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울린 이과인 프랑스 대표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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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과인(왼쪽)과 수아레스. AP·EPA/연합뉴스, 로이터/뉴시스 |
‘만약’ 곤살로 이과인
곤살로 이과인은 ‘뜨는 별’로 선정하기엔 이미 너무 떠버린 스타일 수 있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08∼09 시즌 22골을 기록하며 주전 공격수가 된 그는 카림 벤제마가 영입돼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고 예상됐던 09~10 시즌에도 27골을 기록했다. 이미 세계적인 스타인 데다 리오넬 메시와 동갑인 그를 ‘뜨는 별’로 선정한 까닭은 그가 월드컵 최종예선 막판에서야 겨우 아르헨티나 대표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축구선수인 아버지가 프랑스 리그에서 활동할 당시 태어난 탓에 그는 아르헨티나인이지만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었다. 이런 탓에 지난 2007년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이 그를 국가대표로 호출했다. ‘만약’ 당시 이과인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프랑스가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의 불운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선발되길 원한 그는 뒤늦게 아르헨티나 국적을 취득했지만 마라도나 감독은 그를 매정할 정도로 외면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가 지역예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마라도나는 이과인을 호출했다. 그렇게 어렵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가 된 그는 지난해 10월 11일 페루와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에 승리를 안기는 등 맹활약을 펼쳐 예선 탈락의 위기에서 아르헨티나를 구해냈다. ‘만약’ 마라도나 감독이 끝까지 이과인을 선발하지 않았다면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한국이 아르헨티나와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4대 1이라는 참패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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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칠(왼쪽)과 함시크. |
‘희망’ 메주트 외칠
독일 축구에 정통한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독일 경기를 해설하며 수차례 메주트 외칠을 칭찬했다. 그를 그동안의 독일 축구에선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선수라며 그로 인해 독일 축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외칠에 대한 차 해설위원의 평가다. 2010남아공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최고의 ‘뜨는 별’ 후보로 거론된 외칠은 가나와의 D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독일의 조 1위 16강 진출 일등공신이 됐다. 왼발잡이로 독일 언론이 ‘독일의 메시’라고 극찬하는 외칠은 예측 불허의 창조적인 패스로 유명하다. 탁월한 시야를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짧고 빠른 패스는 물론이고 정교한 롱패스까지 적절한 패스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든다. 게다가 정확한 슈팅에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 실력까지 겸비했다.
외칠은 터키 이민자 2세로 터키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과인과 달리 자신이 자란 독일 대표팀을 선택했다. 독일 사회에서 터키 이민자들은 가장 심한 차별을 받는 이민자들이다. 매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외칠이 독일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성장한 것은 독일 내 터키 이민자들을 비롯한 독일내 외국 이민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또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터키 국민들도 그를 응원하며 아쉬움 섞인 ‘희망’을 품고 있다. 독일 국민들에게도 외칠은 매번 아쉽게 놓친 월드컵 트로피를 다시 독일로 가져다 줄 ‘희망’이다.
‘진주’ 루이스 수아레스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그 이름을 알린 우루과이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 멕시코와의 조별예선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수아레스는 한국과의 16강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한국의 8강행을 좌절시켰다.
