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 관계자들은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의 행보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최 회장은 태생적으로 SK그룹의 오너였지만, SK글로벌 분식회계 SK주식회사 경영권 분쟁 등으로 오너십이 크게 흔들려온 게 사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으로 최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을 해왔다. 그러나 기사회생. 지난 3월 주총에서 소버린과 힘겨운 표대결을 벌인 끝에 경영권 장악에 성공한 그는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본격 나서면서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특히 그의 실각 여부는 현재 오너십에서 크게 위협받고 있는 다른 재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 전체의 관심거리이기도 했다.
어쨌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최 회장은 주총 직후부터 그룹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돌입하는 등 경영권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된 뒤 사실상 ‘친위대’가 없었던 최 회장은 투자회사관리실을 설립, 최 회장의 시카고대 동문인 박영호 SK주식회사 경영경제연구소장을 임명한 데 이어, CR(corporate relations)전략실을 신설해 측근인 황규호 전무를 임명했다.
이 조직의 신설은 올해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적잖은 체력을 소비한 최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그룹 전체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총괄관리 기능을 맡기기 위한 조치였다.
최 회장은 또 이와는 별도로 그룹 각 계열사들의 향후 원활한 신규 사업 확장 등을 위해서도 계열사별로 CR전략팀을 신설 또는 강화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주총 이후 손길승 전회장과 최태원 회장 일가 위주로 짜여졌던 최고 경영진을 자신의 친위세력으로 교체했다.
손 회장 인맥으로 분류됐던 김창근 전 구조본부장과 이노종 기업문화실장을 SK케미컬 부회장과 SK아카데미 원장으로 이동시키고, 친동생인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과 고종4촌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켜 사실상 1인 지배체제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그는 SK텔레콤 사장에서 물러난 표문수 전 사장을 최근 SK텔레콤 고문으로 다시 임명해 최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최 회장의 행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SK주식회사에 CR전략실을 신설하고, 황규호 전무를 실장으로 임명한 부분. 이 조직을 만든 까닭은 지난 3월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우호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이 인사는 “CR전략실을 구성하는데 있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 등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안다”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상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구조본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벤치마킹했다”고 전했다. 경영권을 방어해야 할 최 회장의 입장에서는 전체 계열사 소유구조 개편을 통해 안정적인 지분 확보 등이 우선 순위일 수밖에 없는 것.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구는 향후 그룹사에 대한 안정적 소유지분 문제를 총괄하는 것은 물론, 대외적으로 홍보역할도 맡을 예정이라는 것. 최 회장의 전위조직이라는 얘기다.
최 회장은 그룹 인사를 통한 1인 직할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계열사별로 독자 운영해오던 CR전략팀 강화에도 나섰다. 특히 이들 계열사 CR전략팀은 직간접적으로 최 회장과의 보고 핫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치권과 재계에서 수혈된 이들 CR전략팀 인사들은 SK텔레콤 등 SK 그룹계열사에 적을 두고 소속사와 연관된 대외협력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최 회장 보좌업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SK 계열사 CR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구조본이 해체된 이후, 기존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일 뿐이며, 몇몇 기업과 정치권에서 신규 인력이 충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회장 직보 체제라기보다는 과거 구조본의 방대한 업무 중 일부를 맡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태원 회장 직할조직이라는 세간의 오해는 외부에서 보기에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소속사의 업무와 연관된 일을 수행할 뿐”이라며 “넓게 보면 SK그룹 전체의 운명과 연관된 업무수행을 한다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된 이후 SK주식회사에 CR전략실이 신설되고, 계열사 CR전략팀이 확대개편되고 있는 현상황은 향후 최 회장의 SK그룹 운영방향과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CR전략실이 장차 삼성의 구조본이나 과거 회장 비서실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