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대만국기’ 이효리 ‘마오’ 등 딴지…한류 좇는 상황이 중국인들 자부심에 상처
중국이 또 딴죽을 걸고 나섰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방탄소년단(BTS)이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의 어깃장…처음이 아니다
BTS는 10월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행사에서 밴플리트 상을 받았다. 연례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매년 한국과 미국의 우호 관계를 넓히는 데 힘쓰고 공을 세운 이에게 이 상을 준다. 밴플리트 상은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됐다.
남다른 언변과 유창한 영어 솜씨를 바탕으로 UN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던 BTS의 리더 RM은 수상 소감을 밝히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당연히 이 상의 의미를 알고 있는 RM은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2020년 연례행사는 올해가 6·25전쟁 70주년이라 더 의미가 짙습니다.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중국 네티즌과 관영 매체의 공격이 시작됐다. 이들은 RM의 소감 중 ‘두 나라가 겪은 고난과 희생’을 도마 위에 올렸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에서 알 수 있듯, 동맹국이었던 미국에 대한 RM의 적절한 인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을 ‘항미원조(抗美援朝)’라 해석하고 있다. 미국에 맞선 북한의 항전에 중국이 도움을 줬다는 식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이 동맹국이고 미국은 침략국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전쟁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서 시작됐으며, 여전히 한국이 휴전국으로서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BTS가 남한을 대표하는 한류스타라는 것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 볼 수 있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했고 영국 로이터 통신은 “이로 인해 삼성을 포함한 몇몇 유명 업체들이 BTS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대형 업체들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한류스타를 둘러싼 중국의 이 같은 간섭은 새롭지 않다. 2016년에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태극기와 청천백일기(대만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강하게 압박했다. 당시 쯔위가 속한 트와이스뿐만 아니라 그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다. 결국 쯔위는 이에 대한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올해 8월에는 가수 이효리가 타깃이 됐다. 그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중국식 예명을 짓겠다는 농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글로벌하게 중국 이름으로 짓자”며 “마오 어때요?”라고 제안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들끓었다. 중국에서 ‘마오’는 공산당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모택동·毛澤東)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에서 활동할 생각 마라”는 경고를 비롯해 이효리를 향한 엄청난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중국과 관련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논란이 불거지고 이로 인해 엄청난 공격을 받게 되니 두렵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의도가 담기지 않은 표현에도 맹렬하게 반응하는 중국은 정말 가깝고도 먼 시장”이라고 토로했다.
#변하지 않는 중국의 자세…왜 그러나?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의 특성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다. 공산당 차원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오면 민간 기업들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생했던 ‘사건’이 바로 ‘한한령’(限韓令·한류수입제한령)이다.
중국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한류 콘텐츠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물론 중국 정부가 이를 공식화하고 인정한 적은 없다. 하지만 중국 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이후 앞 다투어 사가던 한국 드라마 및 영화 수입이 전면 중단됐고, 한류스타들의 중국 내 활동도 막혔다. 이는 한·일 관계 냉각과는 별개로 한류 콘텐츠를 꾸준히 소비하는 자본주의 사회인 일본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중국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대표적인 국가다. 예부터 문화 융성에 많은 힘을 기울였고, 힘이 막강할 때는 주변국들 위에 ‘형님의 나라’로 군림했다. 이런 중국 입장에서는 한류 콘텐츠를 좇고, 끌려가는 듯한 상황이 마뜩찮았을 법하다. 한류스타를 다수 보유한 중견 매니지먼트 대표는 “한한령이 해제돼도 이제 예전같이 한류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수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한령이 발효되는 동안 중국은 한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베끼고 제작 인력을 수급하며 자생력을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중국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BTS의 소감을 두고 중국이 문제 삼을 때, BTS는 그들이 피처링한 노래로 또 다시 미국 빌보드 1위에 오르며 2위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1∼2위를 동시 석권하는 쾌거를 일궜다”며 “더 이상 중국 시장에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한류 시장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더 이상 끌려가지 말자”고 입을 모은다. 중국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여기에 기대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창구를 다변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BTS의 소감을 두고 중국이 문제 삼을 때, BTS는 그들이 피처링한 노래로 또 다시 미국 빌보드 1위에 오르며 2위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1∼2위를 동시 석권하는 쾌거를 일궜다”며 “이제 한류는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에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