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회장의 고향 울산 울주군 둔기마을에선 매년 5월 잔치를 연다. 사진은 지난 98년 모습. | ||
그는 해마다 5월 초에 열리는 고향마을의 수몰민 위로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도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지난 2일 경남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신 회장의 개인 별장에서 둔기마을 수몰민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신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귀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국내를 떠난 것은 지난해 9월 말. 그는 홀수달은 국내에서, 짝수달은 일본에 머물며 교차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신 회장은 여덟달이 넘도록 국내를 찾지 않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고향마을 위로 행사가 열리는 5월에는 반드시 국내에 들어와 있었다. 5월 초 고향마을 방문도 그렇고, 5월3일의 호텔롯데 창립기념일 등 5월 초에 연이은 그룹 안팎의 행사를 주관해왔다.
그러던 그가 한국에 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롯데호텔 34층 신 회장의 집무실은 왜 8개월째 비어 있는 것일까.
그가 장기적으로 서울을 비우면서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에는 불법 정치자금제공에 따른 검찰수사설, 건강악화설, 수몰민행사의 과잉경호 물의에 대한 우려설, 그리고 개인적인 문제 등이다.
그동안 그의 불입국 사유로 가장 가장 유력하게 해석되던 부분은 불법 정치자금제공에 대한 검찰 수사설이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거액의 대선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또 신동인 호텔롯데 사장이 노캠프에 제공한 불법자금문제로 검찰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상태다. 적어도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지난 4월12일 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 롯데쇼핑 신동인 사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에 대해서는 특경가법상 배임 및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 등 롯데의 오너인 신 회장에 대해서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정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건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했다.
▲ 신격호 회장 | ||
다음은 고향마을 행사에서 우려되는 쓸데없는 잡음을 회피하기 위해 귀국치 않는다는 관측.
실제 신 회장은 지난해 고향 마을 잔치에 참석했을 때 사설 경호원을 동원해 국도를 막으면서 과잉경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현지 경찰의 전언이다.
미리 롯데측에서 집회 신고를 통해 신 회장 별장 반경 50m 이내를 집회장소로 한 데다, 해고 노동자 문제도 지난해 불상사가 벌어진 이후 복직에 합의해 해결을 봤기 때문이다. 검찰의 대선불법 자금 제공 수사도 외견상 일단락 되어 보이고, 몇 년 전 불상사가 빚어졌던 호텔롯데의 노조 문제도 잠잠해진 상태.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신 회장은 입국하지 않는 것일까.
이와 관련, 최근 신 회장의 불입국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얘기가 롯데그룹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부터 신 회장을 상대로 한 ‘민원’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점. 지난해 롯데그룹 앞에서 벌어진 1인 시위처럼 신 회장이 공개 행사에 나설 때마다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들 시위는 대부분 신 회장의 사생활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그간 롯데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신 회장의 건강이상설도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82세다. 누구보다 건강한 모습을 보여온 신 회장이지만, 2000년 이후부터 외부에 얼굴을 거의 내비치지 않을 만큼 조심해왔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그룹경영도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에게 거의 맡길 정도로 자신의 건강을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례없이 8개월 동안이나 귀국하지 않자 들먹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9일로 예정돼 있는 외손녀 결혼식에 신 회장이 참석해 그동안의 소문을 잠재울지 다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