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코치-선수 가족끼리 빈볼 시비
▲ 6월 29일 SK에 6-5로 역전당한 KIA 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현장과 프런트 동상이몽
KIA의 고전은 시즌 전부터 예상됐다. 징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뒤 감독과 주요 선수들의 재계약 협상에서 나왔다. 12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이끈 조범현 감독은 내심 3년 이상의 장기 계약과 김성근 SK 감독(3년 20억 원)에 준하는 몸값을 바랐다. 그러나 KIA는 최고대우를 약속하면서도 차일피일 재계약을 미뤘다.
본격적인 재계약 파동은 그 다음부터 이어졌다. KIA는 2010년 새해를 맞을 때까지 최희섭, 김상현, 이종범, 김원섭, 이현곤(이상 야수), 유동훈, 이대진, 서재응(이상 투수) 등 8명의 선수와 재계약하지 못했다. 특히나 팀의 중심타자인 최희섭, 김상현은 팀이 제시한 연봉 인상률에 강하게 반발하며 긴 잠행에 들어갔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전원 계약에 성공했지만, 선수들은 기나긴 재계약 다툼으로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였다. 실제로 당시 미계약자였던 8명 가운데 올 시즌 전 해와 같은 활약을 하는 선수는 최희섭과 서재응 정도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2005년 삼성과 2007년 SK가 이듬해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프런트의 협상력에서 찾는다. “삼성과 SK 프런트는 선수들과의 재계약 시 차분하게 구단 입장을 설명하고 선수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치밀한 협상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KIA는 해를 넘기면서까지 재계약에 실패했다. 결국, 주요 선수들이 동요하며 팀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6월 30일 KIA는 1군 운영팀장을 2군 총괄담당으로 내리는 인사안을 발표했다. KIA 내부 관계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성적 부진을 책임지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타 구단 관계자들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 단장이 아닌 운영팀장이 진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 일색이다.
선수들 관리에 실패
KIA의 연패는 6월 18일 문학 SK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5연승을 노리던 KIA는 에이스 윤석민의 호투로 8회까지 SK에 3대 1로 앞섰다. 그러나 윤석민이 9회 강판당하면서 일이 꼬였다. 당시 조 감독이 던진 초강수는 선발 서재응의 마무리 투입이었다. 조 감독은 이전에도 윤석민과 아퀼리노 로페스를 마무리로 올린 바 있어 서재응의 마무리 카드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SK 조동화가 서재응의 초구를 받아쳐 끝내기 2타점 결승타를 친 것이다. KIA는 3대 4로 역전패했고, 7월 1일까지 12연패를 달렸다.
▲ KIA가 SK에 홈 3연전을 모두 내주며 팀 최다 12연패 수모를 당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이 경기가 끝나고서 윤석민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라커를 주먹으로 내리치다가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IA 불펜투수들은 “코칭스태프가 더는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모 불펜투수는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하면 누구보다 우리가 괴롭다”며 “원체 불신을 받다 보니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더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마운드 운용뿐만 아니라 선수단 관리에서도 KIA 코칭스태프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 투수 로페스다. 지난해부터 로페스는 자신의 투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동료 야수가 실책을 범할 때면 욕설을 내뱉거나 화를 내기 일쑤였다. 올 시즌엔 강도가 더 심해져 의자나 물병을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팀 동료 최희섭과 서재응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저런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로페스의 거친 행동은 도를 넘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로페스에게 경고나 주의는 고사하고 방관으로 일관했다. 어느 야구관계자는 “로페스에게 주의를 주려던 어느 코치가 윗선에서 ‘그래도 심성은 착한 선수니 지켜보자’고 제지한 통에 분통을 터트리는 걸 봤다”며 “현장의 최종 책임자가 ‘착한 심성’과 ‘돌출행동’을 제대로 구분했다면 재발 방지는 물론이려니와 24세의 윤석민이 최선참도 하지 않을 자해소동을 벌였을 리 만무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진 위한 후퇴 필요
많은 야구전문가는 KIA의 4강 복귀가 험난할 것으로 본다. 주포인 김상현이 부상으로 신음 중인 데다 이용규, 김원섭, 나지완의 컨디션 역시 지난해와 딴판이기 때문이다. 투수진에서도 윤석민이 복귀한다손 쳐도 무너진 불펜진이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KIA 수비 강화의 일등공신이었던 김동재 수비코치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며 팀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KIA의 일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로 보는 야구전문가들도 많다. 지난해 우승하며 나머지 7개 구단의 집중표적이 된 만큼 약점을 보강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지난해 KIA는 외국인 투수들과 김상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며 “이참에 유망주를 기르고, 주전급 선수들을 발굴하는 등 현재보다 미래에 주목해 팀을 재정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