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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은 “채권단 약정에 따라 워커힐호텔을 빨리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카지노업계의 1인자격인 파라다이스그룹에서 강력한 인수희망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심대민 파라다이스 사장이 채권단에 워커힐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고 공개한 것.
워커힐호텔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카지노가 설치된 호텔로 SK그룹 계열사다. 지분 구성을 보면 최태원 SK 회장이 40.7%, SK네트웍스가 9.68%를 갖고 있는 등 SK 계열 지분이 61.35%다. 이 중 SK그룹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맡겨진 지분은 최 회장과 SK네트웍스의 지분 50.38%다.
지난해 SK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주력사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경영개선약정을 맺으면서 워커힐호텔 지분을 위탁한 상태다.
워커힐호텔은 매각방침이 밝혀진 뒤에도 오너 일가에서 매각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등 매각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렸다.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2세인 최신원 SKC 회장 등 최태원 회장의 4촌그룹이 선대에서 일궜던 사업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던 것.
하지만 최근 최종건 회장 2세 그룹에선 일단 최태원 회장쪽의 ‘솜씨’를 보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워커힐호텔의 경우 카지노 사업권이 분리돼 있지만 호텔 내 카지노 매장이 있다는 점과 카지노 사업권을 갖고 있는 파라다이스와 워커힐호텔 간에 상호 교차지분이 있다는 점 등 여러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매각할 경우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없지 않다.
때문에 워커힐호텔 매각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가 재계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지난해에도 채권단에서 매각작업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해를 넘겼고, 올해는 지난 3월 2차 인수의향서를 접수해 군인공제회와 뉴브리지 컨소시엄 등 6곳 정도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외의 복병은 군인공제회였다. 군인공제회는 워커힐 지분 50.38%의 인수대금으로 5천억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는 금호산업의 타이어 부문을 인수해 3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확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며 최근 들어 구조조정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했다.
재계에선 복병처럼 떠오른 군인공제회의 등장과 워커힐호텔에 카지노 매장 등을 통해 연고권을 갖고 있는 파라다이스의 침묵에 대해 의아해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심대민 파라다이스 사장이 공개적으로 워커힐 인수전에 뛰어들었음을 시인했다. 심 사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뉴브리지캐피탈, 콜로니캐피탈과 함게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제안서를 제출했음을 밝혔다. 그는 “파라다이스가 워커힐호텔을 인수할 경우 연간 4백50억원에 달하는 숙박비를 줄일 수 있고, 영업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인수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파라다이스는 서울 장충동 본사 부지에 호텔을 짓거나 인천 신공항 주변에 파라다이스리조트 건설을 검토하는 등 수도권에 호텔을 갖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2002년 말 주력사인 파라다이스를 코스닥에 등록시키는 등 신규사업을 위한 ‘몸만들기’에 열중해왔다. 실제로 (주)파라다이스의 경우 당장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2천5백억원 안팎에 이른다. 이런 내부 보유금과 부족분은 컨소시엄 파트너의 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인 셈이다.
파라다이스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돈을 써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엇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정도의 금액으로 채권단이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인수제안서 접수가 끝난 3월 말께 우선협상당사자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 일각에서 있었음에도 아직도 채권단에서 매각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도 매각가격과 관련한 진통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SK네트웍스쪽에선 워커힐이 자리잡고 있는 아차산 일대의 대규모 녹지를 워커힐이 자산으로 갖고 있음에도 제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오는 7월 문을 여는 아시아지역 최초의 별6개 짜리 호텔인 ‘W 서울 워커힐’호텔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자꾸 늦춰지고 있다는 것.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 전문가들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5월까지 끝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채권단이 이렇게 느긋하게 나올 경우 인수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더구나 워커힐 카지노에 연고권을 갖고 있고, 서울지역에 호텔이 없는 파라다이스그룹이나 자산규모만 4조원대의 중견그룹 규모로 커진 군인공제회가 강력한 인수 희망자로 밝혀진 이상 인수가액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단 자체 자금 동원력은 군인공제회가 더 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영업수익만 3천6백억원대에 달하는 등 파라다이스보다 훨씬 재력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워커힐에 카지노를 갖고 있고 전문 레저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파라다이스가 이런 기회를 놓치고 또다른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을 택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주식시장에선 파라다이스가 워커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기대심리에서인지 파라다이스 주가가 큰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신라호텔도 워커힐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나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라호텔이 관심을 가진 분야는 워커힐이 보유한 카지노. 카지노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신라호텔은 워커힐을 인수할 경우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물밑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SK그룹 위기와 더불어 매물로 나올 워커힐. 재계 내부의 인수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