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27일부터 홈쇼핑 후발업체인 현대, 우리, 농수산 홈쇼핑에 대한 지분변동제한 조치가 풀리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2001년 홈쇼핑 후발업체를 선정하면서, 향후 3년 동안 주식의 변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만들었다. 그 기한이 풀리는 3년이 바로 오는 5월27일.
제한 해제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어떤 곳이 주식 매집을 준비중이라는 등의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이 홈쇼핑에 지속적으로 군침을 흘려온 롯데, 신세계 등이 “아직도 관심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과연 M&A가 이뤄질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향후 홈쇼핑 업계는 LG와 CJ를 투톱으로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대거 경쟁구도를 펼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홈쇼핑 업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M&A폭풍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홈쇼핑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LG홈쇼핑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LG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쉽게 M&A가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경영권이 다른 업체로 넘어갈 경우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기업이 주인이 되면 (1위인) 우리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주목하기는 마찬가지다. LG증권 관계자는 “후발 홈쇼핑 업체의 경우 주주가 분산돼있고,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 M&A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주인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3년 전 홈쇼핑 사업권 획득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와 신세계도 아직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은 인정하는 분위기.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최대 이슈가 홈쇼핑 구도재편인 것은 사실”이라며 “관심은 있지만, 가격이 맞아야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롯데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관심은 있지만,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M&A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후발주자인 우리홈쇼핑과 농수산 홈쇼핑. 후발업체 중 현대홈쇼핑의 경우는 모기업(현대백화점)의 막강한 재력에 비춰 일단 M&A 매물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전체 지분의 28.7%(2백58만2천8백주)를 보유,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사실상 M&A를 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주주가 다수인 우리홈쇼핑과 농수산TV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경방그룹이 전체 지분의 12%를 보유해 1대주주고, 아이즈비젼, 대아건설, 행남자기, KCC정보통신 등이 대주주로 총 90여개의 주주로 구성돼있다. 농수산TV 역시 개인과 기업을 합쳐 1백여 군데가 주주다. 1대주주는 하림이고, 농협, 수협, 동아TV 등이 주요 대주주다.
현재 농수산TV측은 최대주주를 비롯, 주요 대주주들의 지분율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농수산TV 관계자는 “상장된 회사가 아니라 정확한 대주주의 지분율을 공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업 초기부터 농수산TV에 대한 합병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언급된 것에 따른 부담감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결국 홈쇼핑 업계는 오는 5월27일을 시작으로 회사를 지키려는 측과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곳의 양대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 홈쇼핑 사업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롯데와 신세계. 롯데는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망을 앞세워 홈쇼핑 업체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롯데가 백화점 이외에 할인점,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홈쇼핑에 진출하는 것은 또 다른 경영 확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롯데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추세가 점점 온라인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돌파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이 방법 중 하나가 홈쇼핑이 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롯데의 세력확장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신세계는 할인점 ‘이마트’의 선전에 힘입어 백화점 부문에서 롯데, 현대 등에 밀린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러나 온라인 부문은 아직도 열악한 상황이어서 케이블이 나온다면 즉각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신세계 관계자는 “가격이 맞는다면 인수를 하겠다”고 말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두 ‘먹잇감’의 수성도 만만치 않은 상황. 우리홈쇼핑과 농수산TV는 “M&A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최대 주주인 경방과 아이비젼 등이 절대 주식을 매각할 의사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며 “지난 2003년 처음으로 흑자를 실현해 공격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인데 회사를 왜 팔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홈쇼핑의 정대종 사장은 지난 4월초 열린 임직원 조례에서 “회사 주인이 바뀌지 않을 것이니 동요하지 말고 일을 할 것”을 특별히 직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는 것.
농수산TV도 마찬가지. 농수산TV 관계자는 “팔 의사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출범 초기부터 이런 얘기들이 나와서 곤혹스러웠지만, 자본금 증자 등을 통해 회사 규모를 늘여가는 중”이라며 “얼마에 팔겠다는 가격 자체가 형성이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두 회사 모두 매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얘기.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적대적 M&A’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증권가 관계자는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할 경우, 원매자들이 인수를 포기하거나 다른 루트를 통해 주식을 꾸준히 매집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해 향후 홈쇼핑 업계가 적대적 M&A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곳은 SO시장. SO확대가 케이블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감안하면 홈쇼핑채널 인수전이 가열되면 SO를 차지하기 위한 케이블업체들 간의 불꽃 튀는 전쟁도 다시 벌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