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포라뇨? 제발 도핑검사 좀 해주세요 네~
▲ 올 시즌 대박 ‘도 아니면 모’ 심정으로 개막을 맞았다는 홍성흔.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현재까지는 ‘모’로 가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단 한 시즌 만에 놀라운 변신에 성공한 선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높은 타율에 비해 타점이 떨어졌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타격 폼 수정에 나서 ‘대포’ ‘거포’로 거듭나는 바람에 롯데 자이언츠 타선에 제대로 불을 지피고 있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주위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팀의 중심타자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롯데 자이언츠 3번타자 홍성흔(33) 얘기다. 현재 같은 팀의 이대호와 함께 타격 여러 부문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그는 12년차인 올 시즌 데뷔 첫 끝내기 홈런, 데뷔 첫 20개 이상의 홈런, 데뷔 첫 타점 선두(7월 7일 현재) 등 무게 있는 ‘데뷔 첫 기록’들을 양산하고 있다. 여름에 더 펄펄 나는 사나이 홍성흔. 이젠 ‘오버맨, 홍포’가 아닌 ‘대포, 홍포’로 변신한 그를 마산 경기를 앞둔 지난 7월 7일 창원의 한 숙소에서 만났다. 경기장이 아닌 외부라서 그런지 홍성흔과 훨씬 더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올스타전 팬 투표 5차 중간집계 결과 전체 선수들 중 2위 최희섭 선수보다 2만여 표나 많은 표 차이로 1위를 고수하고 있어요.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네요.
▲모든 게 부산 팬들 덕분이죠. 요즘은 정말 롯데오길 잘했구나 싶어요. 기록들이 기대 이상으로 나와 주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절 좋아해주는 걸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행복합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는 부산 팬들이 주는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다른 지방 팀들도 팬들이 있지만 부산의 야구팬이야말로 최고의 팬들인 것 같아요.
―시즌 전 타격 폼을 수정하면서 거포로의 변신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대단했습니다. 알고 있었죠?
▲그럼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먹튀’ 소리 듣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닌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그나마 타율이 좀 높아서 다행이었지만 영양가 면에선 부족한 점이 많았죠. 수비를 안 하고 방망이만 치는 타자치곤 포스가 약했어요. 지명타자로 롱런하려면 장타랑 타점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오랜 고민 끝에 과감히 변신에 도전한 겁니다. 주위에서 호응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는데 그 우려를 깨고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 아주 만족스러워요.
―한창 더운 여름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하긴 성적이 좋으니까 더워도 더위를 제대로 못 느낄 것 같네요.
▲포수를 볼 때는 여름을 타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지명타자로 돌리고 나선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리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체력적으로 비축이 되니까 확실히 포수할 때보단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체력이 떨어질 틈이 없어요.
―이렇게 잘할 거면서 이전에 왜 그렇게 포수 자리에 집착을 했던 건가요?
▲그땐 포수를 안 하면 제 야구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포수를 보면서 타자를 했기 때문에 방망이도 잘 쳤다고 믿었거든요. 제 존재 가치가 포수 마스크를 쓸 때 인정받는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결과론적이지만 김경문 감독님이 제 미래를 잘 보신 거였죠.
―요즘 홍성흔 선수 경기하는 걸 보면 ‘이 선수가 두산맨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롯데맨이 된 것 같더라고요.
▲그러게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두산 유니폼 안 입으면 절대 야구선수 같아 보이지 않는
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롯데에서 성적을 내고 있으니까요. 두산에서 10년 넘게 있었던 생활보다 롯데에서의 지금 생활이 마치 프랜차이즈 선수같은 느낌으로 다가와요. 어느 팀을 가든, 어느 팀에 있든, 소속팀에 충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홍성흔=두산베어스’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까지 저한테 두산의 이미지가 남아 있었다면 마이너스 효과를 냈을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더 활기차게 롯데맨이라는 걸 부각시키려 노력했어요.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와 함께 ‘몬스터 형제’라는 닉네임도 붙었어요. 두 선수가 롯데의 핵타선을 구성하고 있잖아요.
▲이대호 선수뿐만 아니라 가르시아 조성환 주장 김규찬 손아섭 선수 등 그들이 있기에 제 성적도 저절로 좋아진 거라고 믿어요. 물론 그 중에서도 이대호가 제 뒤에 있다는 게 대단한 행운이죠. 상대 투수들이 절 거를 수가 없게 됐잖아요. 절 거르다가 이대호한테 큰 걸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저랑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거든요.
