 원조를 요청하면서 점차 갈등이 심화된다는 내용이다. 아직 완결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결말을 짐작하고 있다. 중국이 결국 전쟁에서 승리해 동아시아,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에서는 군인들이 나서서 중국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는 책을 출간해서 주목을 받았다. 4성 장군인 리우밍푸(59)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차이나 드림>에서 “금세기 중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미국이 이끄는 세계는 실패했다. 미국은 이미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이끌었고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이제 세계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오로지 중국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공군장교는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는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 “앞으로 10~20년 안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만일 미국이 우리 뒷마당에 불을 지르면, 우리도 미국의 뒷마당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런 소설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중국군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소설이 현실화되지 말란 법도 없다. 중국 정부는 매년 군비를 확장하는 데 수십 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으며, 그 덕분에 중국의 군사력은 지난 몇 년간 무서우리만치 급성장했다. 현재 중국 군대의 규모는 세계 최대이며, 약 220만 명의 군인이 상시 복무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강력해진 군사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항공모함이다. 지난 4월 중국의 다롄 조선소에서는 그간 철저한 보안 속에서 개조작업이 진행됐던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바랴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302m, 너비 73m에 승조원 1960명, 항공요원 626명, 그리고 비행기 52대를 실을 수 있는 6만 톤급 대형 항공모함이다.
지난 1998년 구소련 시대의 것을 2000만 달러(약 225억 원)에 구입해 개조한 이 항공모함은 명청시대 ‘시랑’ 해군제독의 이름을 딸 예정이며, 오는 2012년까지 실전에 배치될 예정이다.
▲ 굿! 메이드 인 차이나 잉리 사 직원들이 태양광패널을 생산하고 있다(위 사진), 2008년 개발한 중국 최초 여객기 ARJ-21. |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실제 강대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치고 항공모함을 한 척이라도 보유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미국이 11척, 러시아가 1척, 그리고 프랑스와 브라질이 각각 1척씩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영국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태국 등 경항모까지 포함해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11개국이다. 일본은 항공모함 대신 헬기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한 대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제조업 역시 중국의 새로운 국력을 상징하고 있다. 예전에는 싸구려 제품만 만들던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이미 많다. 인체에 해로운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저가 TV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용 기계, 컴퓨터, 아이폰, 위성장비 등 첨단장비까지 척척 생산해내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 제품과 품질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2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시장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 또한 커다란 장점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태양광모듈패널 생산업체인 ‘잉리 그린 에너지’가 좋은 예다. 8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큰 광전지 생산회사로 성장한 이 회사의 제품은 선진국의 유수업체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을 자랑하는 동시에 15~20%가량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독일 등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가령 2008년 독일 내 설치된 태양광모듈 세 개 중 두 개는 ‘잉리’사 제품일 정도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편견을 깬 경우는 여객기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2008년 중국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는 중국 최초로 자체 여객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중거리 여객기인 ARJ-21이 바로 그것이다. 오는 2016년부터는 대형 여객기까지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며, 이로써 중국은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최대 고객에서 경쟁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게 됐다. 이른바 여객기 수입국에서 이제는 여객기 수출국이 된 것이다.
13억 인구부터 여러 분야에서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중국. 세계 최대 휴대전화 사용자수를 비롯해 3억 명이 매주 20억 시간 인터넷을 사용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층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등 기록도 가지가지다.
과연 상하이 엑스포가 끝난 후 중국은 그들이 바라는 대로 세계 패권을 거머쥐게 될까. 상하이를 방문하고 있는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가운데 많은 중국인들은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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