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산실 심훈을 만나다
▲ 심훈이 지은 초가. |
서해안고속국도 송악IC로 진출해 38번 국도를 타고 왜목마을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곧 부곡리가 나온다. 심훈의 필경사는 바로 부곡1리 마을회관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논밭을 낀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마을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 바쁘다.
심훈은 본래 당진 출신이 아니다. 서울 노량진에서 태어났다. 그런 그가 당진의 작은 농촌과 연을 맺게 된 것은 큰조카 ‘심재영’의 권유 때문이었다. 심 씨는 농촌계몽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모델로 이곳 부곡리에서 농촌운동을 벌이다 지난 1995년 세상을 떴다.
심훈은 1932년 부곡리로 내려와 처음 2년 동안 큰조카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34년 필경사(筆耕舍)를 직접 지었다. <조선중앙일보>에 장편소설 ‘직녀성’을 연재하면서 받은 고료로 건축비를 충당했다. 집 이름은 ‘필경’이란 자신의 시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한자를 풀자면 ‘붓으로 밭을 가는 집’이 된다. 한마디로 농부들이 가을의 수확을 위해 밭을 갈 듯이, 작품이라는 결실을 위해 붓을 놀리는 곳이란 의미다.
필경사는 제법 규모가 크고 무척 잘 짜인 초가다. 자연석 기단 위에 다듬지 않은 주춧돌을 놓고 네모기둥을 세운 후 내부 공간을 분할했다.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방2개, 다락방, 거실, 주방, 드레스룸이 있다. 집 오른쪽에는 커다란 향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이 약 150세로 아름드리나무다. 주위에는 측백과 소나무 등이 있고, 집 뒤편에는 대나무숲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늘 푸른 ‘상록’의 나무들이 필경사와 함께 하는 것이다.
집 내부에는 심훈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물품들이 가득하다. 손때 묻은 농이며, 해진 옷, 보던 책, 밤을 밝히던 호롱불 등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1935년 <상록수>를 52일 만에 탈고했다. 하지만 그는 아쉽게도 이듬해 겨우 서른여섯의 나이로 요절했다. 당시 장티푸스가 대유행이었는데 <상록수> 출판을 위해 상경했다가 그만 그 병에 걸리고 말았다.
한편, 필경사 옆에 자리한 상록수문화관은 1993년 지어진 것으로 심훈의 육필원고와 작품이 연재됐던 신문자료, 소설과 시집 등이 연대별로 전시돼 있다. 심훈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물도 상영된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송악IC→왜목마을 방면 38번 국도→부곡교차로에서 좌회전 후 바로 우회전→부곡2교→필경사
▲문의: (사)심훈상록수기념사업회(http://ssks.kr) 041-357-155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