―같은 선수가 보기에 이대호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근성 있고 자존심도 세고, ‘이래서 롯데 4번타자구나’ 하는 걸 느낄 정도로 포스가 대단하죠. 본인도 후배면서 자기 밑에 있는 애들 챙길 줄 아는 의리도 있고요, 체격에 비해 눈치가 엄청 빠릅니다. 반면에 잘 삐치고 소심한 성격도 있고요, 참, 이대호처럼 팬들한테 막하는 선수는 처음 봤어요. 팬들이 ‘이대호!’하고 부르면 ‘니 언제 봤다고 나한테 이대호라고 하노?’라면서 막 뭐라 하거든요. 저도 은근히 대호한테 물들어가고 있죠(웃음). 팬들이 제 이름을 부르면 ‘홍성흔이 뭐냐? 삼촌이라고 해야지’라고 말해요. 서울 팬들은 절대로 이해 못하는 부산 팬들과 이대호의 끈끈한 애정이 있어요. 그들만의 애정 표현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대호 선수가 부러운 적 있었어요?
▲부러우면 지는 거예요(웃음). 큰 덩치에 비해 유연한 몸놀림? 배팅할 때의 유연함은 부럽더라고요.
―시범경기 때 1위를 한 팀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시즌 초 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고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슬럼프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롯데란 팀은 단점이 참 많은 팀이에요. 제대로 갖고 있는 거라곤 타격밖에 없잖아요. 우리 투수들이 나쁘진 않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고비나 위기가 닥쳤을 때 그걸 극복하는 힘이 부족해요. 그래서 항상 선배들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자’라고 말씀하세요.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금세 무너지니까 절대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는 거죠.
▲ 리터칭=장영석 기자 |
―많은 사람들이 올 시즌 홍성흔 선수가 이토록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 해요. 전문가들이나 기자들이 말하는 비결 말고, 혼자만 알고 있는 남다른 비결, 뭐 없을까요?
▲이 얘긴 정말 처음하는 내용인데요, 매일 야구장에 아내가 나와서 방망이를 골라줘요. 제가 방망이 들고 타석에 설 준비를 할 때 슬쩍 관중석에 있는 와이프랑 눈을 맞춰요. 그때 와이프가 ‘×’라고 손으로 표현하면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서 방망이를 바꿔가지고 나와요. 와이프가 오케이 하는 시늉을 할 때 까지요. 지금까지 21개의 홈런 중에서 18개가 와이프가 골라준 방망이로 친 거예요. 그러다보니 와이프도 징크스에 걸려서 원정 경기에도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골라준 방망이로 안타, 홈런을 쳤으니까요. 어제(7월 6일) 8회말 동점 안타도 와이프가 골라준 걸로 친 거예요.
―우와, 정말 대단한데요. 아무도 모르는 두 부부만 알고 있는 얘기네요. 그런데 아내 김정임 씨는 어떤 기준으로 방망이를 고르는 건가요?
▲관중석에서 봤을 때 유독 커 보이는 방망이가 있대요. 제가 잘 안 맞을 땐 그 방망이가 얇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그런가보다 하면서 시작했는데 성적이 나다 보니까 이젠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돼버려서 와이프가 경기장에 없으면 제가 불안해져요(웃음).
―앞으로 아내한테 더 잘하셔야겠어요.
▲전 평생 와이프한테 고마워하며 살 거예요. 대신 야구 안 되면 다 와이프 탓이니까 돈 못 벌어도 뭐라고 안 하겠죠(웃음). 일종의 미신 같은 거지만 아내랑 함께한다는 게 기분 좋아요.
―간혹 잘나가다보면 주위의 질투어린 시선들도 많고 그중에서도 이상한 소문이 돌고 하는데, 홍성흔 선수도 예외는 아니예요.
▲아, 약물 복용설이요? 홍성흔이가 약물 복용해서 성적이 좋다는 얘기 들으신 거죠? 저도 그 얘기 종종 들어요. 체중이 불어난 건 살이 찐 거고, 지금은 도핑테스트도 엄청 강화돼서 함부로 약 먹고 그럴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약 먹고 이런 성적을 낸다는 건 정말 운동선수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언젠가는 들통이 날 텐데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KBO에서 절 불러다가 도핑 검사 좀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제가 직접 KBO에 찾아갈까요? 하루 빨리 도핑 테스트를 받아서 그 소문들의 진위 여부가 명확히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루머들이 돌 때마다 속상할 것 같아요.