수아레스는 이미 유럽 무대에서 메시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숨은 ‘진주’ 같은 선수다. 지난 07~08시즌 아약스에서 17골을 터뜨려 리그 득점 3위에 오른 수아레스는 08~09시즌엔 22골로 득점 2위, 그리고 결국 지난 시즌엔 33경기에서 무려 35골을 집어넣으며 당당히 득점 선두에 올랐다. 지난 시즌 골든 슈(유럽리그 최대 득점자)를 프리메라리가에서 34골을 넣은 메시가 차지했지만 수아레스는 35골로 메시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던 것. 다만 그가 뛰고 있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가 유럽 5대 리그에 끼지 못해 골든 슈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수아레스는 유럽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 당 한 골 이상 뽑아내며 득점기계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수아레스는 스피드와 균형 감각이 뛰어나 화려한 드리블과 움직임을 자랑한다. 득점 감각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임이 입증됐고 중거리슛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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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난데스(왼쪽)와 혼다 |
‘가문’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멕시코 선수로는 최초의 맨유맨이 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발카자르. 루니와 호흡을 맞출 스트라이커가 절실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선택한 뜨는 별이 바로 에르난데스였다. 지난해 멕시코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주전이 아닌 교체용 카드다. 이런 그를 퍼거슨 감독이 낙점한 까닭을 에르난데스는 프랑스와의 조별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몸소 입증해보였다. 후반 10분 교체 투입된 에르난데스가 채 10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프사이드 트랩과 골기퍼를 뚫고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것. 멕시코는 프랑스와의 A매치에서 6전1무5패로 절대 열세였고 프랑스를 상대로 골을 넣은 것도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무려 44년 만이다. 게다가 에르난데스의 결승골은 프랑스의 예선 탈락으로 이어졌다.
이번 골은 에르난데스 ‘가문’의 영광이요, ‘가문’의 복수기도 하다. 지난 1954년 스위스월드컵 당시 프랑스와 맞붙은 멕시코는 1 대 2로 뒤진 후반 40분 동점골을 기록해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지만 3분 뒤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패배했다. 당시 2 대 2를 만든 동점골의 주인공인 멕시코의 공격수 토마스 발카자르는 바로 에르난데스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가 아쉽게 이루지 못한 프랑스전 승리의 영예를 손자가 대신 이뤄낸 것이다. 에르난데스의 아버지인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구티에레스도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 에르난데스 ‘가문’은 3대가 연이어 월드컵에 출전하는 명예로운 기록을 완성했다.
‘엘리트’ 마레크 함시크
월드컵 개막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은 마레크 함시크는 조별 예선 두 경기에서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고 슬로바키아는 예선 탈락의 위기에 놓였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 대 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절묘한 논스톱 패스로 로베르트 비테크의 두 번째 골을 도와 당당히 16강 진출의 주역이 됐다.
함시크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다. 고작 15세의 나이로 슬로바키아 명문 클럽 슬로반 브라티슬라바에 입단한 그는 17세엔 50만 유로의 이적료를 지불한 세리에A의 브레이사에 입단했다. 1년 뒤 팀이 세리에B로 강등됐지만 그는 18세의 나이로 10골을 기록하며 세리에A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7년 나폴리로 이적, 세리에A로 돌아왔는데 이적료는 3년 사이 11배 오른 550만 유로였다. 슬로바키아 대표팀에서도 17세, 19세, 21세 등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거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이번 월드컵에선 22세의 나이로 주장을 맡았다.
180㎝에 73㎏으로 다소 왜소한 체형이지만 몸싸움에도 능하고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에 2선 침투 능력을 갖췄다.
‘백조’ 혼다 게이스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우승이 목표라고 말해 한국 축구팬들에게 조롱거리가 됐던 혼다 게이스케는 실제로 홀로 두 경기의 승리를 주도해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뜨는 별’이 됐다.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결승골, 덴마크와의 경기에선 선제 결승골에 쐐기골 도움까지 조별예선에서만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선보인 27m 왼발 무회전 프리킥은 공인구 자블라니의 장점을 살린 최고의 골로 평가받고 있다.
혼다는 고교 졸업 후 나고야 그램퍼스에 입단해 13골을 기록한 뒤 네덜란드 2부리그 주필러리그의 VVV펜로로 이적, 세 시즌 동안 26골을 터뜨렸다. 특히 주장이 된 08~09시즌에는 16골 13도움을 기록, 팀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며 MVP로 선정됐다. 2010년 이적료 600만 달러로 러시아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한 그는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사실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혼다는 미운 오리였다. “월드컵 우승이 목표” “수비는 하지 않겠다” 등의 돌발 발언을 해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월드컵 평가전에서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렇지만 월드컵 개막 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일본의 16강 진출을 이끌며 하루아침에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