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계열사 군장에너지 등 합병, 두 아들 지분율 ‘쑥’…삼광글라스 “지배구조 투명, 신사업 용이”
삼광글라스가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를 합병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삼광에너지 홈페이지 캡처
유리제조기업인 삼광글라스가 계열사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31일 합병 등기를 마친 3사는 SGC그룹으로 사명을 바꿔단다. 그룹 주력사업도 유리제조 사업에서 에너지 사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지배구조는 지주사가 계열사를 병렬 지배하는 방식으로 재편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건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일가로 보고 있다.
이복영 회장은 2018년 초 우량 계열사인 군장에너지 상장 의사를 밝혔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자회사 SMG에너지의 발전소 관련 행정소송 등 문제로 상장 작업이 계속 연기됐다. 그러던 중 3월 삼광글라스가 돌연 군장에너지 흡수합병을 결정해 그 배경에 논란이 일었다. 주주들은 삼광글라스에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비율이 산정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합병 결정이 공시된 지난 3월 18일은 코로나19 여파로 삼광글라스 주가가 최근 10년간 최대 폭락을 경험하던 시점이다. 사측은 삼광글라스 가치평가 기준을 시장 가격으로 삼아 폭락장에서 주가를 합병가액 산정에 반영했다. 반면 군장에너지에는 본질가치 평가방식을 적용하고, 이테크건설에는 군장에너지 보유 지분의 가치가 반영됐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삼광글라스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합병비율 기준을 적용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 반발에도 삼광글라스가 합병을 결정해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사진=일요신문DB
사측이 3월 최초 제시된 삼광글라스 대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군장에너지의 합병비율은 1 대 3.88 대 2.54다. 2차 수정안에는 1 대 3.22 대 2.14로, 최종안에는 1 대 2.57 대 1.70으로 정정됐다. 합병안 정정이 이뤄지며 삼광글라스의 상대적인 가치가 다소 높아졌다.
디앤에이치투자자문와 개인투자자들은 합병가액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내고, 신영투자증권 측은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합병에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일부 개인투자자가 합병 찬성으로 돌아서며 주주제안서가 철회됐다. 신영투자증권 측도 합병 최종안을 수용하며 주주 반발이 일단락됐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직전 합병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했지만 결국 합병이 결정됐다.
이번 합병으로 삼광글라스는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이 회장 아들들의 삼광글라스 지분율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장남인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의 삼광글라스 보유 지분은 6.1%에서 19.2%로, 차남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의 지분은 8.84%에서 17.7%로 높아졌다.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의 지분은 22.18%에서 10.1%로 줄어든다.
IB업계 관계자는 “합병안은 통과됐지만 최종안에도 삼광글라스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배주주가 합병 시점과 가격을 정하고, 지배주주의 사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의 합병이 이뤄졌다는 시장평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합병 후 삼광글라스 주가흐름이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광글라스 측은 “소액주주의 투자 안정성 제고와 사업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했다. 수년간 영업실적이 좋지 않던 삼광글라스 상황상 우량 계열사인 군장에너지와 합병 후 주주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개편 후에는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신사업 추진이 용이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