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무보유 단기 확약 물량 많고, BTS 대한 높은 의존도도 부담으로 작용
빅히트 소속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종합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오는 15일 상장을 앞둔 빅히트의 공모 청약에는 더욱 큰 관심이 쏠렸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는 지난 5~6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606.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청약 증거금은 약 58조 4237억 원으로 집계됐다. 빅히트는 앞선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1117.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상단인 13만 5000원에 확정한 바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빅히트가 ‘따상’할 경우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13만 5000원)의 2.6배인 35만 1000원까지 올라 투자자들은 1주당 21만 6000억 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 보호예수 풀리자 SK바이오팜 던진 기관, 빅히트는?
빅히트 투자자들의 장밋빛 전망이 현실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한다. 실제 IPO 최대어로 꼽힌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2일 ‘따상’에 성공한 이후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일 3개월 의무보유확약이 만료된 기관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10.22%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날 기관은 79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할 것이라고 확약하는 것을 뜻한다. 짧게는 2주(15일), 길게는 6개월까지 의무보유 기간이 설정된다.
SK바이오팜은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와 비교했을 때 6개월 확약 배정수량 비중이 가장 높다. 총 7831만 주가 상장된 SK바이오팜은 최대주주와 우리사주(5%)를 제외하고 시장에 실제 유통된 물량은 약 1566만 주, 이 가운데 기관투자자는 1321만 주(15%)를 배정받았다. 기관 배정 물량 가운데 의무보유확약이 된 물량은 690만 주(52.25%)다. 확약 기간별로 살펴보면 15일 확약 물량과 1개월 확약 물량은 각각 1만 주(0.1%)와 26만 주(1.99%), 3개월 확약은 170만 주(12.91%), 6개월 확약 492만 주(37.25%)다.
빅히트의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단기 확약 비중은 높다. 빅히트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가운데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43.85%, 이 가운데 15일 확약 비중과 1개월 확약 비중은 각각 9.75%, 49.41%다. 결국 빅히트는 상장 직후 절반 이상의 물량이 차익 실현을 위해 쏟아져 나올 경우 주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모주 청약 열풍과 관련 “최근 유동성이 풀린 가운데, 유동성이 실물경기로 이동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에서 특정한 테마가 있을 경우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치솟은 현상은 기업의 배정 수량이나 공모가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추후 시장에 영향을 미쳐 건전하지 않은 회사도 상장을 시도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해당 회사가 미래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인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강조되는 시장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엔터사가 ICT대기업 네이버‧카카오와 묶인 까닭은?
빅히트는 상장 준비 단계에서 기업가치 평가 방법과 관련해 고평가됐다는 ‘거품’ 논란이 불거졌다. 상장 전 기업은 적정 주가를 산출하기 위해 기존에 상장된 유사한 기업들과 비교하는 상대가치평가법을 활용하는데, 그 기준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EV/EBITDA(시장가치/세전영업이익) 등이 있다. 빅히트의 경우 EV/EBITDA를 지표로 사용했다.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를 세전영업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가치가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의 몇 배인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빅히트는 EV/EBITDA 지표로 적정 가치를 산출하기로 결정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YG플러스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5개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두고 빅히트가 공모가 산정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비교대상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네이버(10월 7일 종가 30만 5000원)와 카카오(10월 7일 종가 38만 500원)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언택트 대장주이고, YG플러스의 경우 지난 3월 23일 최저 660원에서 지난 9월 28일 최고 8740원까지 주가가 급격하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빅히트가 비교대상으로 삼은 5곳 기업의 EV/EBITDA 평균은 42.46배로, 이를 반영한 빅히트의 적정 몸값 또한 높게 추산됐다.
빅히트는 비교 대상에 같은 직군인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닌 ICT 대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하며 고평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빅히트가 내세운 근거는 자체 플랫폼 ‘위버스’. 빅히트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동사의 사업은 크게 다양한 아티스트 및 음악 IP 창출과 음악 IP를 기반으로 각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사업화 영역, 그리고 생산한 콘텐츠를 전달하고 팬덤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위버스’ 등의 플랫폼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며 “따라서 비교회사는 음악 관련 콘텐츠 제작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과 음악 관련 콘텐츠의 유통 및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명시했다.
빅히트는 상장 절차 돌입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점으로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라며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 계획을 강조했다. 빅히트가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은 비엔엑스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엔엑스는 2018년 7월 빅히트의 플랫폼사업부가 물적 분할돼 신설된 빅히트 자회사다. 비엔엑스는 지난해 6월 이후 글로벌 팬 커머스 앱 ‘위버스샵’과 글로벌 팬 커뮤니티 앱 ‘위버스’를 론칭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빅히트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빅히트 총 매출 대비 위버스 매출 비중은 2018년 상반기 9.7%(311억 원)에서 2019년 하반기 28.5%(761억 원)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38.3%(1126억 원)까지 커졌다. 다만 위버스 사업이 방탄소년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빅히트는 증권신고서에 아티스트별‧국적별 위버스 가입자 수 현황을 기재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방탄소년단 가입자 수는 673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 1353만 명 가운데 49.7%,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빅히트는 위버스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방탄소년단에 의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 청약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빅히트 사업다각화 향방은
빅히트는 그간 독보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며 ‘소년가장’으로 불리던 방탄소년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다수의 인수 합병 건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3월 공시된 연결보고서에 따르면 빅히트는 14개 종속회사를 보유 중이다.
빅히트는 레이블(매니지먼트) 확장을 위해 2018년 CJENM과 자본금 70억 원 규모의 합작법인 레이블 ‘빌리프랩’을 설립했다. 또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아이돌그룹 여자친구의 소속사인 쏘스뮤직과 음악게임 전문회사 수퍼브를 인수하고, 지난 6월에는 아이돌그룹 세븐틴과 뉴이스트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도 인수했다. 그러나 여전히 방탄소년단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621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빅히트 소속 아티스트 앨범판매량 합계(859만 장)에서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레이블 확장과 더불어 빅히트는 사업다각화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비엔엑스에 이어 2018년 12월 출판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비오리진을 신규 설립했다. 2019년에는 매니지먼트와 플랫폼 두 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문을 매니지먼크와 플랫폼, 360, IP, 기타 등 5개 부문으로 더욱 세분화하기도 했다. 360 사업부문은 2019년 10월 빅히트에서 공연기획사업부가 물적 분할돼 설립된 자회사 ‘빅히트쓰리식스티’가, IP사업부문은 같은 시기 IP사업실이 물적 분할돼 설립된 자회사 ‘빅히트아이피’가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다각화가 본격화되지 못한 탓에 부문별 수익에서는 여전히 매니지먼트 비중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기준 공시에서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의 총 수익 5871억 원 가운데 4602억 원이 매니지먼트부문 수익이다. 그나마 플랫폼부문 수익은 732억 원인 반면, 360부문과 IP부문 수익은 각각 27억 원, 16억 원에 그쳤다.
빅히트 플랫폼 사업 핵심 ‘비엔엑스’ 2대 주주는 누구? 빅히트의 플랫폼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비엔엑스’의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일고 있다. 비엔엑스는 신설 당시 빅히트가 지분 100%를 보유했으나 최근 공시에서는 빅히트 지분이 71%로 명시됐다. 나머지 29%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비엔엑스의 2대 주주가 방시혁 빅히트 의장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 경우 비엔엑스는 ‘총수 사익편취 규제’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방 의장은 빅히트 지분 4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빅히트 측은 관련해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빅히트 관계자는 “아직 상장 전 준비 단계라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내용 외에는 따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며 “기재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별도로 확인해드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