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둘 차례-유단자 수준
백1은 모양의 급소. 백은 1로 두어 형태를 정비하는 것으로 왼쪽 흑▲들과 오른쪽 흑■을 모두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흑에게는 더 이상 아무 수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수가 있습니다. 지난주 문제와 비슷하게 상대의 자충을 이용하는 문제입니다. 흑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한 쪽만 살려오면 성공입니다.
◇1도(정해)=어려운 문제여서 바로 정해로 들어갑니다. 얼른 떠올리기 힘든 수인데, 흑1로 뛰어 붙이는 수가 있는 것입니다. 백의 응수는 A로 젖히는 것, B로 끼우는 것, C로 가만히 잇는 것, 세 가지 정도일 것입니다. 하나씩 살펴봅니다.
◇2도(백 전멸)=먼저 백1로 젖히는 수. 이때는 흑2로 치중하는 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백3으로 잇기를 기다려 흑4, 6으로 끼워 잇습니다. 이것으로 귀에서는 백이 거꾸로 모두 잡힙니다. 흑6 다음 수순은 보일 필요가 없겠지요.
◇3도(되젖힘의 맥점)=백1로 끼우는 수. 이때는 흑2쪽을 젖히는 것이 멋진 맥점. 비수와 같은 점입니다. 백3으로 단수치면? 다른 수도 있지만 알기 쉽게 흑4로 먼저 단수를 칩니다. 계속해서….
◇4도(백 자충)=백1로 이으면 흑2로 먹여치고 4로, 뒤에서 단수칩니다. 백은 자충이 되어 흑2 자리에 이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무튼 <3도> 흑2에는 백3으로 다른 어디에 두어도 수가 난다는 것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5도(백 수부족)=백1로 가만히 잇는 수. 이때도 흑은 2로 젖히는 수가 맥점입니다. 다음 백3이면 흑4 몰고 6의 곳을 잇습니다. 이건 수상전으로 백이 전부 아니면 왼쪽이 수상전으로 떨어지는 그림입니다. 백3으로 다른 어디에 두어도 수가 난다는 것을 또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전에서 이런 수를 터뜨린다면 상대는 깜짝 놀랄 것이며, 아마도 전의를 상실할 것입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