▲전혀요.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어요. 연예인이 예뻐지면 성형 의혹이 불거지듯이 야구선수가 야구 잘하면 약물 복용했다는 말이 나돌아요. 다 관심이 있고 잘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안 쓰고 싶어요.
―그렇다면 야구하면서 약물 복용의 유혹을 받은 적은 없나요?
▲2000년 2001년에 한 용병 선수가 ‘그리니’라고 불리는 집중력 강화제를 갖고 들어와선 선수들한테 먹어 보라고 권유한 적은 있었어요. 일반 커피보다 수십 배의 카페인 성분으로 인해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 후 태반주사는 맞은 적이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어요. 도핑과 관련된 약물에 손을 대 본 적은 없었습니다.
―올 시즌 지금과 같은 상승세라면 여러 가지 부문에서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 같아요. 홍성흔 선수가 의식하고 있는 기록이 있을까요?
▲기자 분들 앞에서 이런 기록을 올리고 싶다고 말하면 절대로 그 기록을 성공시키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있으려고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제가 과연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하고, 또 그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커요. 꼭 지켜봐주세요. 홍성흔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요.
홍성흔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개막을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도가 아닌 모로 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란다. 나이는 먹었지만 체력과 정신 상태는 여전히 20대라는 말에 폭소가 터진 가운데 경기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서둘러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내년 연봉을 책정할 때 홍성흔은 방망이를 골라준 아내를 위해 특별 수당을 따로 챙겨야 할 것만 같다.
창원=riveroflym@ilyo.co.kr
‘만약에…’ 인터뷰
연예인 됐다면? 비 못잖은 활약 ㅋ~
홍성흔에게 ‘내가 만약’이라는 주제어로 미니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내가 만약 계속해서 포수를 고집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파이팅 넘치는 ‘오버맨’ ‘홍포’로만 남았을 것 같다. 방망이로 전향하면서 ‘대포’ ‘홍포’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위치에서 뭘 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가 만약 두산에 잔류해 있었더라면.
▲더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두산에 있었더라면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오버맨’으로 말이다.
―두산 시절 전지훈련에서 제외된 후 겨울에 배재고 비닐하우스에서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만약 야구를 그만뒀더라면.
▲아마도 지금 해설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유소년 야구 쪽 일을 하든가. ‘끼’가 있어서 해설 쪽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다.
―내가 만약 야구선수가 아닌 연예인이었더라면.
▲가수 비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 않은 활약을 했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비와 개인적으로 형 동생 하는 사이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서 식사도 같이 하고 문자도 주고받는 사이인데 지난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내가 선보인 ‘레이니즘’을 비도 봤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연예인, 비연예인들을 총망라해서 레이니즘을 춘 사람 중 내가 제일 잘 췄다고 칭찬했다(웃음). 마인드가 아주 반듯한 후배인데 비를 통해서 배운 점도 많고 글 보면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생겼다.
연예인 됐다면? 비 못잖은 활약 ㅋ~
―내가 만약 계속해서 포수를 고집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파이팅 넘치는 ‘오버맨’ ‘홍포’로만 남았을 것 같다. 방망이로 전향하면서 ‘대포’ ‘홍포’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위치에서 뭘 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가 만약 두산에 잔류해 있었더라면.
▲더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두산에 있었더라면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오버맨’으로 말이다.
―두산 시절 전지훈련에서 제외된 후 겨울에 배재고 비닐하우스에서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만약 야구를 그만뒀더라면.
▲아마도 지금 해설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유소년 야구 쪽 일을 하든가. ‘끼’가 있어서 해설 쪽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다.
―내가 만약 야구선수가 아닌 연예인이었더라면.
▲가수 비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 않은 활약을 했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비와 개인적으로 형 동생 하는 사이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서 식사도 같이 하고 문자도 주고받는 사이인데 지난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내가 선보인 ‘레이니즘’을 비도 봤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연예인, 비연예인들을 총망라해서 레이니즘을 춘 사람 중 내가 제일 잘 췄다고 칭찬했다(웃음). 마인드가 아주 반듯한 후배인데 비를 통해서 배운 점도 많고 글 보면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